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개비가 절지동물이라고?

할아버지, 왜 하필 따개비를 연구하셨나요? 더 폼나는 표본들이 많았을텐데,

왜 따개비같이 작고 하잖은 걸 연구했나요.
박물관에 전시도 훨씬 잘할테고
나에게도 중요한 동식물이 좋지.
그래서 중요한 동식물들을 다 분배하고
났더니 결국 우리 집엔...

따개비만 남게 된거군요.

그렇지. 그런데 너 혹시 따개비를
본적 있니?

그럼요. 바닷가에 가면 흔히 볼수
있으니까요.
저도 제주도 갔을때 바위 위에
다닥다닥 붙어 잇는 걸 봤어요.
아참 먹어본적도 있어요.
따개비죽이었는데요. 맛도 그렇고
생긴 것도 전복죽하고 비슷하더라구요.

그랬구나. 그렇지만 따개비는
전복하고 아주 다른 애들이야.

어떻게요?

전복은 연체동물이야, 몸이 유들유들한
연체동물.

조개,달팽이,오징어,문어같은애들이지

따개비도 몸뚱이가 연하던데요?
흐물흐물하고요.

물론 그렇지 하지만 따개비는
절지동물이란다.
마디가 있는 다리를 12개나
갖고 있거든.

따개비가 절지 동물이라고요?

그래, 정말 놀라운 일이었지.
따개비가 절지동물이라고 하면,
개미나 거미, 새우, 심지어 벌하고
같은 종류의 동물이라는 얘기니까.

어디...흠... 이거보세요 할아버지
전혀 다르잖아요! 세상에 어떤
사람이 이 둘을 같은 종류라고 하겠어요.

그래, 전혀 달라보이지. 사실 당시
최고의 생물학자들도 그렇게 생각했단다.

그럼 이번엔 따개비랑 새우가 유생일때,
그러니까 아주 어린 생물일때
모습이 어떤지 한번 비교해 보렴.

와 상당히 비슷하게 생겼네요.
구조도 꽤 닮았어요.

아하, 이제 알겠어요. 이걸보고
할아버지는 따개비가 절지동물이라고
생각하시게 된거군요?

그래,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갑각류지.
새우나 게, 가재 같은 애들하고 같은
종류인거야. 놀랍지?

따개비를 연구하면서 난 깨달았어.
동물을 대할 때 지금의 모습만 보고
판단해선 안된다는걸.

사람도 외모만 보고 판단하면 안되는
것처럼요?

바로 그거야. 그 생물의 과거,
특히 어릴 때 모습이 아주 중요해.

사실 따개비는 해부학적인 구조나
살아가는 모습을 봐서는 천생
연체동물처럼 보여.
굴, 달팽이, 조개하고 비슷해보이지.

반대로 새우나 가재 같은 절지동물
하고는 거리가 아주 멀어보이고.

하지만 따개비하고 새우를,
특히 어린시절의 모습을 비교해보면
얘네들이 얼마나 가까운 친척인지를
단박에 알수 있지.

따개비와 새우의
어린 시절은 비슷하나,
어른이 되었을때 크게 다른건
진화 과정에서 여러가지 형태로
달라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