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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주의/장문주의]죽창 깎는 언니

IRhyth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3.19 19:13:41
조회 137 추천 5 댓글 2

벌써 40개월 전 일이다. 내가 갓 입갤한지 얼마 안되어 늅 취급 받을 때 일이다. 입갤했다 오늘도 별 글이 없어 가려는 길에, 인증타임이 되어 좀 더 갤창짓을 해야했다. 인증글 밑에 죽창 깎는 언니가 있었다. 죽창좀 몇 자루 사 가지고 가려고 깎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주실 수 없습니까?"


 했더니


 "죽창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수? 비싸거든 다른 데 가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언니였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깎아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깍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깎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깎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봐야 할 인증글이 쌓여만 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깎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깎을 만큼 깎아야 죽창이 되지, 대나뭇대 꺾어온다고 죽창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깎는다는 말이오? 언니, 갤창인생이시구먼. 인증글 폭주 중이라니까요."


 그녀는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 사우. 난 안 팔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인증글은 이미 다 자삭됐을 거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깎아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무뎌지고 늦어진다니까. 죽창이란 분노를 담아 깎아야지, 생각없이 깎아서야 쓰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깎던 것을 옆에다가 치워놓고 막 올라온 리지 짤방을 보며 헉헉대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흥분해버려 같이 구경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죽창을 들고 이리저리 휘둘러 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죽창이다.

 인증글 다 날아가고 퇴갤해야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갤질을 해가지고 갤질이 될 턱이 없다. 뉴비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목소리만 빼애애액 크다. 갤도덕(gall道德)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올드비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퇴갤하기 전 갤을 복갤해보니 그녀는 태연히 어깨를 펴고 갤러리 짤방들을 긁어모으고 있었다. 그 때, 바라보고 서 있는 섹시한 옆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렞다워 보였다. 언니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減殺)된 셈이다.

 다음 날 다시 입갤하고 렞들에게 죽창을 보여주니 렞들은 잘 깎았다고 야단이다. 자기들이 쓰는 것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녀들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렞들의 설명을 들어 보니, 죽창 날이 너무 바짝 서면 쉬이 부스러지고, 죽창 날이 너무 무디면 아무 것도 못 뚫는단다. 요렇게 스이각도로 교묘하게 깎아내어 날카로운 것은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언니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갤 고대 시절부터 전설로 전해지는 접이식 죽창은 렞 장인들이 기만자와 어그로에 대한 분노를 실어 만들어져 잘 관통하면서 부러지지도 않고 가벼워서 던지면 멀리 날아간다. 그러나, 요새 죽창은 몇번 쓰다보면 부러지는 게 걷잡을 수가 없다. 예전 같으면 죽창이 부러지면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지만 요즘은 대충 이어 붙인다. 그렇지만 기만자가 늘어가는 요새 잘 쓰지도 않는 죽창을 정성껏 만들 사람이 있을 것 같진 않다. 

 어그로만 해도 그렇다. 옛날에는 부커티 어그로라 하여 제목부터 한땀한땀 창의적으로, 모두가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게끔, 창의적으로 생각하여 제목을 짓고 볼 때마다 빡치게끔 내용을 꾸몄다. 그때는 갤러들 대다수가 속아 넘어가 오죽하면 아랫글 부커티 같이 글을 써줘야만 했다. 하지만 요즘은 렉밭갤러들을 자극하는 포비아성 제목을 걸친 하급 어그로가 판친다. 갤러들이 속아줄 리가 없다. 장잉 정신이다. 지금은 그런 말조차 없다. 어느 누가 글 싸지르고 다들 끝내는데 그런 걸 신경쓸 이도 없고, 봐줄 이도 없다. 옛날 갤러들은 갤질은 갤질이요, 일상은 일상이었지만 갤질을 하는 그 순간만큼은 오직 잉여로운 갤질을 하겠다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잉여함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갤질을 하며 개념글을 쌓아갔다.

 나는 그 언니를 찾아가서 리지 짤방에 인증글이라도 올려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 날 입갤하는 길로 그 언니를 찾아갔다. 그러나 그 언니가 있을 시간에 그 언니는 있지 아니했다. 나는 정전되어 셔터가 내려간 갤러리를 멍때리고 바라보았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정전되기 전 갤러리를 복갤해보았다. 수 페이지 뒤로 섹시하고 군침도는 여자 연애인 짤방이 몇 개 있었다. 아, 그 때 그 언니가 저런 짤방들을 보고 있었구나. 열심히 죽창을 깎다가 유연히 리지 짤을 보며 하악대던 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무심히 "구린가요?" 부커티의 명대사가 새어나왔다.

 오늘 갤에 들어갔더니 모갤러가 모 트젠의 진로상담글에 댓글을 달아주고 있었다. 전에 그런 글이 올라올 때마다 자기 경험이 입각하여 세세하게 설명해주던 모 트젠이 생각났다. 요즘은 그런 댓글도 보기 드물다. 문득 40개월 전 죽창 깎던 언니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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