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라! 곧 도착한다.”

“시간이 없습니다. 놈이 낌새를 채고 폭발 시간을 앞당기려는 것 같습니다. 지금 막지 
못하면 부산 한복판에서 25톤의 폭발물이 폭발합니다. 몰카를 이용해 암호를 알아냈으니 안으로 들어가 원격조종 컴퓨터로 카운트를 
중지시키겠습니다.”

말릴 틈도 없이 곧바로 탕탕 몇 발의 총성이 들려왔다.

“크헉!”

“뭐야?”

“맞, 맞았습니다. 암, 암호는 오, 오후….”

탕! 다시 한 발의 총소리 더 들려온 뒤 이어폰에서는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수광 요원? 이수광?”

마음은 급한데 퇴근시간이라 도로에 차들이 주차장처럼 늘어서 있었다. 은요일 요원은 택배 
오토바이 한 대가 자동차들 틈으로 달려오는 것을 보고 급히 차에서 내렸다.

택배 오토바이를 빌려 탄 은요일 요원은 최대 속도로 달려 10여 분 만에 산 중턱에 
별장처럼 버티고 있는 한 채의 고급주택 앞에 도착했다.

은요일 요원은 권총을 앞세우고 곧장 출입문으로 다가가 문을 발로 차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서재의 문이 발쯤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

권총을 겨눈 채 서재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던 은요일 요원은 문을 활짝 열며 안으로 들어갔다. 
서재에 두 사람이 권총을 쥔 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한 사람은 테러범이었고 한 사람은 이수광 요원이었다.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총을 
쏜 것 같았다.

은요일 요원은 이수광 요원과 테러범의 목에 손을 대보았다. 둘 다 맥이 뛰지 않았다.

“제길!”

은요일 요원은 휴대전화로 구급차를 부르며 책상으로 다가갔다. 책상 위에 노트북 한 대가 
켜진 채 있었는데 화면에 디지털시계가 떠있었다. 그런데 모니터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고 있었다. 폭탄이 터지려면 이제 9분밖에 남지 
않았다.

국정원 요원들은 오늘 아침에 폭탄테러에 대한 첩보를 입수했다. 제3의 물결을 의미하는 
‘3류’라는 반사회적 조직이 사제폭탄으로 대규모 테러를 기획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국정원 요원들은 발 빠르게 움직여 점심때쯤 3류 조직원 2명을 체포했다. 그들을 심문해보니 
테러계획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폭탄이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조직원들이 모두 개별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폭탄을 제조하는 사람, 설치하는 사람, 그 폭탄을 원거리에서 컴퓨터로 조종해 터트리는 사람이 모두 다르고 각자 자신의 일만 해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검거한 테러범들을 통해 겨우 알아낸 사실은, 폭탄의 폭발시간은 테러범들의 종합상황실격인 어느 
가옥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원격으로 조종하며, 그 가옥에는 세 사람이 번갈아가며 이틀씩 거주하는데 이 세 사람도 서로 만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한 사람이 집을 비우면 다른 사람이 그 집에 들어가 전임자가 하던 일을 계속한다는 것이었다.

폭탄을 컨트롤하는 컴퓨터의 비밀번호는 최소한 이틀에 한 번씩은 바꾸는데 세 사람은 서로 
만나거나 통화를 하지 않고도 다음 사람이 바뀐 비밀번호를 알 수 있게 어떤 방법으로 알려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체포한 3류 조직원들은 폭탄제조 
담당이어서 더 이상 자세한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은요일 요원이 노트북 앞에 앉아 어딘가에 설치되어 있는 폭탄의 카운트를 멈추게 하려고 하니 
비밀번호를 묻는 창이 떴다. 비밀번호를 모르면 카운트를 중지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수광 요원은 비밀번호를 알아냈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이수광 요원은 죽었다.

은요일 요원이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죽은 이수광 요원을 돌아보는 순간 이수광 요원의 권총이 눈에 
들어왔다. 죽은 테러범이 쥐고 있는 권총은 이수광 요원을 향하고 있는 반면 이수광 요원이 꼭 쥐고 있는 권총은 테러범이 아닌 다른 뭔가를 
가리키고 있는 것 같았다. 이수광 요원의 권총이 향해 있는 책상 옆으로 시선을 옮기자 책꽂이에 달력이 걸려있었고 시계가 걸려있었다. 
007line 상표가 붙어있는 시계는 죽어 멈춰 있었고 달력에는 이런저런 메모들이 적혀 있었다.

“그래! 이수광 요원은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도 내게 뭔가 힌트를 주고 싶었던 거야. 그리고 
그의 마지막 말은 ‘암호는 오후…’였어. 테러범을 사살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도 총에 맞은 이수광 요원이 뭔가를 쳐다보며 내게 암호를 
알려주려는데 죽어가던 테러범이 다시 총을 한 방 더 쏴서 이수광 요원의 입을 막은 것이지. 이수광 요원은 도대체 뭘 쳐다보며 내게 암호를 
알려주려고 했던 걸까?”

은요일 요원은 달력과 시계를 살피다 달력에 적혀있는 ‘barobook’이라는 영문자를 처넣고 
엔터키를 눌렀다. 그랬더니 ‘숫자만 입력이 가능합니다.’라는 글이 떴다. 그래서 달력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를 암호창에 넣어봤다. 틀렸다는 
안내문이 떴다.

“시계에 적혀 있는 숫자가 007이니까, 오늘 날짜인 9일에서 7칸 앞의 날짜, 2011년 
07월 14일….”

은요일 요원이 중얼거리며 ‘20110914’를 입력하자 ‘2번 틀렸습니다. 다시 틀린 암호를 
입력하면 컴퓨터가 폭발하니 주의하십시오.’ 하는 경고문이 떴다.

컴퓨터가 폭발한다는 것은 폭탄의 카운터가 현재 입력된 대로 진행되며 폭탄이 터지는 것을 
멈추거나 폭발시간을 끝내 변경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이제 남은 시간은 5분뿐이었다. 은요일 요원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신이 
마음대로 변경한 암호를 다른 사람이 알 수 있게 알려준다. 이수광 요원은 암호가 오후라고 했다. 그런데 암호는 숫자다. 테러범들이 이 컴퓨터를 
쓰기 전에 사전에 서로 약속한 대로 무엇인가를 보고 전임자가 바꾼 암호가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그 순간 은요일 요원이 손뼉을 쳤다.

“그래! 암호가 뭔지 알 것 같아.”

문: 폭탄의 폭발을 멈출 수 있는 원격조종 컴퓨터의 암호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