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동안의 적응 기간이 어땠냐- 하면, 한 마디로 썩 유쾌하지 않았다는 건 분명했다.
인간으로서 당연했던 것들을 빼앗긴 채로 살아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족 보행은 물론이고, 손을 쓰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3일차부터는 손을 완전히 감싸는 미튼이 채워져서 이제는 손보다 입으로 무언가를 옮기는 게 더 편할 지경이었다.
먹는 것에서도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건우에게 주어진 건 밥과 국, 반찬으로 구성된 식판에 담긴 일반적인 식사 대신 은색의 금속 재질 개밥그릇에 담긴 사료가 제공되었다.
자신에게 사료를 가져다주는 의무병의 말에 따르면, 군견을 위한 적절한 영양소와 칼로리를 전부 포함하고 있다던가.
물론 이러한 류의 식사가 그러한 듯, 영양과 칼로리에만 치중한 결과는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입으로 조심스레 몇 알을 떠먹자마자 헛구역질이 나왔다. 비리고 텁텁하고 짠 것이 모양만큼이나 맛 또한 정확히 개 사료의 그것과 똑같기 그지없었다.
이마저도 겨우 이틀을 굶은 뒤엔 걸신들린 듯이 해치우기 마련이었지만 말이다. 손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네 발로 선 상태에서 입만을 사용해서 밥을 먹는 게 기본이 되었다.
각종 구속구와 펍 마스크를 착용한 건우의 지위는 이미 사람이 아닌 짐승으로 추락해버린 지 오래였다. 몸을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구속구의 찰랑거리는 금속 소리가 마음속의 무언가에게 계속해서 대미지를 주고 있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이 구경하는 부대 병사들의 시선은 덤이었다.
아마도 의무병으로부터 시작됐을 군견에 대한 소문은 병사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 일과 시간이 끝나면 다들 오두막으로 와서 김건우 상병의 모습을 구경하는 게 하나의 콘텐츠가 되었다.
하지만 건우를 가장 고통스럽게 한 건 구속도, 사족보행도, 개사료, 다른 사람의 시선도 아니었다.
'씨발... 싸고 싶어... 물 빼고 싶어... 흐으...'
적응기간의 종료를 하루 앞둔 밤, 건우는 침대 위에서 헉헉거리고 있었다.
잠기지 않은 케이지가 막사 한 쪽에 고이 놓여 있는 걸 보아 군견이 자야 할 곳은 저 곳인 게 반쯤 확실했지만, 그런 걸 굳이 따지고 싶진 않았다.
어차피 내일 군견병이 오면 높은 확률로 저곳에서 잠을 자게 될 텐데, 그렇다면 그전에 인간의 문명을 최대한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렴 최저가에 낙찰된 싸구려 보급 매트리스라도, 켄넬보단 나을 것이다.
그렇게 침대에서의 마지막 밤을 최대한 누릴 수 있으면 좋았으련만, 매정한 구속구들은 가차없이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건우의 눈길은 자꾸만 자신의 사타구니로 향했다. 원래대로라면 아무런 방해 없이 남성의 상징을 드러내야 할 그곳에, 스테인리스 재질의 정조대가 달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3일 차에 미튼이 채워지면서 처음 보는 중사에게 채워진 정조대... 하다못해 정조대를 채울 거면 조금 큰 사이즈가 나았을 것인데, 플랫 사이즈의 정조대가 채워져 버렸다.
발기 전과 후의 차이가 꽤나 심한 게 자신이기도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한 처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정조대의 작은 오줌 구멍으로 프리컴이 새어 나와, 정조대 전체와 불알을 반질반질하게 코팅하고 있었다. 몇 번이고 미튼이 채워진 손으로 어떻게든 고환이라도 문질러 성욕을 해결해 보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문제가 되는 건 정조대 뿐만이 아니었다. 애널을 파고들어 있는, 실리콘 재질의 개 꼬리 플러그 또한 건우의 발정에 한몫 거들고 있었다.
긴장 때문인지 특수한 사료 때문인지, 첫날 이후로 계속 배변은커녕 화장실에 가고 싶단 느낌조차 들지 않던 탓에, 꼬리 모양의 실리콘 플러그 또한 계속 삽입하고 있을 수 있었다.
문제는 플러그가 예상치 못한 때에 미약하게 진동하면서, 이상야릇한 감각또한 함께 남겼다는 점이었다.
"끼잉... 낑..."
'신음소리까지 개처럼 내지 말라고!!'
한숨에 가까운 신음조차 펍 마스크로 인해 개처럼 변하니, 그걸 듣는 건우 자신의 입장은 그야말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선임이고 상관이고 뭐고 할 수만 있다면 하극상을 일으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 정도로, 적응 기간 동안 건우는 적응을 하긴커녕 점점 사나워져만 가고 있었다.
'내일 군견병이라는 신병 새끼가 어떤 놈인진 몰라도, 순순히 따라주진 않을 테다.'
거친 숨을 내쉬며 건우가 생각했다. 내일 오는 놈이 누구든지, 지옥 같은 군 생활을 맛보게 해주겠다고.
작정하고 반항하고, 심지어는 공격할 작정이었다.
----- 다음 날 ------
"그럼, 훈련에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신청하라카이. 내는 먼저 가본데이."
"충성, 수고하십시오."
"조심하는게 좋을끼다. 성격이 꽤나 사나워져서 그저께는 한 명 밥 주다가 물릴 뻔했다 안 카나."
막사를 떠나는 행보관에게 경례를 하는 이병. 방금 막 식사를 끝낸 건우는 창문을 통해 그를 천천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사람 말은 금지되었을지언정 글을 읽는 행위가 금지된 건 아니었다. 짐을 푸는 상대의 명찰에는 '윤수민'이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바느질되어 있었다.
키는 어림잡아 보건대 자신보다 조금 작아 보였다. 자신이 180 중반에 달하는 큰 키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 자식의 키도 꽤나 큰 편에 속하리라.
피부는 귀하게 자랐는지 잡티 하나 없었고, 문득 보이는 손에서 또한 굳은살조차 보이지 않았다.
대충 짐작해 보자면 중산층 이상의 집안에서 금이야 옥이야 자랐을 것이다. 좋게 말하면 순수해 보였고, 나쁘게 말하면 호구가 따로 없는 인상이었다.
순둥한 곰 같은 인상이라는 게 건우의 첫 번째 판단이었다.
"아, 맞다. 그래도 규칙이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군견병으로 배치된 이병 윤수민이라 합니다. 김건우 상병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짐을 어느정도 정리한 수민이 왼손으로 땀을 닦으며, 그제서야 건우를 발견한 듯 경례를 건냈다.
건우의 눈썹이 펍마스크 속에서 씰룩거렸다. 아무리 봐도 꼴 받는 포인트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도 규칙이니까' 경례를 한다고 말하는 점과, 나를 훈련시키기 위한 군견병이라는 사실 그 자체.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내가 이 꼴을 하고 있다고 우습게 보이냐는 말이 목구멍 직전까지 올라왔다.
그럼에도 전부 돌이키진 못했는지, 으르렁 거리는 위협적인 소리가 건우의 입에서 선명하게 울려퍼졌다.
"확실히 사나운 강아지가 맞긴 맞네요... 처음 본 사람한테 위협이나 하고."
그것도 주인이나 다름없는 사람인데. 수민이 간신이 들릴 듯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흥미롭다는 듯이, 군견병은 침대에 앉은 상태로 건우를 내려다보았다. 이윽고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는 듯 손을 뻗었지만, 건우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확 돌렸기 때문에, 쓰다듬을 수는 없었다.
그 더러운 손 한 번만 더 대면 모가지를 물어뜯어 버리겠다. 쌍욕 대신에 아까보다 곱절로 위협적인 으르렁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러한 협박이 무색하게도, 수민은 전혀 쫄지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듯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기까지 했다.
"길들이는 재미가 있겠네."
그 말이 끝나자마자, 건우가 대응할 새도 없이 수민은 잽싸게 움직였다. 수민은 군화 신은 발로 건우의 옆구리를 차서 넘어뜨렸고, 고통에 찬 군견이 신음 소리를 내기도 전에 수민의 군홧발은 건우의 머리를 짓밟고 있었다.
"첫 훈련은 복종훈련. 일단 멍멍이 네 주인님이 누구인지부터, 서열 확실히 잡고 들어가야겠네."
수민이 건우의 머리를 짓누르던 군홧발을 슬그머니 치워, 건우의 얼굴 바로 앞으로 위치시켰다.
머리가 밟힌 충격에 낑낑대고 있는 군견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수민이 명령을 내렸다.
"주인님 발부터 청소해."
사디스틱한 미소를 지으며.
아카라이브 게이격리소 - 군견 소설 2차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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