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발걸음이 멈췄던 그곳에
조용히 다가갔다.
여전히 나의 시간은 그곳에 멈춰있었지만
지난 계절의 흔적은
지저분하게도 쌓여있었다.

당신은 이곳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겁에 질려 안절부절 못하는
내모습이 보인다.
아마 수만가지 생각이 떠올랐으리다.
하지만 당신은 얼음보다 차가웠다.
당신의 마음은 이미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마냥
갈가리 조각이 나 있었다.

그렇게 나만 멈춰있던 것 이었다.
여전히 그때 그 시간의 굴레에서
헤어나오지못하고 있던것이다.

아마 내 눈물은
당신의 마음을 어찌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내 절규는
당신의 냉정함을 녹이지 못했을 것이다.

난 돌아섰다.
멈춰있던 그 시간들을
당신의 마지막 발길이 닿았던 그길에
내려놓았다.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으리.

애궂은 담배만 질겅거리며
나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난 알고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몇일 후 또는 몇주 후
혹은 몇달 후 아니면 몇년 후
결국 다시 돌아와
빛바랜 사진첩 뒤적거리는것 마냥
그 시간들을 짊어지고 돌아갈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