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소설 - 로또 파우스트 5 -
지난 줄거리
- 공부와 담을 쌓은 9급 공시생 강만구는 정신이상자인 고교선배 육지송에게 로또 예상번호를 받고 1등과 2등에 당첨된다. 강만구는 대학
시절 자신을 찼던 여자후배에게 1등 통장 인증도 하고, 비싼 외제차도 구입한다. 하지만 당첨조작 의혹의 받아 농협중앙회로부터 감시를
받는 도중 감시자들에게 로또 1등 인증한 게시판글을 들키게 된다.
3회 : https://gall.dcinside.com/list.php?id=lotto2&no=21573
4회 : https://gall.dcinside.com/list.php?id=lotto2&no=21991
5회
"야 이거 뭐라고 생각해?"
"설마 이게 정말 아까 그놈이 쓴 글 맞는거야?"
"아까 점심때 이 새끼가 갑작스럽게 강남에서 외제차를 뽑았단 말이지.
틀림없어... 농협 서필돈이가 갑작스럽게 사람 쫙쫙 뿌려대는 것도 수상했고,
이거 아까 비밀번호 맞지 않는다는 거 이놈이 글 지우려다가 못 지운거 같아.
상황이 딱딱 맞아 떨어지잖아?"
마른 체구의 깍두기 머리가 광채 나는 눈빛을 희번득 거리며 말한다.
"내가 뭐랬어 서필돈이나 그 새끼들이나 좆나게 구리다고 했잖아."
"야 너 강만구 고시원 뒤질 때 특이한거 없었어?"
강만구가 자동차를 구입하러 나갔을 때 덩치좋은 깍두기 머리가 강만구의 1.5평 고시원을 수색했었다.
"뭐 그냥 있는거라고는 그거 있잖아. 그 뭐더라 공부하는 책, 공무원 책같은 거랑 잡지책 몇권, 옷가지 몇개 외에는 뭐 별로. 아 특이한게 있긴 있는데"
"뭔데!"
"책 몇권 열어봤는데, 책이 거의 새책이더라고."
깡마른 깍두기가 답답하다는 듯 추궁한다.
"씨발 그런 쓸데없는 거 말고!"
"맞아... 그게 아니고 말이지 책속에 쪽지 같은 게 있었는데, 로또 번호 여러개 적힌 종이!"
"그래! 그거야! 그거 어떻게 했어?"
"뭘 어떻게 해 그냥 수상한 거만 보고 전부 그대로 놔두고 오랬잖아. 그냥 놔두고 왔지."
천연덕스럽게 그냥 놔두고 왔다는 말에 깡마른 깍두기는 동료의 머리통을 후려친다.
"이 병신 새끼!"
"야이 개새끼야 내가 그건 줄 알았냐!"
소란스럽게 행동하자 옆자리에서 헤드셋을 쓰고 온라인 게임을 하던 청년이 째려본다.
두 사람은 조용히 목소리를 줄이고, 지금 상황을 정리한다.
"그러니까 강만구하고 육지송이 두 놈들이 농협 상대로 사기를 친거야."
"대출금 체납자 정도가 아니란 말이지? 로또를 가지고 장난질을 친거야?"
"쉿 조용히 말해 새꺄. 하여튼 말이야 이건 큰 껀수야 잘만하면 지금 이 좆빠지는 짓거리 때려치고 좆나게 잘나갈 수 있다는 말이야."
덩치좋은 깍두기가 경청하며 머리를 끄덕거리자 깡마른 깍두기 머리가 말을 이어간다.
"지금부터 서필돈이한테 보고하기 전에 나한테 먼저 얘기해.
그 새끼한테는 정보를 다 주면 안돼.
오늘 외제차 산것까지만 보고 되었으니까 이후로는 우리 둘이서만 정보를 공유한다.
기회를 잘 봐서 날잡은 다음 강만구 새끼를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족쳐서 일단 그 쪽지를 확보하는 걸로 한다."
농협 협력업체 직원인 두사람은 이야기를 마치고, PC방을 나와 동료들에게 휴대전화를 걸어 강만구의 위치를 확인하고, 인파 속으로 사라진다.
강만구는 아까전 PC방에서 글을 올렸다가 지웠을 때의 놀람과 긴장감은 다 사라진 채 자신의 1.5평 고시원에 다시 틀어박혀앉는다.
좌선을 하고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포르쉐를 타고 다닐 뿐더러 통장에 8억이나 든 이 몸이 이런 1.5평 고시원에 계속 있을 필요는 없지.\'
아까 전 도로변에서 주워 온 생활정보지를 좁은 방바닥에 펼쳐 놓는 강만구.
그동안의 이런 불편함도 습관화 되어 별 무리없이 지냈지만, 이제는 그 습관들을 떨쳐버릴 수 있는 여건이 되자 생각이 달라진다.
몸은 편히 뉘일 수 있으나, 눈앞 사방이 벽으로 닫힌 이 독방에서 몇날 몇일을 보냈던가.
저녁 한때 미지근한 물만 나오는 한개뿐인 공동 샤워시설, 절정의 순간을 억눌러 참아가며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화장실.
강만구는 지금까지 이 좁고 불편한 고시원에서 살아온 자신의 처지를 불쌍히 여긴다.
지금 돈으로 아파트를 사기에는 무리고, 원룸보다는 오피스텔이 나아보인다.
대략 5천만원 정도면 풀옵션 오피스텔에 전세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된다.
전세말고 매매를 해도 1억이하 정도로 구매가 가능하다.
\'좋아. 내일 당장 계약하러 가야겠고, 방 얻으면 컴퓨터도 사고, 인터넷도 설치하고, PC방에 갈 필요 없이 에어콘 빵빵하게 틀어놓고 놀수 있겠구나.\'
PC방에서 늘상 시간을 보내던 강만구에게는 아찔하게 기분좋아지는 생각이다.
로또에 당첨되기 전에도 부모님 돈을 가지고 PC방을 차리면 좋겠다고 망상을 했던 강만구이다.
기회가 되면 남은 돈으로 PC방을 차려 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전혀 장사에 아는 바도 없고, 운영을 잘할 자신도 없다.
그저 PC방에서 시간 보내며 놀기를 좋아했을 뿐이라 직접 운영을 하는 건 귀찮은 일이다.
예전부터 강만구는 이렇게 편의를 고려한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귀찮은 사실들은 빨리 잊혀지게 만드는 일에 소질이 있었다.
달콤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로또 당첨 후 이렇게 두번째 밤을 보낸다.
다음날부터 강만구는 바빠진다.
하루종일 부동산 중계인들에게 전화를 하고, 집을 둘러보러 다닌다.
오피스텔 3개 정도를 보러다닌 강만구는 신림동에 1억원 짜리 15평 규모의 오피스텔 매매계약을 맺는다.
에어컨, 냉장고, 각종 편의 시설들이 풀옵션으로 설치되어 있고, 문도 전자동 디지털 도어에 육중하고 튼튼해 보이는 게 보안도 철저해
마음이 놓인다. 그동안 고시원 방문을 잠그고 나가며 도둑이 통장을 훔쳐가지나 않을까 몸에 지참하고 다녔다.
강만구 소유가 된 이곳 7층 오피스텔에서는 시내 거리가 훤히 내다보인다.
구질구질 힘겹게 삶에 쫓겨 발걸음을 옮기는 수많은 사람들과 자동차.
한푼이라도 돈을 벌어보겠다고, 핸드 쓰로틀을 풀로 당기며 인도와 차도 사방으로 내달리는 퀵서비스와 음식배달 오토바이들.
발 아래 내려다 보이는 세상에서 탈출한 자신이 마치 속세를 등진 신선이나, 그들을 조종하는 창조주라도 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1.5평 고시원에서 이렇게 순식간에 내집 마련에 성공하니 강만구는 환희에 벅차오른다.
\'이제 여자만 있으면...\'
갑자기 이런 생각으로 결론이 나자 강만구는 계속 덮어두고 있었던 정신적 충격에 의한 스트레스 장애에 과민반응을 일으킨다.
인상을 잔뜩 쓴 채 분을 참지못하고, 벽에 손바닥을 짚은 뒤 닭털이라도 잡아뽑는 것처럼 주먹을 움켜쥔다.
\'장민지... 니가 감히.\'
3년 전부터 자신을 계속 찼던 것도 모자라 그저께는 강만구를 바보취급했던 장민지.
마음속은 분노로 충만해 있지만 장민지에게 잔인하게 보복하고 싶다거나 하는 마음은 아니다.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듯이 거절 당하면 당할 수록 매몰찬 굴욕을 당할 수록 가질 수 없는 장민지의 마음을 더욱 더 빼앗고 싶어진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런 마음은 강만구를 장민지의 사랑을 바라는 온순한 머슴으로 만들 뿐이었다.
인간의 욕구가 극대화되는 순간 중 하나는 가까이 손에 다가온 듯 잡은 기회를 놓쳐 영영 가질 수 없을 때이다.
학교 다니던 시절 여러차례 장민지를 만나 데이트를 했고, 마지막에는 항상 거절당했지만 몇번은 마음의 문을 연것 같이 느껴졌었다.
빼앗을 수 없었던 장민지의 마음을 도데체 어떻게 다른 녀석들은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인지 의문을 가져본다.
지금까지 장민지는 강만구 자신을 차고, 같은과 남자후배와 사귄적도 있고, 마지막으로는 서울에서 취업한 뒤 다른 남자가 생겼다고 들었
었다.
그저께 직접 확인한 바로는 새 남자친구는 커다란 상가건물 몇채를 소유한 부자집 아들.
항상 세상을 삐뚤어지게 비관하며 살아온 강만구가 아는 바로는 무슨 수를 썼는지 몰라도 그런 남자친구를 꼬셔낸 장민지가 능력이 있어
보인다. 도덕적인 관점에서 비난 받을 가능성이 있는 그런 행동 조차 장민지만의 매력으로 보인다.
여성에게 있어 신분상승과 재산증식의 중요한 수단인 결혼.
하지만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란 쉽지않다.
대부분의 부자들은 재산유지를 위해 같은 수준의 부유 계층들끼리 결혼을 한다.
본인들끼리의 의사로 결혼은 힘들다.
왕자의 사랑만으로는 신데렐라가 될 수 없다.
지금 강만구는 꿈도 꾸지못했던 큰돈도 손에 넣었다.
그래서, 장민지의 마음도 마지막에는 사로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 이런 뜻밖의 기회를 손에 넣었는데, 앞으로 4회의 당첨기회가 더 있다.
무슨 수를 써서든 이 대박의 기회를 이어갈테다.
다음번에는 1등 당첨번호를 10개 정도 기재해서 일주일마다 최소 50억원씩을 타내는 거야.
총 200억 정도가 모이면...\'
강만구는 쇼파에 몸을 던진 채 흐뭇한 상상의 나래를 펴며 마음을 달래본다.
"띵동~"
갑작스럽게 울리는 강만구의 오피스텔 초인종.
강만구는 아까전 계약서 작성 때 왔던 공인중개사로 생각하고 바로 문을 연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문앞에 서 있는 건 농협중앙회 서필돈이다.
강만구와 서필돈은 서로 아직 만난적은 없다.
"강만구씨 되십니까?"
위협적인 말투와 이죽거리는 무서운 표정으로 덩치까지 큰 서필돈이 말을 꺼내자 강만구는 움츠러든다.
"아.. 네네 맞는데요."
강만구는 순간 어제 PC방에서 로또 1등 게시글을 올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설마 조폭이 찾아온 건...\'
확실히 강만구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좋은 덩치에 정장, 짧은 머리에 인상도 사나워 보인다.
곧 서필돈의 말에 강만구는 마음을 놓는다.
"나 농협중앙회 서필돈이라고 한다."
"네.. 네에 무슨 일로 찾아오셨는 지요."
나이가 자신보다 5살정도는 많아 보이는 외모였지만 갑작스런 서필돈의 반말에 약간 어안이 벙벙해진 강만구.
그런 강만구를 더욱더 놀라게 하려는 듯이 서필돈은 손바닥으로 벽을 강하게 쳐 큰소리가 실내에 울려퍼진다.
서필돈의 태도와 인상으로 보아 굉장히 흥분한 듯 보인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육지송 어디있냐?"
"네? 육지송이요?"
"다 조사하고 왔어! 너랑 육지송이랑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란 것과 얼마전까지 신림동에서 같이 생활한 것까지 말이야!"
강만구는 육지송이란 이름이 나오는 순간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지만 그런 와중에도 로또 1등에 대한 욕심으로 궁색한 변명을 해댄다.
"아..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요.
육지송 선배가 선배, 선배 인것도 맞고요.
시 신림동에서 같이 있었던 것도 맞는데요. 같이 별로 그렇게 친하지는 않았고..."
강만구의 변명에 서필돈은 콧웃음을 치며 말한다.
"훗. 그래 그런 식으로 나오는 게 정상이겠지.
네놈이 부정하게 당첨금을 탔다고 치자.
상금은 모조리 몰수다."
순간 속으로 뜨끔하는 강만구.
"네가 육지송이 하고 뭘하려 하든 말이야. 하지 않는게 좋아.
오늘은 경고만 하러 왔다."
강만구는 할말을 잃고 멍청히 서필돈을 바라보기만 한다.
뒤를 돌아 오피스텔을 나가려 하던 서필돈이 발걸음을 멈춘다.
땅바닥에 뒹구는 9급 공무원 수험서가 보인다.
강만구가 1.5평 고시원에서 옷가지 몇개와 책을 옮겨다 놨었다.
"뭐 좀 물어보자."
"아 네에."
"너 9급 공무원 준비하냐?"
"... 네에."
"몇년 공부했냐?"
"한 3년 정도요."
"대학은 나왔고?"
"네..."
서필돈의 위압감에 정신을 못차리는 강만구는 고분고분 잘 대답한다.
"하여간에 십몇년 동안 대학들만 많이 생기더니 대학 안나온 놈들이 없고,
자기가 인텔리라고 착각하는 쓰레기들만 잔뜩 생겨났단 말이야."
"!!!"
"왜 우리나라가 요즘 이 모양 이꼴이냐면 다 너희 같은 놈들 때문이야.
그나마 듣도 보도 못한 대학이라도 나왔다며 힘든 일 마다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잔뜩 판지고 말이야.
중소기업에서는 인력이 없다 난리치는데, 너희 같은 놈들은 대기업이나 공사, 공무원같이 대우좋거나 편한 직장 아니면
일할 생각도 없고, 오래다닐 근성도 없지."
"......"
"9급 수험기간이 3년이라... 그동안 네놈을 먹고 싸고 입히기 위해 부모들은 등골을 뽑고,
네놈이 공부한답시며 3년동안 사지멀쩡한 잉여인력으로 놀아나는 꼴이란 사회의 해악이란 거야.
그런 짓이 자기 밥벌이 자기가 하는 노숙자만도 못한 꼴갑이라는 건 알고 있냐?"
"저... 아저씨 계속 듣고 있자니 말씀이 좀..."
"이건 심한말이 아니야.
이 말을 듣고 심하다고 생각하는 건 네놈 정신상태가 글러먹었다는 거야.
너 로또 1등도 했다고 들었다.
너희 같은 막장 놈들이 매달리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지.
네 녀석이 정당하게 복권값을 지불하고 구매해 당첨됐다고 해도
그 천원이란 놈과 복권구입하는 약간의 시간으로 그런 불로 소득이 주어진다는 건 어불성설이야.
네놈이 받았다는 그 10억.
그만한 돈이 그정도의 수고로 얻어진다는 건 용납할 수 없어.
평균적인 일반 직장인이 주말도 없이 만원지하철에 시달려 출근해 상사의 눈치를 보면서 욕을 얻어먹어가며 20년은 벌어야
가족들 먹여살리고 교육시키며 저축할 수 있는 금액이란 말이지. 나 조차도 그렇게 돈을 벌고 있단 말이다!
로또의 기능은 단지 너희 같은 놈들이 단돈 천원으로 일주일간 망상에 빠질 수 있는 기회만 제공하는 거야.
1등이라니 당치도 않지!"
이정도의 말을 듣자 온순하게 있으려 했던 강만구도 꼭지가 돌지 않을 수 없다.
순간적으로 얼굴에 열이 오르며 부모님에게 짜증낼 때의 말투로 목청을 높인다.
"지금 그말은 내가 정당한 당첨자도 아니고, 로또 자체가 사기라고 말입니까?"
"후후... 아니지 그런 식으로 말한건 아니란 말이야.
너가 1등에 당첨된 건 인정한다. 희박하긴 해도 1등은 존재 하니까.
모두가 1등이 될 수 없으니까 패배한 개꼴 마냥 로또가 사기라고 우겨대는 막장들이 있는거야."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로또꽝이 나온 다음날 로또가 사기라는 글을 올렸던 경험이 있는 강만구는
심적 압박을 느끼며 숙연해진다.
강만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아까보다는 냉정한 말투로 다시 질문한다.
"아저씨는 로또 안합니까? 정당한 거라면 1등도 할수 있는 거잖아요! 한장도 사본적 없습니까?"
"안해. 왜 그런걸해? 뽕맞은 망상을 즐기느니 정신건강에 도움되는 교회에 나가서 헌금을 하지."
강만구는 갑자기 찾아와 자신을 갈구는 농협직원 서필돈이 어이가 없다.
뭐라도 반박을 해야하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진정시키려해도 계속해서 악이 받혀오르는 통에 열받아 뜨거워진 콧김을 뿜어져 나온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무의식과 의식세계의 중간 단계에서 강만구는 자신의 욕구를 처음으로 인지하며
강렬한 시선으로 서필돈을 바라보며 질문을 내놓는다.
"그럼 로또가 사기도 아니라면 제가 정당하게 1등한 게 사실이고,
이번주에 제가 또 1등할 가능성도 있는거겠지요?
제가 또 당첨금을 찾으러 간다면 상금은 지급되겠지요?"
"하... 하하."
서필돈은 강만구가 눈을 똑바로 치켜뜨며 이렇게 도발할 줄은 생각 못했다.
육지송과의 사기행각이 들통나 안절부절 못할 줄 알았던 강만구가 물벼락을 맞은 개처럼 꼬리를 말고,
있는 사실을 다 털어놓거나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쩔쩔 맬 줄 알았다.
하지만 이녀석이 사기를 쳐떤 안쳤던 의외로 성깔이 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 좋다.
내가 아까전에 네가 무엇을 하든 그만두라는 말은 취소다.
네가 무엇을 하던지 간에 한번 시도해봐라.
다음주에도 네가 직접 복권을 본점까지 가지고 오면 내가 책임지고, 상금은 지불한다."
상금을 지불해 준다는 말에 강만구는 눈이 커진다.
"무사히 당첨금을 받으러 온다면 나도 너를 인정한다. 상금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니까.
하지만 중간에 조금이라도 힘들어져서 육지송 이야기라던가 사실을 밝히고 싶으면 나에게 연락해."
서필돈은 명함 한장을 강만구에게 던져주고, 자리를 떠난다.
강만구는 긴장과 열을 식히기 위해 냉장고로 가서 냉수를 찾으나 보이질 않는다.
싱크대로 가서 수도꼭지에 입을 벌리고, 물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서필돈은 오피스텔에서 내려와 자신이 직접 몰고온 검은색 그랜져XG를 타고 시동을 건다.
강만구를 찾아오기 전 서필돈은 온라인복권 시스템에 육지송이 저지른 사건을 모두 파악했다.
그래서, 흥분한 상태로 갑작스럽게 되었고, 당첨 지급금을 모두 회수한다며 강만구를 위협해 육지송을 찾아내려는 생각으로 찾아왔었다.
시스템 엔지니어와 개발자 말로는 앞으로 한달 동안은 온라인 복권 시스템의 번호를 바꿀 수 없다고 했다.
육지송이 시스템의 소스코드에 추가한 알 수 없는 내용과 위장 실행된 프로세스로 인해 최소 한달 동안은
전체 온라인복권 판매점들의 단말기들의 업데이트와 복원이 불가능하고,
중앙 시스템을 일주일 전으로 복원 하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나 백업자료도 육지송이 모두 삭제한 상황이었다.
일주일 동안 복권발행을 중지하고, 시스템 작업을 다시할 수 밖에 없으나 사업중단은 불가능한 일이다.
최고의 학부를 졸업하고, 고위직 국가고시에 합격해 국가보안기관에 근무하다가 온라인복권사업을 맡게된 서필돈이다.
이런 거지같은 몇몇 녀석들 때문에 자신의 일이 방해받을 거란 사실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특히나 육지송은 만년 고시생 출신이라 고시공부를 했던 서필돈은 육지송을 동정해 취업을 시켜주었다.
면접때 후한 점수를 준걸 땅을 치며 후회하고 싶다.
흥분한 상태에서 강만구란 녀석을 찾아가 완전히 짓밟아 주려했으나
사기친 녀석 같은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
의외로 약간의 기백은 가지고 있는 걸 보고 육지송 때처럼 묘한 동정심이 또 생긴다.
\'그래... 할 수 있으면 어디 해봐라.\'
서필돈이 갑작스럽게 찾아와 놀란 것은 강만구 뿐만 아니라 강만구를 전담하고 있는 협력업체 직원 두명이다.
차안에서 서필돈이 오피스텔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영문을 몰라한다.
바싹 마른 깍두기 머리가 옆자리 덩치좋은 깍두기 동료에게 묻는다.
"저거 우리한테 강만구 위치 갑자기 묻더니 뭐하는 짓이야."
"우리가 지금까지 보고 한걸 못 믿겠어서 직접 왔다 간거 아냐?"
"설마..."
"야! 저기 저저 강만구 새끼 나온다!"
서필돈이 나온 후 곧바로 오피스텔을 나온 강만구는 바로 근처에 있는 로또 판매점으로 달려간다.
곧바로 OMR 종이 한장을 뽑아 육지송이 전해준 197회 로또 1등 예상 번호를 연달아 5개 두장을 적는다.
1등 예상 번호로 총 10게임을 구입한다.
"좋은 꿈이라도 꾸셨어요? 같은 번호로 연달아 쓰시고, 이렇게 사가는 분은 처음보네요 하하."
"잔말말고 빨리 주세요!"
강만구의 퉁명스런 말투에 판매점 아저씨의 인상이 급격히 굳어지지만 강만구는 잡아채 듯이 로또 용지를 움켜쥐었고,
문을 박차고, 판매점을 나온다.
곧바로 자신의 오피스텔 옥상으로 올라가는 강만구.
아까 전 자기집 방에서 내려다 보던 여유있는 세상이 아니다.
다시 한번 내려다 본 거리에서 세상 모든 것들이 먹이감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두려움이 섞인 긴장감에서 배고픔에 굶주려 먹이를 사냥하는 사냥꾼의 감정이 느껴진다.
태초에 손찍개 하나로 맘모스의 머리통에 달려들던 사냥꾼의 원초적 충동이 대뇌피질 속 신경세포들을 휩싼다.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혀왔던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해 압도적인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고 싶다.
이런 그를 전혀 신경써주지 않는 소란스러운 도시의 불빛들을 향해 강만구는 목청껏 소리친다.
"이번주 일등은 내가 독식한다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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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NFT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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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