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모솔 여고딩이다.
4월쯤인가, 이른 아침 우리 아파트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이상형에 가까운 훤칠한 애를 보고 설레발을 쳤었다.
며칠 일찍 등교를 하다보니, 매일 같은 시간마다 버스정류장에서 그 아이를 볼 수 있다는것을 알게 됐다.
얼마 전 학원에서 그 아이를 또 보았다. 알고보니 내가 다니는 여고 바로 옆 남고에 다니고 있는 고2짜리였다.
친구 두어명에게 그 아이에 대해 상담을 해보고 다가갈 만반의 준비를 해도 그애는 항상 친구들과 같이 있었고 학원에서 마주쳐도 나를 아는 사람들이 많이 보고 있어서 쉽게 나설 수가 없었다.
핑계야 많겠지만 솔직히 가장 큰 이유는 거절당할 걸 뻔히 알기 때문이다.
가장 큰 것은 외모이다.
솔직히 나랑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자면 그 아이가 더 아까운 건 맞다.
그 애는 키도 크고 이목구비 자기주장이 강하다. 콧대가 에베레스트 산이고 농구 좀 할거같은 마르고 탄탄한 체격에 손 발 다 큼지막하다.
나는 평범한 축에 속하는 얼굴이고, 그마저도 그 애를 마주칠때면 우연인지 비극인지 항상 내 최악의 상태만을 보여주었다.
번따 당한 얘기를 주변에 해도 니가? 하는 반응이 돌아왔으니 말 다했지.
좀 꾸미는 편이긴 해도 평범 이상은 못 벗어나는 듯 하다. 요즘 살도 찌고 있고.
또 하나는 그 아이가 내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이다.
일단 번따라도 하려고 하면 상대도 어느정도 나에게 기본적인 호감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진 않아보인다. 그냥 관심이 없어보인다.
근데 더 끔찍한 건 난 그 애와 정말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라는 거다. 포기라는게 좀처럼 쉽지 않다. 이왕 해보는거 좀 제대로 꼬셔보고 싶다.
어디 얘기할 남사친도 없고 마지막 희망이라도 거는 겸 여기 글 써본다. 누구 하나 기막힌 방법을 주지 않을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