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고평가하고 있는 거 같은데 개인적으로 느꼈던 장단점에 대해 적음.

장점: 일단 생각보다 속구 힘이 괜찮음. 크보 좌완 기준으로는 빠른 편인 146~147까지 던질 수 있고 아무래도 옆에서 던지는 스타일이다 보니 수직무브먼트가 특별히 좋고 그런 직구는 아니더라도 타자와 힘대힘에서 뜬공을 유도할 수 있는 수준의 나쁘지 않은 직구를 보유함.

그리고 오원석이 어린 시절부터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었던 부분으로는 상대적으로 흔치 않은 폼(+디셉션)을 가지고 스트라이크를 변화구로 던질 수 있음. (딱 던질 수 있다 정도지만 어린 투수를 쓸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니) 그런 부분이 어쨋든 매해 100이닝 이상과 5점대 방어율을 기록할 수 있는 투수로 만들어줌.

단점: 일단 크로스 파이어 스타일의 투수인데 기본적으로 이 폼 자체가 체력 소모가 굉장히 많은 폼임. 그러다보니 이닝이 지날수록 지칠 수 밖에 없고 아무래도 체력이 흔들리면 밸런스가 흔들리기 마련이니 바로 제구력에서 나타남. 원래 투수가 힘떨어지면 제일 처음 나타나는 거는 구속이 아니라 제구라고들 하잖아? 뭐 그런 부분임. 그래서 기본적으로 선발로 등판을 해도 이닝이 지날 수록 흔들리는 경우가 많고 시즌 중에도 마찬가지. 오원석의 기록을 해부하면 보통 전반기 기록이 후반기 기록보다 나은 편인데 이에 기인함. 오원석이 인생투를 한 경기도 대부분 시즌초거나 22ks 처럼 푹 쉰 상태에서 던진 경기임. 어쨋든 이닝을 소화했어서 젊은 친구치고 이닝을 많이 먹었네? 체력은 괜찮겠네? 싶겠지만 시체로 돌았다는 말임.

두번째는 크로스 파이어 스타일의 투수들의 속구가 우타자한테 좀 맛있다는 건데 이건 뭐 사실 단점이라고 말할 정도까지는 아님. 뭐 걍 그 정도 쯤은 뭐.

또 다른 부분은 이새끼 생각보다 투구를 존나 멍청하게 하는 문제임. 사실 김광현을 비롯해서 sk 배터리가 대부분 정면승부를 즐기는데 오원석 공이 정면승부를 걸었는데도 뜬공을 띄울 정도의 구위는 아님. 사실 아무래도 커맨드 능력이 부실하다보니 존의 왼쪽 바깥쪽을 공략하는 개념이 아니라 스트라이크 볼 정도만 구분하고 던질 수 있는 수준이라 그런 건 있겠지만 2볼 1스트라이크에서 중심타자한테 가운데 던지는 거 보면 속이 안터질 수가 없음. 뭐 애초에 좌우 로케이션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수준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에라 모르겠다 식의 투구 스타일을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서. 물론 근데 이 문제는 에라 모르겠다식으로만 던져도 크보에서 충분히 살아남는 케이스는 많긴함. 뭐 이대호 같은 s급 타자 만나지 않는 이상 결과가 나올 때도 많고.

그리고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오원석 abs랑 은근 잘 맞음. 이새끼 그냥 순수 폐급이라 속구를 못누르고 날리는 공이 많은데 이게 운 좋게 abs 상단 끝자락에 많이 걸리더라. 이건 의도하고 던지기도 힘든 부분이라 좌타자의 아웃하이라는 근본 없는 공략에 당한 타자는 실소만 짓고 물러남 ㅋ

개인적인 생각: 오원석 같은 경우 결국 크보 좌완 기준 괜찮은 속구를 가지고 있고 이닝을 먹을수록 체력과 밸런스가 후달리는 편이기 때문에 차라리 불펜으로 쓰는 게 어떤가 싶음. 좌타자한테는 분명 속구 구위, 디셉션, 쓸 정도는 되는 변화구라는 확실한 강점도 있고. 조현우 이후로 왼손 릴리버 없는 너네팀 특성 상 개인적으로 좌완 불펜 핏이 굉장히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대부분 선발로 생각하고 있긴 하더라. 현장도 그런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