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하는 공격이 압도적으로 효율적이라는 의미는 일반적 원리, 근원적 속성에 가까움.

인간 수준에서 공격 장비를 떠올리면 무수히 많음.

인간 수준에서 방어 장비는 복장, 헬멧 등 단순한 의복 외에 딱히 없음.

그마저도 동일한 기술 수준이면 공격 장비가 압도적으로 강력함.

동등한 기술력이면 총알이 방탄복을 뚫으며,

동등한 기술력이면 포탄이 장갑을 부숨.

전차가 능동방어체계, GPS, 복합장갑까지 둘러야만 RPG를 방어 가능한 시점에서 말이 안되는 것.

물론 선제적 방어 개념도 있지. 하지만 공격 무기를 활용한 선제 타격에 가까우며, 이미 공격이 시작된 시점에 대응하는 기술은 몇 세대 앞선 기술로만 가능함. 날아오는 미사일을 미사일로 격추 하는 개념. 기술적으로 한참 앞서도, 드는 비용을 고려하면 부조리함.

심지어 이런 압도적 조건이 다 갖춰져도 여전히 공격자가 주도권을 가진다는 점에서 유리하고, 그것을 감시하고 미리 예측하는 기술은 또 몇 세대 앞서면서 자원의 차이까지 월등해야 가능.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자원이 소모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부조리함.

이건 물리 법칙 때문에 발생하는 근본적 한계에 가까운 것.

사람을 죽이는 방법은 무수히 많지만, 되살리는 기술 따위는 존재하지 않음.

석기시대 수준의 기술로도 중상을 입히는 게 가능하지만, 그렇게 부상 당한 인간을 살리려면 최첨단 기술을 총 동원해도 어려움.

두 사람이 있다면 먼저 결정을 내리고 공격하는 측이 압도적으로 유리함. 방어자는 아무리 빠르게 반응해도 물리적 한계로 항상 불리한 위치에 있음. 그 타이밍은 언제나 공격하는 측이 결정하니까. 정보 비대칭이지.

이건 인간 자체가 이 세계의 환경에서 너무나 나약한 존재라서 발생하는 문제임. 조금의 틈만 보이면 무질서에 휩쓸리는 성질이며, 엔트로피가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언제나 그것에 저항하는 것도 버거운 인간의 한계임. 물리력이 전달되는 속도 한계 때문이며,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알지 못하기에 발생하는 문제임. 자유 의지라는 권한을 누리기에 발생하는 책임에 가까움.

그리고 인간은 이러한 한계를 믿음으로 극복함.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완성되고, 상대방이 나를 공격하지 않으리란 믿음으로 언제나 긴장하고 걱정하고 살피는 자원 낭비 상태, 불신에서 벗어남(지적 생명체 중에서 최초로 이런 선택을 한 돌연변이가 무엇일까 궁금)

상대방 또한 마찬가지 조건이라는 믿음 체계를 가지며 내가 당하기 싫은 일은 타인에게도 하지 말라는 황금률이 나옴.

그것을 진지하게 여기며 언제나 믿음과 신뢰로 행하라는 신의칙이 나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별 일이 아닌데 상대에게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서로 다른 인간이 동일한 단위로 근사해서 비교하는 권한과 책임의 비례가 나옴.

이 원칙들이 모여 '사회적 신뢰'가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인간과 인간이 분업, 협업을 하며 효율을 얻었음.

그런데 이 믿음, 사회적 신뢰라는 것이 사라진 시점에 인간에게 남은 것이 무엇일까?

부조리한 수준으로 나약한 몸뚱이와, 서로 먼저 쏘는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조건 외에 없음.

그래서 인간이 처한 환경이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