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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주의) 치매의 공포앱에서 작성

격파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3.28 13:48:56
조회 90 추천 0 댓글 4

나는 오늘 이 이야기를 해야할까를 두고 오후 내내 망설였다,
선배의 치매병원에 다녀오면서 떠오른 이 끔찍하고 잔혹한 이야기를
과연 이 공간에 그대로 풀어 놓느냐,
아니면 그냥 내 기억에서 강제로 지워버리고 넘어가느냐를 고민했다,


이곳에 하는 이야기들을 조금도 미화하거나, 덧붙이거나, 혹은 가공하지 않고,
가능하면 그 대로의 이야기를 적어왔던 만큼, 같은 관점에서 어떤 이야기가 끔찍하다거나,
혹은 그 이야기가 경악스럽다거나 하는 이유로 감추어 버린다면,
그 자체로서 하나의 새로운 인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 이 이야기를 하려한다

그러나 가능하면 정말 마음이 약한 분들은 오늘의 이야기를 읽지 말거나
아니면 정말 마음이 단단히 상할 각오를 하고 읽으셔야 할 것이다,
사설이 이정도로 길다는 것은 내가 오늘 해야할 이야기도
그만큼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는 뜻 이기도하다,


....
....


몇년전의 일이다,
응급실에서 외래로 연락이 왔다.
전화를 하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진정이 안되고 떨고 있는 것으로 봐서
상당히 충격적인 일인것이 분명했다.
전화를 건 응급실 간호사는 내게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하고 자기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마치 패닉 상태에 빠진듯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과장님... 빨리 응급실에 와 주세요,,빨리요,, 사람이.. DOA 인데요.. 검안이 필요해서요,,"
그녀는 내가 대체 무슨일이냐는 질문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목소리가 잠겨있었다.
대개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혹은 수술실과 같은 특수분야 간호사를 몇년 하다보면
그야말로 산전 수전을 다 겪는다,
특히 그중에서도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은 일반인들이 상상 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이세상에서 일어 날 수 있는 모든 비극적인 일은 다 경험하게 되는 곳이다.

그런 응급실에서 몇년을 근무한 간호사가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서, 목소리를 덜덜 떨면서
담당과장인 내게 육하원칙에 따른 상황을 전하지 못할 정도로 동요한다는 것은,
지금 응급실에 얼마나 엉청난 사건이 벌어져 있을지를 충분히 짐작케 하는 일이었다,
나는 전화를 던지다시피하고 일단 응급실로 뛰어내려갔다,
그리고 내가 당도한 그곳에는 나로서도 그 충격을 도저히 감당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져 있었다,


.................

변두리에 사는 어떤 부부가 일찌기 혼자되신 노ㄴ모를 모시고 살았다,
할머니는 일찌기 남편을 사별하고, 외아들을 혼자서 키우셨지만,
여러가지 형편으로 아들의 경제적 여건도 그렇게 넉넉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들 부부는 도시 외곽의 산기슭에 자리를 잡고, 할머니와 며느리는 밭 농사를 짓고,
아들은 트럭을 몰고 농수산물 시장에서 물건을 나르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젊을 때 고생을 많이 하신 할머니가 몇 년전부터 치매기운이 조금씩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그나마 하루중에 스무시간 정도는 맑은 정신을 유지하시고,
저녁이나 밤무렵에 서너시간 정도만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치매증상을 드러내시곤 하셨다,


이들 부부 입장에서는 아무리 치매가 있으신 노인이라도, 차라리 24시간 완전 치매라면
며느리가 아예 곁에 붙어서 수발을 들겠지만, 대개는 멀쩡하시다가 한번씩 그러시니 그럴 수도 없었다,

그래서 할머니가 치매증상이 나타나시면 할머니방에 혼자 계시게하고 문을 잠가 두거나,
아니면 며느리가 곁을 지켰었는데. 그나마 대개 증상이 밤에 나타나셔서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
...

하루는 며느리가 노ㄴ모에게 아이를 맡기고 시장에 다녀왔다.
원래 시장을 갈일이 그리 잦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시장에 들러서 이것저것 사야했고
그럴때 며느리는 낮에는 멀쩡하신 노ㄴ모에게 늦게얻은 아이를 맡기고 얼른 다녀오곤 했다.
할머니도 늦게 본 손주라 애지중지 하셨고 그들 부부에게도 아이는 그나마 유일한 행복이었다.
며느리가 버스를 타고 시장에 가서 장을 본 다음 두시간 정도 후에 집에 돌아오자,


아이를 보던 노ㄴ모께서 장보고 오느라고 수고했다고 반겼다.
"수고했다, 어서 배고픈데 밥먹자, 내가 너 오면 먹으려고 곰국을 끓여놨다 "
며느리는 곰국을 끓여 놨다는 할머니 말에 갸우뚱했다.
최근에 소뼈를 사다놓은 적도 없는데 노ㄴ모께서 곰국을 끓이셨다길래 의아해 하면서,
부엌에 들어가보니 정말 솥에서는 김이 펄펄나면서 곰국을 끓이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며느리는 그 솥 뚜껑을 열어보고는 그자리에서 혼절했다.


...
...


나는 지금 가능하면 담담하게 이 끔찍한 일을 기록하려고 하고 있지만,
다시금 그 장면을 기억하는 내 심장이 부담스럽고, 손에는 땀이 나기 시작한다.
그 뜨거운 솥에는 아이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가 검안을 위해 응급실로 들어왔다
그때 나는 생애에서 가장 끔찍하고 두번 다시 경험하기 싫은 장면을 내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나는 나대로 피가 얼어버리는 충격속에서 응급실 시트에 올려진
형체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진 아이의 몸을 진찰하고,
앞뒤로 살피면서 검안서를 기록해야 했고, 또 너무나 끔직한 장면에 차마 눈을 감아버리고
아예 집단패닉 상태에 빠져 스테이션에 모여
대성통곡을 하고 있는 간호사들의 혼란도 같이 다독거려야 했다,
아이 엄마는 아예 실신해서 의식이 없었고, 할머니는 그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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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철씨 자서전에 나오는 실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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