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Fragment-->

에볼라가 또 검색어순위에 올라와 있기에 기사며 블로그며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 이상한 댓글을 발견했다.

“ 에볼라 바이러스는 공기전염이 가능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루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어쩐지 다루고 있지 않다. 궁금하면 구글에서 검색해보라.”

검색해서 기사를 대충 읽어보니 최근 에볼라의 공기 전염 가능성을 시사하는 2012년의 연구(캐나다)가 최근 대중들에게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며 기자들에게 수백통의 메일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연구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에볼라에 걸린 6마리의 돼지들이 있었고 그로부터 8인치 떨어진 곳에 4마리의 원숭이들이 있었다. 두 종은 서로 다른 케이지에 분리되어 있는 상태였는데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숭이들이 모두 에볼라로 사망했다. 이는 에볼라가 다른 종에게로 전염이 가능하며 공기를 통해 전염될 수 있다는 증거가 된다.

이 연구 결과가 사람에게도 적용될까?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1. 공기 전염이 불가능하다는 입장

돼지의 경우 에볼라 바이러스가 주로 폐에 머물며 활동하기 때문에 기침과 재채기를 할 때마다 바이러스가 바깥으로 나온다. 사람의 경우 에볼라 바이러스는 주로 간장에서 활동 하기 때문에 피, 배설물에 바이러스가 응축되어 있다. 에볼라 환자가 재채기를 해서 침방울이 튄다고 하더라도, 침방울이 튈 수 있는 거리는 매우 짧으며 실제 환자들과 가까이에서 접촉하는 의료진들은 모두 보호복을 입고 있으므로 전염될 우려는 없다.

(본문: http://www.vox.com/2014/8/10/5980553/ebola-outbreak-virus-aerosol-airborne-pigs-monkeys )

그러나 이 글을 읽고 ‘아, 공기전염의 가능성은 없구나.’ 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환자의 피와 배설물에 바이러스가 가장 많기는 하나, 침도 역시 주의해야 하고 감염 환자가 재채기나 기침을 했을 때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보호복을 입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면 결국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니까.

이 글의 가장 큰 허점은 감염 환자에 대한 관리가 허술한 경우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감염 환자가 정부의 눈을 피해 기침과 재채기를 하며 거리를 돌아다니고 -> 땀 난 손으로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 그 손잡이를 누군가 잡았다가 -> 습관적으로 손톱을 물어뜯고 -> 집에 돌아 와서 가족들과 김치찌개를 한 냄비에 먹는다면? -> 이 가족들이 다시 기침을 하며 학교로, 직장으로 나간다면? 글쎄, 과연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만일, 부산에서 실종된 라이베리아인이 감염 환자라면?

2. 공기 전염이 가능하다는 입장

(내가 위에서 주장한 내용과 비슷하다). 감염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했을 때, 눈 코 입으로 바로 바이러스가 들어올 수도 있고, 손이나 머리카락에 들어왔다가 그 사람이 눈 코 입으로 손을 가져다대면서 감염될 수도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액체 속에서, 마른 물체 위에서, 39도나 되는 온도에서도 며칠간 살아 있을 수 있다. 정부가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에볼라가 공기 중으로 전염될 수 있는 질병이며 더욱이 에볼라 감염 환자가 같은 방에서 생활한다면 아주 쉽게 전염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본문: http://naturalon.com/ebola-transmission-by-air-confirmed/ )

추가적으로, 아직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보균자에게서는 전염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처음 시작되는 증상이 발열, 오한, 인후통, 두통, 설사 같은 애매한 것이기 때문에 감염자가 티내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이 알아차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결국, 정부가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고, 라이베리아인 실종건으로 볼 때 감염자가 나온들 정부가 제대로 통제할 능력도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수건도 다 같이 쓰고 한 냄비로 찌개도 같이 먹는 집안이 많은 나라에서 알아서들 조심해야겠지... 손 잘 닦고 항상 청결 유지하고 최대한 다른 사람과는 물건 따로 쓰는 정도라도 잘 지켜보자. 감염된 다음에는 검증도 안 된 약이나 먹어야 할텐데 어차피 정부 못믿을 바에는 예방이라도 잘해야지.

한 줄 요약: 에볼라 공기 감염 가능성 높음. 예방 수칙 잘 지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