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아서 한번 써볼게
일단 나는 20살 대학생 키 172 난쟁이에 20년 살면서 연애 두번밖에 못해본 개 씹 찐따새끼라는걸 알아뒀으면 함
올해 1월에 친구 넷이랑 수능 끝난 기념으로 후쿠오카를 3박 4일로

다녀왔음.

둘째날 저녁에 오마카세 먹고 친구들은 먼저 숙소로 가고,

나는 맥주 사려고 숙소 앞 마트에 갔음

직원이 여권 달라고 해서 여권을 찾는데 어 시발? 여권이없어짐

그때부터 불안하고 흥분해서 음식점부터 마트까지 왔던 길

수십번을 왕복했는데 결국 못 찾음

골목에 앉아서 손은 발발 떨리고 한국 대사관은 전화도 안받음

연신 줄담배를 태우면서 친구랑 심각하게 통화하고 있었음

그 때 모르는 여자가 와서 나한테 여권을 건넴

뭐라고뭐라고 하는데 안도감에 하나도 안들리고 고마워서

90도인사만 한 다섯번은 하고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연발함

그리고 골목에서 같이 담배 피우다가 내가 인스타그램 하냐고

물어봐서 맞팔로우하고 헤어짐
여행 셋째날, 여권을 가방 깊숙히 넣고 온천마을 유후인으로 떠남

유후인 숙소에 도착해서 짐 풀고 관광하러 다니는데 뒤에서 누가

툭툭 쳐서 보니까 어제 만났던 사람임

반가워서 몇마디 주고받다가 내가 몇살이냐고 물어보니까

20살이래. 나도 20살이라니까 동갑이라서 기쁘다고 같이 한번 담배 더 피우고 헤어짐.(헤이세이16년이라는데 찾아보니까 21살이더라)
그 뒤로 나는 귀국하고도 그 여자애랑 거의 매일 디엠하면서 지냄

얼굴이 예쁘장해서 짝사랑했는데 나는 자존감이 낮아서 연애는

생각도 못 한 채로 있었음(사실 내가 못생겨서그런듯)

그렇게 고민 있으면 서로 들어주고 뭐먹었다 자랑하면서 대충

8개월동안 계속 디엠하다가 그제 저녁 사건이 터짐
통화하면서 내가 너는 로망이 뭐야? 하고 물어봤는데, 그냥 낭만이라는 뜻으로만 알고있더라고. 그래서 로망은 미래에 하고싶은 이상적인 상황이나 행동이라고 알려주니까 혼자 신나서 뭐 하고싶고 교복입고 남자친구랑 디즈니랜드 가고싶고 막 20분동안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목소리 깔면서 ‘우리 각자 연애하면 연락은 이제 못하는거야?’ 라고 하길래 아마 그렇지 않을까? 라고 대답함

찐따 근성 나와서 ‘너 나중에 다른 남자친구 생기면 그 연애 응원한다’고 쿨한척 멘트 날리니까 대답이 없음

정적이 흐르다가 전화기 너머로 우는소리가 들려서 당황했음

괜찮냐고 물어봐도 대답이 없다가 해맑은 척 하면서

‘괜찮아’ 하고 전화를 끊어버림

그 때가 새벽 한 시였는데 당황하고 착잡해서 잠도 잘 못잤음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연락도 안와있음

아 그냥 끝났구나 괜히 로망얘기 꺼냈다 후회하고 있는데

친구들이랑 디시 선배님들께서 고백하라고 조언해주심

결국 점심쯤 전화 걸었는데 바로 받더라

존나 삐진 목소리로 왜? 하고 받아서 움찔했는데

사실 너 좋아했는데 고백해버리면 너랑 어색해질 것 같아서

못했던거라고 좋아한다고 눈꼭감고 말함

한 10초 정적했다가 자기도 사실 좋아했는데

답답해서 그랬다고 어제 그말 너무 서운했다고 그러더라고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연애 해보기로 함
이제 연애한지 이틀차 된 짬찌지만 일본은 분명히 한국 연인이랑

정서가 다를 것 같아서 여러가지 공부하고 노력해서 맞춰주고 싶음

근데 일본인 여자는 애정표현에 인색하다는데 그건 아닌거같음

겨우 얼굴 한번 본 여자랑 연애하는것도 웃기긴 한데

나름대로 재미있고 좋을 것 같네
여친은12월에 한국 처음 와본다는데 그때 같이 놀기로함

그때 인증샷한번 올려보겠음
한국여자보다 일녀가 더 연애하기 쉬운데 그걸 자랑하네라고

하겠지만 그것도 맞는것 같음.

긴글 읽어줘서 고맙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