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외국인투수 루카스 하렐의 고질병이 다시 도졌다.

루카스는 12일 광주구장에서 벌어진 KIA와의 원정경기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그라운드에 글러브를 집어던지는 볼썽 사나운 장면을 연출했다. 루카스는 수준급의 구위와 변화구 구사 능력을 동시에 갖춘 보기 드문 대형 투수다. 갖고 있는 능력만으로는 KBO리그에서 첫 손으로 꼽을 만하지만 완벽하게 경기를 이끌어가다가도 심판 판정 하나만 어긋나면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채 스스로 무너져내리는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했다. 

그러나 시즌 중반 이후로는 부쩍 성숙한 마인드콘트롤을 보여주면서 ‘백조’로 탈바꿈했다. 시즌 초반 LG의 에이스 구실을 했던 헨리 소사를 능가하는 내용이었고 가파르게 승수도 쌓아갔다. LG 양상문 감독도 “구위만 놓고 보면 역대 KBO리그에서 뛰었던 외국인 투수들 가운데서도 루카스만한 투수를 찾기 어렵다”며 그런 모습만 계속 유지된다면 다음 시즌 재계약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뉘앙스를 내비치기까지 했다. 

그런데 루카스가 한 순간에 감독의 믿음까지 내팽개쳐 버렸다. 경기 초반부터 몇 개의 볼 판정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더니 4회 말 무사 1,2루서 김민우의 희생번트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3루수 루이스 히메네스가 자신이 토스한 공을 받지 못하자 글러브를 그라운드에 내던졌다. 공교롭게도 히메네스는 한 때 루카스와 라커룸에서 언쟁을 펼쳤던 전력이 있다. 당시 루카스는 “동료들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말라”고 점잖게 충고를 건네던 히메네스에게 발끈해 몸싸움 일보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타격부진으로 인한 히메네스의 2군행으로 사건은 유야무야됐지만 한 달 여만에 또다시 히메네스 앞에서 눌러왔던 감정을 폭발한 것이었다. 히메네스 뿐만 아니라 흥분을 자제시키기 위해 마운드로 향하던 포수 유강남에게도 불편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양 감독은 이튿날인 13일 KIA전을 앞두고 “흥분하던 버릇을 잘 고쳤는데 또 그렇게 됐다. 동료들과도 최근에는 나름대로 좋았다. 무엇보다 자기와 가장 잘 호흡을 맞췄던 유강남에게 그런 모습을 보인 것이 좋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원래 갖고 있던 성격을 바꾸는 것이 쉽지가 않다. 감정을 아무리 누르려고 해도 다급한 상황이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잠재된 것들이 표출된다”며 난감해 했다. LG는 그동안 루카스에 대해 구단 차원의 징계를 내리지 않았지만 양 감독은 “이번에는 벌금을 물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를 통해서도 루카스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지금 시점에서 루카스는 그야말로 LG의 ‘계륵’같은 존재다. 재계약을 하자니 또다시 전날 처럼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버리자니 갖고 있는 기량이 아깝다. 현실적으로 그만한 투수를 데려오기도 어렵고 계속 데리고 있기엔 껄끄럽다. 모든 것은 루카스가 남은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달렸다. 기회는 많아야 4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