거한심경1

어느날 낙태보살이 길을 걷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무빙딸을 치고 싶었지만, 길거리에서 그런 짓을 한다면 대중(정치인 아님)의 지탄과 법(법 아님)의 심판을 받으므로, 고요하게 길을 지나갈 뿐이었다. 그런 낙태보살을 발견한 중년 남성이 다짜고짜 낙태보살의 멱살을 잡고는 소리쳤다.

"더러운 매국노! 감히 노무라(일본인) 전 대통령 얼굴이 박힌 티셔츠를 입어?"

108딸로 해딸에 이른 낙태보살이기에 평온한 마음으로 '단지 입을 옷이 없어서 적선받은 것을 걸쳤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중년 남성은 신앙심이 의심된다며 사람들을 불러 둘러싸고는, 자신들이야말로 진정으로 노무라 전 대통령의 Best of Best 신자라 소리쳤다. 대중(정치인 아님)의 흥분이 가라앉자 평온하게 관조하던 낙태보살이 입을 열었다.

"노무라 전 대통령의 생일은?"

"..."

"신자라며 어찌 잠시 걸친 자보다 모르는가?"

낙태보살의 평온한 일침에 중년 남성과 대중(정치인 아님)들이 시선을 내리깔고 대답하지 못했다. 긴 침묵 끝에 낙태보살이 입을 열었다.

"맞을래요?"

낙태보살의 말은 감정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듣는이로 하여금 실로 위협을 느끼게 했다. 자칭 구도의 길을 걷는 '스'라면서 매일같이 고기를 쳐먹고 계집질을 하던 파'괴'승이라 그의 문신돼지같은 체형이 보는이로 하여금 관여하지 말아야 할 X라이란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일촉즉발의 상황에 나자렛 출신 양치기가 몽키스페너를 들고 나와 낙태보살을 말렸다.

"네가 살면서 단 한번도 내로남불하지 않았다면 이들의 뺨따구를 후려치라."

"그것은 논점이탈이자 양비론 아니오? 저들이 가만히 있는 나의 멱살을 잡고 괴롭혔으며, 설령 내가 과거에 비슷한 내로남불을 보였더라도 이 사안과 별개입니다. 게다가 기록을 찾아보니 절대적인 내로남불 수치에서 비교가 안됩니다만. 그리고 왜 은근슬쩍 뺨따구로 퉁치려고 함?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릴래?"

말대꾸에 사랑의 불꽃이 흔들린 양치기였지만, 부모님 안부를 묻고 싶은 욕망을 차분히 누르며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가라사대 뺨을 맞았다면 다른 뺨을 내어줘라."

"난 당신처럼 리스폰이 불가능합니다만."

"가라사대 사랑의 마음으로 용서하라."

"나는 구라이스트를 믿지 않습니다만."

"묻따의 가르침 자비"

"최고의 자비는 역사적으로도 몽둥이가 답이었지."

"모니형이 그러는데 너 폭력 쓰면 또 윤회라는데?"

"이미 마음으로 패버렸습니다만."

"하... 이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