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했던 하루를 위로하듯, 아인하사드의 붉은 노을이 성수대교를 지나는 버스 창문으로 들어와 김판창의 얼굴을 따스하게 물들였다.

엔씨소프트 036570 KOSPI 591,100 -2.64%

싸게 사려고 발악들을 하는구나,,, 안티가 넘쳐나니 내일은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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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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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종토방에 글 30개를 채운 그는 화룡(火龍) 발라카스가 그려진 커스텀 휴대폰 케이스를 닫고 우수에 젖은 눈으로 저 멀리 엔씨소프트 본사가 위치한 경기도 성남시 판교 방면을 바라봤다.



'야, 판창아. 울 혈원들 스피드 애들한테 맞았단다. 지금 접 가능하냐?'

'...지금 갑니다.'

'야! 지존기사 떴다! 도망쳐!'

'지존기사!?! 설마, 울 서버 최초 데스나이트 그 지존기사?'

'전군 돌겨억~~!'



"..."

잠깐 젊은 시절 추억을 회상하던 사이, 버스가 자택 앞 정류장에 도달했다.

"아저씨~ 내려요~"

'..주가가 더 내린다고?'

김판창은 차가운 표정으로 하차하는 젊은 여자 승객의 뒤를 따랐다.

.
.
.

끼익.

귀가한 김판창을 가족들이 맞이했다.

"왜 이렇게 늦어!"

'...내 매도가 늦었다고?'

"뭐 해! 빨리 씻고 나와서 저녁 먹어! 한참 기다렸잖아!"

'....기다려? 이 여자 저점매수 대기자였군!'


"아빠~"


와장창!


그가 쇼크 스턴으로 달려오던 토끼 같은 딸내미의 아구창을 개박살 낸 건 한순간이었다.

"웃기지 마.. 엔씨는 대장주야.."

"커, 컥!..."

"...하락은 일시적인 거야... 야구장 입장권 가격 올려서 팔면 돼..."

"끼야아아악!!"

그 광경을 목격한 김판창 마누라의 하이톤 비명은 기르타스와 함께 봉인되어 있던 그의 투쟁심을 더욱 자극시킬 뿐이었다.

"켄 라우헬은 천한 노예로 태어났지만, 왕으로 죽었다... 그가 아덴 왕성에 입성했듯이, 나도 분당 신사옥에 음식점을 차릴 거야.."

?

당췌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 없는 딸과 마누라는 고통과 두려움에 몸을 벌벌 떨었다.


푸욱!

"억!?!"

김판창이 무언가를 가방에서 꺼내 크게 휘둘렀다. 와이프는 복부를 찌르는 강렬한 통증에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뭐 오딘? 저거는 리니지 BM 빼박 표절이라,, 소송 걸면 나락 가는 건 시간문제~!!"

푹 푹 푹!


그것은 과거, 최초 93레벨을 달성한 어느 랭커가 엔씨로부터 받은 순금 100돈, 백금,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재료값만 무려 2천만 원을 거뜬히 넘어가는 수제작 한정판 진명황의 집행검 모형 트로피였다. 평소 유튜브에서 리니지 방송을 즐겨보던 김판창이 1억 8천만 원을 더 얹고 사정사정하여 2억 원에 구입한 것이었다.

퍽 퍽 퍽!

뿐만 아니라 김판창은 18K 골드와 다이아몬드 150개, 사파이어 41개 등 각종 보석이 박힌 NC 다이노스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 기념 제작 반지 10개를 양손에 장착한 상태였다. 그는 마치 최근 개봉한 샹치와 수많은 중국산 짝퉁 리니지 게임들 또한 철저히 응징하겠다는 듯한 기세로 주먹을 휘둘렀다.

푹 푹 푹!

",,리니지W~!! 대한민국, 일본, 대만, 러시아 상륙!!"

퍽 퍽 퍽!

"초대박 흥행돌풍~!! 한 달 안에 주가 200% 상승 예정,,~!!!"


김판창은 이웃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에게도 노베르 다이전을 걸다가 체포됐고, 무려 열다섯시간의 강도 높은 조사 내내 당당히 묵비권을 행사하여 동부구치소에 구속 수감되었다.

'죽는 한이 있어도 베르는 없다'

카톡 프로필에 적은 일생의 신념을 수호한 그야말로 진정한 아덴의 기사였으리라...

얼마 후, 마치 그를 기리듯 집 바닥엔 와이프, 딸 모양의 흰색 윤곽선이 그려졌고, 함께 놓인 액정 깨진 휴대폰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피어올랐다.

총 손익 : -496,815,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