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한 회사들의 직장인과 파산한 자영업자로 구성된 시위대의 확성기 소리를 들으며, 70먹고 다리 후들후들거리는 586 노인네와 나이 40 중반 결혼 못하고 취직도 못한 백수 한녀 딸은 시위대의 함성으로 귀가 찢어지기 전에 서둘러 시위대의 곁을 지난다. 하지만 그 곳을 떠나도 나거한은 예전과는 다른 역사상 최악의 모습이다. 과거에 걸린 임대문의 및 임차인급구가 적힌 현수막이 반쯤 걸려있으나 유리창이 와장창 깨져있고 그래피티라는 스프레이 낙서가 휘황찬란하게 된 빈 상가단지 그리고 같은 모습의 자동차들을 지나 집 입구에 도착한다. 하지만 나거한 586 가정의 수난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고장난 엘리베이터 때문에 35층까지 걸어올라가야하기 때문이다. 586과 한녀는 '엘리베이터 고장. 수리인력 급구.' 라는 포스터를 보고 "왜 요즘 젊은 남자들은 이런 일을 안하려들까?" 하고 젊은 남자 탓이나 하다가 한숨을 쉬며 35층 아파트 맨 위층까지 헉헉대며 걸어 올라가면서, 집에 고의로 불내고 화재보험 보험금 타서 도망가버린 탄 흔적만 남은 옆집을 마지막으로 보고 그윽히 탄 냄새에 재채기를 내뱉으며 집에 들어간다.

이 얼마나 아름답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