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력은 10년차고 영상일 하고있음

지난번 회사는 윗놈들이 일감 못따오면서 부서 폭파되고 전 인원 권고사직으로 퇴사 당하고

실업급여 받으면서 일 구하다가 일이 안구해지니까 막 정신병 올라고 하고 그러더라

그러던 중 4개월만에 지금 직장 구해서 

참 열심히 다녀야겠다 했는데

이제 곧 반년 되는 상황에서 내일 팀장이랑 다이까고 그만 둘 거같다

맨 처음에 면접 볼 때 

나는 기획을 못하니까 기획은 다른분들이 해줘야한다 했을 때 기획자들 있으니까 그 부분은 신경 안써도 된다 그래서 왔는데

지금은 회사에서 먼저 얘기하기 전에 니가 먼저 기획을 해서 제안을 해야하지 않냐 이러더라

아니 니네가 뭘 필요로 하고 뭐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지도 말 하지 않으면서

나보고 뭘 어쩌라는건지 모르겠다

여기서 촬영, 편집 하는 사람 나 한명이고

뭐 필요하다 할 때마다 납기 안밀리고 제때제때 맞춰서 줬는데

매달 날아오는 인사평가서에는

소극적으로 지시하는 일만 하는데 적극적으로 일하라고 너 뽑은거다

납기 지키는게 문제가 아니라 니가 적극적으로 개선사항이나 그런걸 먼저 제시하고 나서라

이런 말같지도 않은 소리들만 써져서 날아온다

나 혼자 촬영 하는것도 빡세 죽겠는데 

그 상황에서 조명을 칠 수 있냐, 사진도 찍어라, 인터뷰 할 장소 미리 알아봐둬야 하는거 아니냐 왜 안했냐 

이 지랄하는거 들으면서 내가 물리적으로 불가하다고 이유를 말해도

안된다가 아니라 하겠습니다 라고 말 해야지 그럴거면 저연차를 뽑지 너를 왜 뽑았겠냐 이딴 말이나 하니까

거기서 

'아 이새끼들은 그냥 이쪽 일을 모르기도 모르지만 그냥 상대 업무에 대한 존중이 없는거구나'

라고 생각이 엄청 들더라

그래도 지난번 회사 권고사직 퇴사하고 일 구하기까지 너무 오래걸리기도 했고,

일 안구해질까봐 겁나서 꾹 참고 다녔는데

지난달 인사 평가서 쓴거 회신와서 의견서 보니까

너 자꾸 소극적으로 일하는데 그러면 인사평가에 안좋게 반영될 수 있으니까 알아서 잘 처신해라

프리랜서처럼 일하지 마라 

이런 말이나 써져있고 

다른 사람 의견서에는 

자꾸 동일패턴으로 영상 나오는데 개선해라. 메인 PD로 역할에 대해 자각해라 같은 소리 써져있더라

나 혼자 하고있는데 뭘 더 어쩌라는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새로 업무평가서 써서 넘겼는데

팀장이 지난달 업무평가서에 의견 쓴거 반영해서 새로 쓰라더라

내가 찐빠를 낸것도 없고, 해달라는 거 다 해줬는데 뭘 반영해서 쓰라는건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냥 저 의견에 대해 '제가 잘못했습니다. 잘 하겠습니다.' 그 말을 쓰라는 거 같다는 생각밖에 안들더라

그 생각이 드니까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줄담배를 주구장창 폈는데

어디서 영상 만드는 곳에서 1인분 못한단 이야기 들어본 적도 없고

칭찬을 들으면 들었지 프리랜서가 어쩌고 니 경력이 어쩌고 그런 소리는 진짜 난생 처음 들었다

어떻게 사람들이 이렇게 남을 무시하고 하대하는지 모르겠다

멘탈이 바스라져서 금요일에 저 인사평가서 새로 안쓰고 걍 퇴근했었고

어차피 전달 받는 사람은 금요일 휴가였으니 월요일에 뭔 의견을 반영해서 수정하라는건지 말해달라고 듣고 써야겠다라는 생각

그리고 내 생각대로 '니가 잘못했으니 잘못했다 써라' 이거면

아마 싸우고나서 퇴사할 것 같다

정말 억울하고 분하다

내가 이상한건가 싶어서 옆에 같이 일하는 편집자한테 물어봐도

자기도 어디서 이런 취급 받아본 적 없는데 매번 해달라는 거 다 해줘도 일 못한다 그런 말만 써져있어서 여기 미친거같다고 그러더라

그 말 듣고 다행히 내가 이상한 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했는데

참 너무 힘들더라

내가 대체 무슨 업무를 잘 못했다고 저렇게 지랄인건지도 모르겠고

관리 책임자로 뽑았다는데 관리할 것도, 관리 할 사람도 없는데 뭘 관리하라는 건지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줘도 짜집기, 금방하지 않냐, 얼마 안걸리잖아 같은 소리나 들으면서 무시받으니까

그냥 다 놓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