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20년 7월
불안한 1위를 유지하고 있던 엔씨 다이노스
전반기 필승조였던 배재환 폼 나락가고 당시 클로저 원종현이 경기를 터트리는 날이 점점 늘어가면서 팬들도 구단도 고민이 시작됨
똥줄타서 트레이드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김종문 당시 NC 단장은
당시 10위를 기록중인 한화 이글스에서 4년 39억원의 고연봉을 받고있던 클로저 정우람을
트레이드로 NC에 데려오기 위해
한화 정민철 단장에게 연락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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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5일 대전구장, 점심 때가 막 지날 무렵입니다. 평소보다 서너 시간 일찍 도착했습니다. 출입문에서 11시 방향으로 중앙 계단이 있고 그 아래 작은 방이 있습니다. 저는 곧장 그리로 갔습니다. 과거 내빈실로 쓰던 곳으로, 포수 후면석 설치 이후 밀실이 된 공간입니다. 미디어 동선과 분리돼 있습니다. 창문 하나 없는 그 곳이 마치 워룸 (war room)처럼 느껴졌습니다. 2개월간 끈 한화와의 트레이드 협상 마지막 날의 기억입니다.
정민철 한화 단장이 이내 들어옵니다. 둘 뿐입니다. 평소 차분하고 논리적인 상대는 "여론으로 급해졌다"는 말을 꺼냅니다. 불펜 투수가 급한 저였지만 상대도 시즌 최다패 불명예를 걱정합니다. 그만큼 서로 솔직해 졌고, 공감의 쓴웃음을 주고받은 것이 기억납니다. 한화는 우리 팀 1라운더 두 명을 협상의 전제로, 내-외야수도 끼우길 계속 원합니다. 그러나 둘 중 한 명은 당시 우리 팀 핵심이었습니다. 그 순간 '아랫 돌 빼서 윗돌 고인다'는 속담이 떠올랐습니다. 원하는 선수 얻겠다고 1위팀 스쿼드를 흔들 순 없습니다. 아주 짧은 순간 제 내면에선 다른 목소리도 들렸습니다. '뭣이 중한데'라고 속삭입니다.'‘지금 불펜 구멍은 내부 자원으론 못 막는데 어쩌려고'라는 걱정과 '오늘 여기서 매듭짓고 싶다'는 유혹이 고개를 듭니다.
이럴 때를 위해 준비한 자료를 꺼냅니다. 그간 협상에서 보인 상대의 의중을 고려하고 우리 팀 내부 의견을 정리한 최종안입니다. 누군가 협상의 전권을 가졌어도 마지막 순간 자의적 판단을 줄이려는 장치였습니다. 마지막 카드는 우리의 또 다른 1라운더 출신 투수와 포수를 묶은 안이었습니다. 여기에 키스톤 백업 내야수를 추가 카드로 쥐고 있었습니다.
"6월 협상 때 (한화가) 원하던 1라운더는 이제 팀 핵심입니다. 그땐 우리도 망설였지만 지금은 불가능합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오히려 상대의 트레이드 의지를 물었습니다. "무엇을 얻고 싶으세요? 즉시 전력 선수입니까, 미래 자원입니까, 1라운더입니까." 시즌 마치면 떠날 대표의 입장 대신 팀 레전드 출신인 단장의 안목을 지지합니다. 핵심 마무리 투수를 내준다는 상대팀 명분을 고려, 우리의 백업 투·타 자원을 활용해 1대4규모까지도 맞춰 주겠다고 했습니다. 대신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 내일 점심 전까지 답이 없으면 판을 접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화와 협상은 그렇게 끝납니다. 다음날 난처해 하는 협상 파트너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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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김종문이 썼던 일간스포츠 칼럼에서 굉장히 상세한 당시 트레이드 조건을 유추할 수 있는데
- 트레이드 물밑협상은 6월부터 있었음
- 한화 단장 정민철은 '구단 시즌 최다패' 불명예를 걱정 중
- 당시 한화가 원했던 카드는 송명기 → 구창모가 드러누우면서 송명기가 대체선발 나서서 시즌 9승 먹으면서 떡상 → 트레이드 불가자원으로 바뀜
- 당시 정우람이 매물에 나왔던 건 맞음
- 김종문의 마지막 카드는 또다른 1라운더 출신 투수(장현식)와 포수(김태군? 김형준? 정범모?) + 키스톤 백업 내야수(김태진) +@(당시 백업 외야수였던 김성욱이나 김준완? 주전급이던 권희동?)
- NC는 백업 투타자원을 활용해 최대 1:4 규모까지도 맞춰주겠다고 제안 → 정민철이 여론에 떠밀려 거절하고 파토남
한화랑 파토나자 병렬 진행하던 KIA, SK, 삼성과 물밑접촉
결과는 알다시피 장현식+김태진 ↔ 문경찬+박정수 였고
문경찬은 이적후 11홀드, 박정수는 15게임 25.2이닝으로 기대한 역할은 충분히 해 주면서 한숨돌린 불펜진이 반등에 성공(김진성 임창민 예토전생)
김종문은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다"며 윈나우를 위해 과감한 트레이드 카드를 각 구단에 제시했고, 결국 통합우승으로 방점을 찍게 됨
3년이 지난 2023년 칼럼에서 김종문은 안경척 하면서 이런 멋있는 말로 글을 마무리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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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드 카드를 맞출 때 비합리적인 판단이 개입하는 순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선수를 맞출 때 지명순서에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잘 하는가, 필요한가 대신 '1차 지명' 같은 간판에 좌우됩니다. 선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 많지만 최고위 결정권자, 미디어, 팬에게 보여 주기 위해 과거의 기준이나 모양새에 기댑니다. 현재 몸 상태, 지금의 운동능력과 태도 등이 어떤 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더 중요한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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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협상을 하면 선수들에게 정보가 안 새어나갈 수가 없는데
당시 NC - 한화 접촉소식을 들은 정우람은 기자들에게 인터뷰를 통해
팬들은 당연히 안고죽자며 여론을 흔들어댐 (인스타 페북 난리나고 갤 주도로 댓글북 순식간에 만들어짐)
저 때 정민철이 여론에 떠밀리지 않고 트레이드를 과감하게 단행했다면 어땠을까?
또 정우람을 1:4 트레이드로 데려온 우리팀은 이후 어떻게 됐을까ㅋㅋ
저때 팔려가지 않은 정우람은 8월 이후 30경기에 더 출장해서 한화가 17경기를 더 승리하는 데 기여했고,
한화는 구단 최다패 기록은 세우지 않았지만 시즌종료 후 이용규를 시작으로 최진행, 송광민, 안영명 등 베테랑을 대거 방출시킴
명절 잘 보내라 엔붕이들아
https://isplus.com/article/view/isp202307170002
https://isplus.com/article/view/isp202307230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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