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휘영청 빛나는 추석의 밤.
시큼한 피의 향기가 코를 찌른다

발령받은지 얼마 안된 여경은 옆에서 구토를 한다

어젯밤에 요아정을 처먹었다고 하더니만, 희멀건 토사물 사이로 알록달록한 토핑들이 수를 놓는다.

김 형사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보인다.

분명 이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은 열 세네명 정도 였을텐데

지금은 왜 사십여개의 육편만이 외인을 반기고 있는 것일까

축구공만한 크기의 살덩어리에는 빛바랜 회색 실오라기가 줄기줄기 달려있었다.

튀김요리를 뒤집는 부침개에는 식용유가 묻어있어야할텐데, 지금은 새빨간 핏방울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신발이 다 들어가지도 못한 다리는 몸통에서 분리된 채 피가 다 말라붙었다.

찰박찰박...

피웅덩이를 건넌 김 형사의 눈에 어떤 망자의 시신이 들어왔다.

분명 반도인의 혈통이 아닌, 이 아름다운 곡선의 육체는 얼마나 많은 자상을 입었는지 모른다.

김 형사는 발걸음을 돌려 현장을 빠져나왔다.

사건발생지인 전원주택으로부터 몇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언론사 기자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프레스 라인 앞에 선 김 형사는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간신히 열었다.

"범인은.... 41세 김한녀로서.... 결혼...을 하지 못한다는 잔소리에...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