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새벽녁에 눈을떠보니 5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다

공동 세면장에서 대충 고양이 세수를 한다음

어제 먹다남은 과자 안주를 입안에 툭 털어 넣었다

밤을 지새서 이미 바삭함이 사라진 과자를 우물거리며 잰 걸음으로 인력사무소로 향했다

미리 와있는 사람이 몇명 있다

커피믹스 하나를 타서 낡은 소파에 앉아 TV에 시선을 고정하니 여러가지 생각이 밀려든다

오늘도 일거리가 없으면 몇 푼 안남은 돈으로 밥이라도 사먹을수 있을지 걱정인데...

운이 좋은 날인가

전화를 끊은 소장이 세명을 지목한다

다행인건 그 세명중에 내가 포함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대충 작업내용을 들어보니 주유소 건물 뒷편 담벼락이 헐어서 무너졌는데

미장질좀 해준다음 주변을 깔끔하게 마무리 해주는 일이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생각보다 일이 오래걸릴것 같진 않았다

날씨가 조금 추운듯 했지만 벽돌을 나르고 공구리를 비비고 하니 금새 몸에 열기가 돌았다

오후 4시 반쯤 시마이 하고

각자 7만원씩 받아들고 다시 인력사무소로 돌아가 소장에게 소개비 5천원을 떼주고나니

6만 5천원이 남은것이다

주머니가 두둑해지니 먹고싶은것도 많아진다

오래간만에 과소비라도 해볼까나

이런 생각을 하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흐른다

혹여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봐 슬쩍 고개를 숙였다

무엇을 먹는것이 좋을까?

통닭?? 감자탕?? 아님 좀 무리를 해서라도 족발??

어느 하나 딱히 고르기가 참 힘들다

이것저것 생각하며 시장안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순대국 냄새가 코를 찌른다

순간 눈에 비치는 순대와 내장들 , 머릿고기가 매섭게 식욕을 자극하기 시작한다

유혹을 뿌리치기 못하고 결국 가게 안으로 들어가

순대국과 간 허파등을 시켰다

물론 소주한병도 잊지 않았다

과식으로 부풀어오른 배를 쓰다듬으며 거리로 나서니 벌써 어둑어둑 하다

배도 부르고 소주한병에 기분도 좋고 밤거리는 더이상 춥지가 않은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