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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 게이임 이따 간담회에서 할 연설문 써봤다 모바일에서 작성

ㅇㅇ(61.84) 2022.05.01 11: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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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정말 반갑습니다. 1년에 한 번 이렇게 함께 보는 아주 소중한 기회인 것 같습니다. 세 분 건의 말씀도 잘 들었습니다. 내용이 참 좋습니다. 전문가 수준입니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직접 정책 보좌를 받거나 내각을 통해서 도움을 받고 있는 수준 못지않은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대통령으로서 가슴이 뜨끔한 데가 있습니다.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내용은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뜨끔합니다. 첫 번째는 세 분 위원님께서 말씀하신 내용 중 구체적인 특별한 내용 이외에는 정책기조가 똑같은 방향에 서 있는데 왜 같은 말씀을 반복하실까 하는 의문이 생기고요, 두 번째는 건의 중에 원칙이나 신뢰, 일관성, 국민적 합의,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이 말씀이라는 것은 ‘이 점에 있어서 우려가 있다.’는 것을 표명하신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잘 알아들었습니다. 제가 구구하게 변명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그런 문제점이 있습니다.

제가 뜨끔했던 첫 번째 문제에 관해서 말씀드리자면, 모든 정책이 우리가 지향한다고 다 그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거기로 가려고 하지만 막히는 수도 있고 부득이 돌아가야 되는 수도 있고 또 지체되는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이해를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변명을 조금 하겠습니다. 저도 신문을 직접 보기도 하고 또 신문을 요약 분석한 보고를 따로 받기도 하는데, 신문 보고 나가서 참모들하고 대화를 하면 자꾸 엇나갑니다. 결국 나중에 맞추어 보면 제가 부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무리 대통령이 긴장하더라도 정보가 입력이 되는데 이것은 몇 날 몇 시 어느 자리에서 누구에게 들은 얘기이고, 이건 몇 날 몇 시에 어느 보고서에서 본 얘기고, 이것은 어느 신문에서 본 얘기고, 이게 구분이 되지를 않습니다. 정보라는 것은 접수되면서 일정하게 그럴 듯하다 싶어서 반응 딱 일어나면 그냥 자기의 기억으로 입력되어 버리는 것이지요. 입력되면 그런 인식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 인식을 가지고 있다가 그 일을 책임지고 있는 참모하고 만나서 얘기해 보면 이게 말이 앞뒤가 안 맞습니다. 우리 안보실 참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차례 그런 것을 반복한 다음에는 요즘은 늦더라도 좋으니까 좀 기다립니다. 안보실의 보고를 먼저 받고 그 다음에 신문이나 이런 것은 구문으로 다시 참고삼아 정리하는 이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됐을 때 제 판단에 오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러면 주는 것만 받아먹고 시민들의 폭넓고 다양한 정보는 차단되는 것 아니냐 그런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신문, 방송, 인터넷, 이 모든 정보를 정부가 전부 실시간으로 정리를 합니다.

정부의 정책에 관련된 기사 중에 사실과 의견이 맞는 것은 전부 정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다음에 잘못된 것은 전부 고합니다. 이것은 언제까지 법을 고쳐야 되니까 입법 조치를 취하겠다, 이것은 언제까지 시행령을 고치겠다, 이것은 예산 조치하겠다, 이것은 우리가 그냥 처분으로서 알아야 하겠다, 전부 보고서를 쓰게 되어 있습니다.

이 보고서를 쓰면 그것을 우리 정책실에서, 국무조정실에서 1차적으로 점검하고, 국내언론비서관실에서는 기사 건수를 전부 점검해서 주간 보고를 저한테 하게 되어 있습니다. 요즘은 제가 너무 바빠서 비서실장이 한번 더 챙겨 보고 월간 보고로 줄여 달라고 했습니다. 시스템이 안착됐기 때문이지요.

틀린 보고면 어떻게 하느냐, 대강 어중간한 것은 넘어가고, 심하고 명백한 것은 반드시 정정보도를 청구합니다. 정정요청을 듣지 않으면 정정보도 신청을 냅니다. 그래도 안되면 소송까지 갑니다. 물론 정정보도도 있고 반론도 있고 합니다. 그 다음에 항의도 있고요. 항의 정도로 하고 끝내는 것도 있고, 절반은 맞고 절반은 엉성해서 오해가 생길 소지가 있는 것은 해명을 달아 줍니다. 이 활동을 계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결과를 제가 전부 수렴해 가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정보를 흘려 버리는 일은 없습니다. 개인이 혼자 이 신문 저 신문 뒤적거리는 것보다는 훨씬 더 체계적이고 완벽하지요.

그래서 이제 신문기자들이 글을 쓸 때 무척 조심합니다. 사실을 확인하는 습관이 점차 붙어갑니다. 함부로 쓰지 않습니다. 대신에 괘씸하거든요. 옛날 공무원들은 안 그랬는데, 요즘 공무원들은 또박또박 말대꾸를 한단 말입니다. 옛날 장관님들은 기사가 뭐가 나갔든 간에 장관이 ‘기사 잘 봤네. 언제 술이나 한잔 하지.’ 설사 술을 사지 않더라도 이렇게 말합니다. 인사를 이렇게 하고 넘어가는데, 요즘은 장관이 안 나오고 국장, 과장, 사무관들이 나와서 ‘당신 기사 정확하지 않소.’ 또박또박 따지니 괘씸하게 됐단 말이죠.

어쩌겠습니까, 철저히 파는 거지요. 정말 먼지 나는 것이 없는지, 잘못된 것이 없는지 철저하게 파지요. 그러니까 공무원들이 정신 바짝 차려야지요. 대통령이 일일이 다니면서 감사원장이나 장관에게 내부감사 잘하라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알아서 철저히 챙겨 주니까요. 그렇습니다. 괜찮은 시스템 아닙니까,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지금 국민들한테 원칙 없는 정부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슬픕니다. 그러나 어쩔 수 있습니까, 슬프다 말하고 또 노여워하면 그것도 문제가 되고 그렇지요.

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부터 어디 가서 강연할 때 절대로 빠트리지 않는 말 한 마디가 신뢰입니다. 민주주의 못해도 신뢰가 있으면 사회가 유지되고, 민주주의를 해도 신뢰가 무너지면 사회가 유지될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신뢰를 우리 사회에서 최상의 위치에 있는 가치로 본다, 항상 그렇게 얘기를 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정책 신뢰성이 계속 문제가 되니까 이 또한 제가 또 부끄러운 일입니다. 일관성과 신뢰라는 것은 사실은 비슷하게 맞붙어 있는 것이지요.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원칙들이, 제가 존중하고 꼭 실현하고 싶었던 참여정부 최대의 목표가 지금 이렇게 지적받고 흔들리고 있습니다. 좀더 노력하겠습니다. 아니면 좀더 냉정하게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숙제입니다.

말씀이 나온 계기에 건의해 주신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겠습니다. 상호주의에 대칭되는 원칙은 일방주의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상호주의에 대응하는 참여정부의 정책은 실용주의입니다. 왜냐하면 상호주의라는 것은 형식적이고 경직된 원칙이 될 수 있습니다. 남북관계를 해 나가는 데 조건과 서로의 처지가 너무 다르고 생각도 다릅니다. 어떤 분이 말씀하는 것처럼 ‘네가 한 대 때리면 나도 한 대 때리고 이게 상호주의 아니냐,’ 이렇게 얘기할 수 있지만 남북관계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인 평화, 신뢰에 맞느냐, 맞지 않느냐를 놓고 그때그때 판단해야지 상호주의라는 원칙에 묶어두면 안됩니다. 결코 일방적인 퍼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장기적인 목표를 놓고 신뢰를 확보하고 결국 남북 간 대화로써 보다 더 큰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유익한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상호주의에 대응하는 정책개념은 실용주의라고 이해해 주십시오.

대북 송금사건 수사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명시적으로 반대의견을 표시한 적도 없습니다. 이것이 많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만, 남북 간 대화와 교류를 하는 데 국민들이 투명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저는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추세가 비록 통치행위라 할지라도 투명성과 합법성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있어서 제가 이 점은 참여정부부터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수용했습니다.

사실은 남북관계에서 초법적인 통치행위가 성립할 소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단 하나, 국민들이 수용해 줄 때만 최고 통치권자의 초법적인 통치행위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지,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마당이면 어려운 것 아니겠습니까, 잘했는지 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당시 저의 선택이었습니다. 이것도 하나의 원칙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북한에서 대화를 중단했을 때 한국도 중단해 버리고, 일방적 통보가 왔을 때 내가 거절하라고 했습니다. 한 번은 거절했는데, 우리 통일부가 어떻게든 일이 되게 하려는 부처이기 때문에 명시적으로 지시를 내려고 해석을 조금 달리해 가지고 어지간하면 대화를 끊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 점을 크게 문책하지 않았습니다. 문책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여러 가지 대북 지원이 중단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원칙이라기보다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대북 지원을 끊고 있는 것은 인도주의 원칙, 상호주의 원칙이라기보다는 그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겠다는 판단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그 외에 동시행동 원칙이나 정부,민간 분리 원칙, 다 동의합니다. 미국 정부와 의회를 설득해야 된다, 비핵 공영, 이런 이름을 쓰진 않지만 이렇게 가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공부해서 좋은 이름을 차용하든지 한번 검토해 보겠습니다.

냉전구조 해체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큰 틀의 합의를 북핵문제 해결과 함께 가야 합니다. 9,19공동성명에 이 문제가 다 들어 있습니다. 평화체제 협상에 관한 조항, 동북아 다자 안보체제까지 언급되어 있습니다. 9,19 공동성명이 지금 표류하고 있으니까 아무 가치가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거기에는 동북아 다자 안보체제라는 새로운 개념이 들어 있습니다.

한국이 북핵문제 해결에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했을 때 9,19 성명이 나왔습니다. 그 뒤에 BDA(방코델타아시아) 문제가 딱 걸렸는데, 참 저도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중국에서 9,19성명을 서명하고 있는데 2,3일 전에 미국 재무부에서는 이미 방코델타아시아에 대한 계좌 동결조치를 해 버린 것입니다.

미국 국무부가 미처 몰랐던 것 아닌가, 베이징에서 모르는 상태에서 그 하루이틀 전에 제재는 나와 버렸고 나온 것을 풀지 못하고 여기까지 와 버린 것 아닌가, 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또 나쁘게 보면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 이렇게도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와 국무부 사이에 이 점에 대한 원칙을 해석하는 것이 달라서 정치적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듭니다. 재무부는 법대로 가자고 주장할 것으로 추측이 됩니다만 알 수가 없습니다.

9,19공동성명이 탄생하자마자 땅에 묻혀 버렸지만, 봄이 오면 싹이 트듯이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와 평화 구축, 나아가 동북아시아 다자안보체제와 평화체제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방향으로 가겠습니다.

대북정책 협의체제, 각계각층의 대표적 지도자나 원로들 모아 놓으면 서로 대화가 잘 안됩니다. 말을 다르게 쓰고 있거든요. 이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우리가 식민지 시대와 좌우대립을 심하게 겪었고 전쟁까지 치르고 독재라는 세월을 거치는 동안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게 돼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개념이 달라 언어가 서로 통하지 않습니다.

국민통합, 참 좋은 얘기인데 이것을 못하고 있는 거지요. 제가 이것 한번 해 보자고 맨 처음에 고건 총리를 기용했었지요. 그래서 고건 총리가 다리가 되어서 그쪽하고 나하고 가까워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그랬는데, 오히려 저하고 저희 정부에 참여한 사람들이 다 소외되는 그런 체제에 있는 것이지요. 중간에 선 사람이 양쪽을 끌어당기질 못하고 스스로 고립되는 그런 결과가 되기도 하고요. 결과적으로 실패해 버린 인사지요.

링컨 대통령의 포용인사가, 제가 김근태 씨나 정동영 씨를 내각에 기용한 그 정도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링컨 대통령은 책에 오래오래 남고 남들이 연설할 때마다 그분 포용인사했다고 인용하는데, 저는 비슷하게 하고도 욕만 얻어먹고 사니까 힘듭니다. 링컨 흉내를 내려고 해 봤는데 그게 잘 안되네요. 재미가 별로 없습니다.

여기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거든요. 이 사안은 통일,외교,안보정책 사안이고, 큰 틀에 있어서 안보의 영역에 포함되는 일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지요. 안보 문제와 표리관계가 있는 것이지요.

우리가 통일을 왜 해야 합니까, 더 잘살기 위한, 더 사람답게 살기 위한 목표가 있을 것입니다만, 더 절실한 것은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서 아니겠습니까, 일단 평화를 확보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문제고, 그 다음에 이를 통해 우리가 좀더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면 더 좋은 것이고요. 핏줄을 같이하고, 말을 같이 쓰고, 문화를 함께하는 사람이 하나로 함께 통합되어서 사는 것이 보다 사람답게 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통일해야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평화입니다.

평화라는 것이 안보의 핵심 개념이거든요. 안보가 뭐냐, 전쟁에서 이기는 것도 안보의 목정기고 평화도 안보의 목적 아닙니까, 그러나 고유의 의미에서 우리가 안보라고 얘기할 때는 평화를 지향하는 국가적 활동이지요. 전쟁에서 이기는 것보다는 전쟁을 예방하는 것이지요. 전쟁에서 이기는 안보보다는 평화를 지향하는 안보라는 개념을 확실히 하면 좋겠습니다.

대화를 지향하는 안보를 해야 됩니다. 안보를 위해서 끊임없이 대결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안보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상대를 경계하게 되는 것이지요. 거기에 적대적 감정이 들어가고 불신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안보가 전쟁을 예방하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가 전쟁을 예방할 수 있겠습니까, 적이 공격했을 때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는 수준, 나는 털끝도 안 다치고 아니면 찰과상 정도 입거나 타박상 정도 입고 완전히 제압하는 수준이라면 확실하지요. 안보를 위한 대비가 확실한 것입니다. 적어도 공격을 해서 이길 수 없다, 따라서 점령할 수도 없고 지배할 수도 없는 단계를 한번 생각해 봅시다. 이겨도 점령하지 못하고 점령해도 지배하지 못하면 전쟁을 일으킬 이유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런 가능성이 없으면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전쟁을 시작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기지 못할 수준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한 대 때리려고 하다가 한 대 반을 맞을 형편이면, 팔 하나 부러트렸는데 자기 팔은 두 개 부러져 버릴 형편이면, 제정신 가진 사람이라면 싸움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목적을 어디까지 둘 거냐, 힘의 비교를 어느 정도에 둘 거냐를 판단해 보고 정신없는 짓 안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상대를 평가해 보는 겁니다. 상대가 제정신이 멀쩡한 사람인지, 아니면 믿을 수 없을 만큼 제정신이 아닌 사람인지, 아니면 머리가 아주 나쁜 사람인지를 판단해 봐야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전제를 할 때 부도덕한 사람,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비정상인 사람으로 전제를 하는 거지요.

그래서 제가 대통령 후보가 됐을 때 패널들이 저한테 ‘노 후보, 김정일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오,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라고 물을 때 ‘예’ 하면 그날로 박살나는 겁니다. ‘아니오’ 해도 곤란합니다. 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는 것이 한국의 정치 풍토, 정치 문화 아닙니까,

그 사람도 판단력은 있겠지요. 민주주의 사회 기준의 사고력과 분석력을 가지고 있는 판단력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산주의 또는 주체사상이라고 하는 그 체계에 맞는 수준과 기준에서는 적어도 판단력이 있지 않겠느냐, 쉽게 말해서 사람이 저 죽을 짓 하겠느냐, 이런 것입니다.

완전히 궁지에 몰리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것도 상상할 수 있는 것인데, 죽을 짓까지 무릅쓸 만큼 이상한 사람이냐에 대해서까지는 우리가 합의를 못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 사회가 그 정도 합의가 안되는 겁니다. ‘저 사람 제정신 맞아,’ 하면 어떤 사람은 설마 제정신이겠지, 어떤 사람은 완전히 정신이상이야, 이런 겁니다. 그래서 ‘멀쩡할걸.’ 이러면 그날로 박살이 나는 겁니다.

이 기준을 가지고 우리의 안전을 점검하는 것입니다. 전쟁을 예방한다고 할 때 어쨌든 전쟁에 이기더라도 많은 손실을 입으니까 안 나게 해야 하는데, 그 억지력의 판단 기준이 정상적인 사람을 기준으로 할 거냐, 돌아버린 사람을 기준으로 할 거냐, 이 문제를 가지고 우리 한국이 얼마만큼 심각하게 싸우고 있는지 아십니까, 신문에 나오는 만화 비슷한 얘기들이 사실은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제정신 가진 사람이면 지금 한국을 향해서 북이 도발적 행위를 한다는 것은 바로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적절하게 관리해 나가면 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끔 저희더러 사상 검증을 하자는 거지요. 장관 지명해서 국회 청문회 나가면 ‘6,25가 남침이오, 북침이오,’ 묻거든요. 제가 6,25전쟁이 남침인지 북침인지도 모르는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한 만한 사고력을 가진 대통령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지 않습니까, 참 억울합니다. 저는 제정신입니다. 이래서 어렵습니다.

모든 것을 전쟁이나 힘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대화로써 해야 되는 것입니다. 이 대화의 전제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 나아가 존중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이 옳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해야 됩니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해야 됩니다. 이것이 철학적으로 상대주의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한마디로 ‘관용’이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지요. 관용이 대화의 전제지요.

대화를 통해서 남북 문제를 풀어 가고 주먹을 꺼내기 전에 먼저 발로 해결하는 것이 대화를 통한 안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남북 간 대화하려고 하는데 인간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이거지요.

또 우리 국내에서도 대화를 하려고 하니까 인간에 대한 인식이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척사위정론이라고 하는 사상체계를 가지고 서학(西學)한다고 수백 명씩 잡아 죽이고, 마침내 1866년 병인사옥 때는 8천 명을 잡아 죽였지 않습니까, 선비정신 같이 좋은 것은 우리가 이어받아야 되겠지만 우리나라의 전통적 사상에 이 같은 위험한 요소가 내포되어 있었다는 것을 우리가 다시 한번 돌이켜 봐야 됩니다. 사문난적(斯文亂賊), 척사위정(斥邪衛正) 두 말로 표현되는, 철저히 타도해 버리는 문화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안보에 대해 조용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부가 안보, 안보하고 계속 떠들어야 안심이 되는 국민의식이 정말 힘듭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쐈습니다. 함경북도 앞바다 쪽으로 미사일을 쐈는데, 한국으로 그 미사일이 날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다 알고 있는 일 아닙니까, 정치적 정세, 안보적 정세가 장기적으로 총체적으로 서서히 변화해 가는 것이지, 그날 전쟁 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새벽에 비상을 걸고 ‘국민 여러분! 미사일을 쐈습니다. 라면 사십시오. 방독면 챙기십시오.’ 이렇게 해야 합니까,

아침에 보고를 받았습니다. 긴급히 안보상임회의를 소집하자고 했는데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국민들을 놀라게 할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그래서 11시에 모여서 관계장관 간담회를 했습니다. 간담회로 하나 상임위원회로 하나 새벽 5시에 모이나 낮 11시에 모이나 그 일처리에는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예측하는 단계에서 달라지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나라 안보, 그렇게 북치고 장구치고 요란 떨지 않아도 충분히 한국의 안전을 지켜낼 만한 국력이 있고 군사력이 있습니다.

국방비 올렸지 않았습니까, 저를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은 군비 축소해서 복지에 써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저는 군비를 축소하지 않았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북한에 대한 군사력만이 완전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군사력이 약해서 중국과 일본의 군사력을 당해내지 못하고 한반도에 힘의 공백 상태가 생기면 임진왜란, 청일전쟁, 러일전쟁처럼 전쟁터로 변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외국 군대가 우리나라에 와서 전쟁을 못하게 할 정도의 국방력을 가지고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중국과 일본, 미국 사이에 중첩적인 잠재적 적대 관계가 동북아시아의 다자안보 체제, 동북아시아 공동체 같은 새로운 구상을 통해서 전환되기 전까지는 한국은 상호주의의 국방력을 가지고 있어야 됩니다.

그래서 국방비를 결코 줄여서는 안된다고 했지만, 대북정책에 대해 국민들을 밤낮없이 불안스럽게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안보 괜찮습니다.

여러분께서 이 자리에서 박수를 쳐 주셨습니다만, 여론조사할 때는 전부 가위표를 치셨을 겁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까 네 편 내 편 할 것 없이 전부 잘못했다고 다 가위표를 쳐 놨는데 정말 정치라는 것이 어렵구나, 양심껏 소신껏 했는데 그렇게 하면 판판이 깨지는 것이 정치구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대로 계속 갈 수 없습니다. 달라질 것은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터질 때는 터지더라도 다르게 할 건 다르게 하겠습니다. 그게 단임 정신 아니겠습니까.

고향 친구들 만나기가 제일 미안합니다. 고향 친구, 학교 동창들은 저 대통령 만들려고 다니면서 친구들한테 표 찍으라고 했는데 지금은 몰리고 있으니까, 어디 술자리 가서 괴롭기 짝이 없지요. 그런 애로사항은 있습니다만, 그 사람들 체면보다 더 큰 게 국가의 미래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원론적으로 몇 가지 말씀드렸습니다만 실례를 들어서 얘기를 하겠습니다. ‘이라크 파병 왜 했냐.’ 이런 얘기가 나올 수 있지요. 또 ‘미국하고 왜 껄끄러워졌냐.’ 고 묻기도 합니다. 저는 껄끄러워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렇게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맨 처음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북핵문제를 놓고 북한에 대한 무력공격설이 미국 신문과 우리 신문에 난무했습니다. 책임 있는 사람들이 말했다, 안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신문에 난무하면 거기에 대해 국민들은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무력공격은 안된다.’ 고 얘기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러면 미국하고 일 생긴다.’ 면서 우리나라의 안보와 안보논리를 주도해 왔던 사람들이 ‘큰일 났다.’ 고 했습니다. ‘노무현이 미국하고 관계를 탈내겠다.’ 고 그러는 겁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어떻든 전쟁은 안된다.’ 했습니다.

왜 그렇게 했겠습니까, 여러분이 지금 그런 대로 쓸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검증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옛날에 사귀던 친구 보고 우리 집에 놀러 오라고 했을 때 놀러 오면 내가 아직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겁니다. 돈 좀 꿔 달라고 해서 돈 빌려 주면 그거 아주 괜찮은 사람입니다. 돈 안 빌려 주면 ‘내가 요새 한물가는구나.’ 이렇게 생각해야지요.

한국이 괜찮은 나라면 여행하는 사람이 많이 오고, 돈 빌려 주는 사람이나 투자하는 사람이 있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투자가 끊어질 거다. 돈 빌리러 갔더니 가산금리를 더 내라 한다.’ 고 했습니다. 이 말은 한국에 돈 빌려 주기 싫다는 것과 같은 겁니다. 국가가 돈을 빌릴 수 없게 되면 그때부터 위기로 갑니다. 돈 빌려 달라 했을 때 안 빌려 주면 그때부터 철저히 단속하고 재빨리 신용을 회복하지 못하면 바로 1997년 외환위기 같은 사태로 굴러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통령은 미국을 한 번도 안 가 본 사람으로 바뀌었고 ‘전쟁은 난다.’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안팎곱사등이가 됐지요. 북핵문제를 가지고 전쟁은 없다 해야 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미국하고 관계가 돈독해야 하는 것이지요. 돈 빌려 주고 투자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제일 처음 묻는 것이 ‘전쟁하냐, 북한이 붕괴하냐.’ 는 것이었습니다. 절대 그런 일 없다고 얘기해 놓고 나니까 ‘미국하고 잘 지낼 거냐.’ 이렇게 물었습니다. ‘잘 지낸다, 괜찮다.’ 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큰일 났다.’ 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미국에서 ‘큰일 났다.’ 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노무현 길들이기 프로그램에 그런 내용이 좀 들어 있기도 하지 않았겠습니까, 천지도 모르고 겁없이 대통령이 된 모양인데 ‘맛 좀 보여야지.’ 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한,미관계가 나빠진다.’ 고 계속 신호 보내서 ‘노무현 기 좀 꺾어라.’ 이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것이 그때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해야 되는 것이 ‘전쟁 없다.’ 이고 또 하나는 ‘미국하고 괜찮다.’ 는 것이지요. 가장 확실한 증명이 이라크 파병 아닙니까, 개인 노무현과 미국의 관계가 아니라 대한민국과 미국의 우호동맹관계가 지속적으로 작동하느냐, 안하느냐의 바로미터였기 때문에 이라크 파병을 했습니다. 1만 명 보내자는 사람, 5천 명 보내자는 사람이 있었고, 전투병 보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또 그 전쟁의 명분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면서 반대하는 분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전투병 3천 명을 보냈습니다. 장사로 치면 장사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습니까, 한,미동맹의 목표를, 한,미동맹의 안전성에 대한 국제적 신뢰라고 하는 목표를 가장 적은 비용으로 달성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 아니겠습니까,

2사단 후방배치에 대해 미국이 얘기를 했습니다. ‘안된다, 인계철선을 가지고 가면 어떻게 하냐.’ 고 말하는 분이 정부 안에서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말 하지 마시오. 미2사단 뒤로 물리시오.’ 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시비가 많이 붙었어요. 한쪽에선 미2사단 물리고 나서 북한이 밀고 들어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지요. 미국이 자동 개입이 안되니까 안 도와줄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다른 쪽에선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북한이 전방에 있는 2사단에 즉각 보복할텐데, 2사단을 빼면 보복할 데가 없어졌으니까 미국이 북한을 때리기 위한 사전준비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2사단 후방배치에 대해 떨떠름하게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반미주의자들이 있어요.

그런데 옮겨야지요. 여기에 원칙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한국군 방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직하게 평가합시다. 언제 역전된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대개 1970년대 후반, 1980년대 초반 때 실질적으로 역전된 것으로 보지 않습니까, 국방력, 경제력 역전이 1985년이라고 잡아봅시다. 1985년에 역전됐으면 지금 20년이 지났습니다.

우리가 북한 국방비의 여러 배를 쓰고 있습니다. 이게 한두 해도 아니고 근 20년간 이런 차이가 있는 국방비를 쓰고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한국의 국방력이 북한보다 약하다면 그 많은 돈을 다 어떻게 했습니까, 1970년대에는 어떻게 견뎌왔습니까, 옛날 국방장관들 나와서 얘기하는데 그 사람들이 직무유기한 것 아닙니까, 그 많은 돈을 쓰고도 북한보다 약하다면 직무유기한 거지요. 정직하게 보는 관점에서 국방력을 비교하면 이제 2사단 뒤로 나와도 괜찮습니다.

기왕에 있는 건데 그냥 쓰지, 인계철선으로 놔두지 왜 시끄럽게 옮기느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시끄럽게 안하고 넘어가면 좋은데 왜 그걸 옮기는 데 동의했느냐, 심리적 의존상태를 벗어나야 한다는 겁니다. 국민들이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는 의지와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야 국방이 되는 것입니다.

미국한테 매달려서, 미국 뒤에 숨어서‘ 형님만 믿겠다.’ 이런 것이 자주국가 국민들의 안보의식일 수가 있겠습니까, 인계철선이란 말 자체가 염치가 없지 않습니까, 남의 나라 군대를 가지고 왜 우리 안보를 위한 인계철선으로 써야 합니까. 피를 흘려도 우리가 흘려야지요. 그런 각오로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미국과 우리 사이에 경제적인 일이나 다른 일이 있어 미국이 ‘그러면 우리 군대 뺍니다.’ 라고 나올 때 이 나라의 대통령이 당당하게 ‘그러지 마십시오.’ 라든지, ‘예 빼십시오.’ 라든지 할 수 있어야 말이 될 것 아니겠습니까, 미국이 ‘나 나가요.’ 하면 다 까무러치는데, 대통령 혼자서 어떻게 미국하고 대등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겠습니까,

완전하게 대등한 외교는 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초강대국입니다. 미국의 세계 영향력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 줘야 합니다. 동네 힘센 사람이나 돈 많은 사람이 ‘길 이렇게 고치자. 둑 고치자. 산에 나무 심자.’ 하면 어지간한 사람은 따라가는 거죠.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를 거역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자주국가, 독립국가로서의 체면은 유지해야 될 것 아니겠습니까, 2사단 빠지면 다 죽는다고 사시나무처럼 떠는 나라에서 대통령이, 또 외교부 장관이 미국 공무원들하고 만나서 대등하게 대화를 할 수 있겠습니까, 심리적인 의존관계를 해소해야 됩니다. 그래서 뺐습니다.

조금 있으니까 미국이 주한미군 숫자도 좀더 감축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래서 ‘하시오.’ 했습니다. ‘비공개로 논의하자.’ 고 하는 걸 ‘공개로 합시다.’ 고 했습니다. 그러면 연기하자고 해서 1년 연기해 감축 논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감축 얘기가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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