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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앱에서 작성

ㅇㅇ(124.61) 2016.08.08 14:24:47
조회 49 추천 0 댓글 0






※ 등장 인물의 이름과 관계 없이 이것은 허구의 이야기 입니다.

사내가 옥상에서 끊었던 담배를 한 대 핀다.
나른한 담배가 사내를 더 나른하게 만든다.
막 병원에서 퇴원한 사내가 지난 1 년 간 있었던 일들을 생각한다.

사내가
그녀를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난다.
작고 여리여리한 몸매.
유난히 까맣고 크지만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눈동자.
새까만 그녀의 머릿카락.
그녀의 이름 '설화(雪花)'처럼 그녀는 눈에서 피어난 꽃 같았다.
다만 눈에서 피어난 생명력이 느껴 지기 보다는
어딘가 위태롭고 불안한 꽃.
사내는 그녀의 그런 점이 좋았다.
위태롭고 불안한 그녀는 어딘가 종잡을 수 없었다.
보고 있어도 불안하고 안으면 스르르 녹아버릴 것 같은 그녀를 사내는 깊이 새겼다.

그녀는 사정이 조금 좋지 않다고 했다.
사내에게 그녀는 항상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위태로운 그녀에게 사내는 선뜻 돈을 내어주곤 했다.
사내 또한 많은 벌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내는 그녀에게 돈을 빌려주어야만 했다.
위태로운 그녀를 사내는 견딜 수 없었다.
꼭 없어질 것 같은 그녀를 사내는 그대로 놔둘 수 없었다.
그녀 또한 사내에게 자주 연락을 했다.
매일 매일은 아니지만 그녀는 종종 사내에게 연락을 했다.
주로 일상적인 얘기와 본인의 꿈,
그리고 지금의 고민과 힘듬을 대화했다.

예를 들면 이런 대화들
그녀가 말을 시작한다.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어요.'
'그렇군요.'
'이번 4월에 공모전이 있어요.'
'열심히 하고 있겠군요.'
'네 무척 열심히 하고 있어요.'
'네 열심히 해서 꼭 붙기를 바래요.'
'그래요.'


'오늘은 돈이 별로 없어요.'
'예술가의 직업은 가난이니까요.'
'어떡하죠. 다음달까지 좀 남았는데.'
'제가 돈을 빌려드릴게요.'
'정말요?'
'네 시간이 되면 갚아 주세요.'
'정말 고마워요.'
'천만에요.'

혹은,
'오늘 친한 남사친이 저에게 고백을 했어요.'
'그랬군요.'
'네'
'잘생겼나요?'
'아니요. 사진 한번 보실래요?'
'그래요.'
'여기요. 이 친구가 절 좋아한다는 친구에요.'
'이 사람이 당신에게 선물을 줬네요.'
'네 참 좋은 친구에요.'
'혹시 당신도 그 사람을 좋아하나요?'
'음... 좋아는 하는데, 사랑하지 않아요.'
'왜죠?'
'글쎄요.'
'그런데 왜 곁에 두고 있는 거죠?'
'곁에 두는데 이유가 필요 한가요?'
'그렇군요.'
'네.'

매번 이런 짧은 대화들이 이어졌다.
사내는 그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주변에는 많은 남자들이 있었다.
그 남자들은 그녀를 좋아했다.
그녀 또한 그들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누구의 마음도 받지 않았다.

사내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본인도 아마 그 남자들 중에 한 명일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사내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내는 하얗게 눈 속에서 핀 그녀를 바라본다.
당신에게 느껴지는 하얗고 순수한 위태로움.
사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은 처음의 그것과 달랐다.
꽃에 있는 가시처럼.
무언가 이질적인 순수함.
사내가 처음에 그녀에게 끌렸던 순수한 위태로움은 단순히 순수함이 아니었다.

어딘가 왜곡되고 변질된 순수함.
그것은 본질의 순수가 아닌,
본질을 가리는 하얀색 눈이었다.
그저 까만색 바닥을 덮은 하얀색 눈.
그리고 그 속에 피어난 꽃.

사내는 그 꽃에 끌려 그 꽃을 쓰다듬은 것이다.
쓰다듬다 찔려 상처가 나도 그 꽃을 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위태롭고 가만둘 수 없이 매혹적이어서 사내는 견딜 수 없었다.

그리고 사내는 생각했다.
이제는 그 꽃을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눈 덮인 바닥에 사내 또한 눕게될 것이다.
사내가 그녀의 끝에서 보게 될 것은 결국 하얀색 눈은 아니리라.

사내가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저에요.'
'예 어쩐 일이세요?'
'바쁘세요?'
'아니요.'
'그러면 잠깐 나올래요? 할 말 있어요.'
'뭔가 좋은 말은 아닌 것 같네요. 지금 나갈까요?'
'네 지금 나와 주세요.'


사내 앞에 그녀가 있다.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고 매혹적이며, 순수하다.
까만 눈이 사내의 말문을 턱 막히게 만든다.
하지만 사내는 그녀에게 이별을 고해야만 했다.
분명, 그녀와 사내는 교제하는 사이가 아니었지만,
사내는 그녀에게 말을 해야만 했다.
그런 사내에게 그녀가 묻는다.

'왜죠?'

그런 그녀에게 사내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떠나겠노라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껏 빌려준 돈은 사정이 될 때 달라는 말을 하고,
사내는 그녀를 남기고 떠났다.


그리고 얼마 뒤.
사내는 여전히 그녀를 생각하고 있다.
그녀를 아직 좋아는 하지만,
그녀에게 빌려준 사내의 돈에 대하여.
조금씩 조금씩 빌려준 사내의 돈은 어느새 목돈이 되어 있었다.
사내는 그 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녀는 아직 사내에게 그 돈을 하나도 갚지 않았다.

그녀의 소식을 알기 위해서 같이 알았던 친구에게 그녀의 안부를 묻는다.

친구가 말한다.
'야 걔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
'아니 이게 그건데.'

친구가 사내에게 한 사진을 보여준다.
그 사진 안에 한 여자가 있고,
매우 야한 옷을 입고 있다.
그녀를 닮은 그 여자가 야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설마?'
'어 그 설마야.'
'아니 근데, 난 이런게 궁금한게 아니고, 걔 요새 어떻게 지내는데.'
'왜 빌려준 돈 받으려고?'
'아니 꼭 그것만은 아니고.'
'에라이 멍청한 놈아.'

친구가 바닥에 침을 뱉으며 말한다.

'너 내가 뭐라고 말했었냐.'
'뭘?'
'그 아이 주변에 너 같은 사람 너무 많다고.'
'그래서?'
'너 그거 웬만해서는 받기 힘들거다.'
'설마... 지금은 돈이 없어도 돈이 생기면 주겠지.'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구나. 정신차려 임마.'

사내는 무척 당혹스럽다.
사내는 친구와 더 이상 대화 하기가 두렵다.

'어... 아냐. 나 이제 가볼게.'
'어디 가려고.'
'어 아니야 갈게. 안녕.'

사내가 급히 나와서 차에 시동을 걸어서 그녀가 사는 곳으로 운전을 한다.

'지금 어디에요? 잠깐 볼 수 있어요?'
'어 오랜만이네요. 나 자주 가던 호프에 있어요.'
'알았어요. 지금 갈게요.'
'어... 저기 지금 친구들하고 있는데요.'
'그럼 잠깐만 봐요.'
'그래요.'

사내가 그녀가 있는 곳에 도착해서 그녀를 부른다.
그녀가 나온다.

'오랜만이네요.'
'네.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그럼요 잘 지냈죠.'

사내가 또 그녀의 눈을 보니 말이 턱 막힌다.
그래도 억지로 말을 붙인다.

'이번에는 돈 때문에 왔어요.'
'아 그래요?'
'관계는 끝내도 돈은 작지 않은 돈 이라서요. 받을 수 있을까요?'
'어... 조금 더 기다려 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럼 언제쯤 주실 수 있을 까요?'
'음 어쨌든 지금은 곤란해요.'

그 때 그녀의 일행 한명이 그녀에게 다가온다.

'무슨 일이야?'
'아니 예전에 알던 사람인데 좀 일이 있어서.'

그녀의 일행이 그녀의 눈치를 살핀다.

'이봐요. 무슨 일이에요.'
'아닙니다. 별일 아니에요.'
'별일 아닌게 아닌 것 같은데?'
'별일 아니라니까요.'

술 취한 그녀의 일행이 조금 흥분하기 시작했다.

'아니. 별일 아니면 얘가 이렇게 불편해 하고 있어?'
'아니 그게 아니라. 당신 말고 저는 이 얘한테 볼일이 있어요.'
'그럼 나한테 말해 새끼야. 얘한테 말하지 말고.'
'아니 당신 사정 아니라니까요.'
'뭐라고 새끼야?'

그녀의 일행이 소리를 지른다.
사내가 말을 이어가려고 하는 순간,
그녀의 일행 중 다른 한 명이 사내의 머리를 뒤에서 맥주병으로 가격했다.
맥주병이 깨지며 사내가 앞으로 넘어지면서 그들의 얼굴을 본다.
그들의 술에 취해 빨갛게 피어난 얼굴이 흐릿해진다.
눈 덮힌 산처럼 까맣게 흐려진다.

'아 나도 저랬을까.'

사내가 쓰러진다.
누군가 119를 부르고 옆의 테이블에서는 소리를 지른다.
앰뷸런스가 오고 사내를 실어간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그 사건 이후로 조금씩 이나마 사내에게 돈을 입금하고 있다.
몇 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조금씩 입금하고 있다.
사실 사내는 그 돈을 조금 포기를 했고, 그녀의 기억 또한 포기하려고 하고 있다.

사내가 마저 피우던 담배 연기를 내뿜는다.
'마일드 세븐은 연기가 진짜 구름 같아.'
라고 생각하며, 담배갑을 본다.
담배의 이름이 바뀌어 있다.
마일드 세븐은 어느새 뫼비우스로 바뀌어 있다.
사내는 계속 담배를 마시고 내뱉는다.
흩어진 연기가 부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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