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전혀 있는지도 몰랐던 기억인데
이게 하필이면 이번에 떠올랐었다.
어디 얘기할 데가 없었는데 그냥 푸념 여따가 털어놔버려야징-

내가 유치원 다닐 적에 엄마가 집을 나갔는데,
시간이 좀 많이 지난 뒤에 연락이 되고 가끔 만나게 되었을 때에도
희안하리만치 아무 감정이 안 느껴졌었어.
최소한 밉기라도 해야 정상일 거 같았는데 말이지.

그런데 이번에 떠올랐던 그 기억이 뭔고 하면 대략 이렇다.
나랑 형이 방학동안 큰집에 놀러가있다가 아버지 차를 타고 집에 돌아왔을 땐
이미 안 계신 상태였지.
할머니는 그 년이 애들 돼지 저금통까지 가져갔다고 천하에 몹쓸 년이라고
우리 앞에서 자주 엄마 욕을 하셨었는데,
나는 고부 간의 갈등이 무지 심했던 걸 알고있었기에 그냥 할머니께서
미운 맘에 그러시는 거라고 생각했었어. 

내가 이번에 떠오른 기억이 바로 이 부분.

사실 내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확인했던 것이 장롱 아랫서랍에 들어있던
우리 앨범하고 돼지 저금통이었어.
내가 세수를 하는 중에 쳐울면서 돼지 저금통까지 가져가지 않았다-그러지 않았다-
막 이러면서 어린 맘에 자기암시를 걸었었던 거더만.
그 당시의 울고있던 내가 너무 생생하게 떠올라서 길거리에서 주저앉았었지.
이건 상당한 쇼크더라고 쩝.

여튼 이 기억 때문에 고백해놓은 여자애 앞에서도 인상만 쓰고있고 뭐 그러다가
더 안 좋아지기만 했고.

그래도 열심히 정화한 덕분에 지금은 좀 많이 나아졌네.
여튼 트라우마라는 거 그거 참 무서운 듯.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