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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차원물 - 3

케모너(118.32) 2014.01.25 16:09:57
조회 893 추천 1 댓글 1

휠체어는 수동으로 밀 필요가 전혀 없다.
하지만 그는 아까부터 스스로 휠체어를 밀어주고 있었다.
수동으로 움직인다고 몸이 불편하다거나 한 것은 전혀 아니지만,그에게 필요없는 짐을 지우고 싶지는 않았다.

 

"이거 밀어주지 않아도 괜찮은거 아니야? 자동으로 움직이기도 했으니까."

 

"저속설정은 제가 걸어서 따라가기엔 속도가 너무 느리고, 고속으로 설정하면 제가 따라가기 힘들어집니다."

 

"그렇다면야..."

 

한쪽 창문가로는 겨울이 보여지고 있었지만, 반대쪽 창가에는 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상식적으로는 이 풍경이 이해되지 않았기에, 고개를 돌려 그에게 물었다.

 

"너 혹시 저거 알아?"

 

"예?"

 

"저쪽은 여름인데, 왜 이쪽은 겨울인거야?"

 

그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물어봐선 안되는 것이었을까? 난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창가로 들어오는 햇빛은 겨울과 여름 둘다를 비추고 있었지만, 전혀 반대되는 기운을 품고 있었다.
고요하고 차분한 빛과 소란스러운 햇빛들.
뛰노는 수인들을 보고있자니 마음이 점점 편안해졌다.

 

"이 저택에는."

 

드디어 그가 첫 운을 뗐다.
난 편하게 몸을 젖히고 그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겨울과 여름, 봄과 가을이 공존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습게 들릴진 몰라도 세상은 상극으로 이루어져 있는 법이죠."

 

"음양을 말하는거지?"

 

"그쪽 세계에서는 그렇게 부르나 보죠?"

 

"무슨 말인지는 확실히 알 것 같아."

 

"이 건물은 그 이념을 반영해서 개조되었습니다. 자세히 보면 반대되는 것이 많다는 걸 아실겁니다."

 

"역시 과학은 좋구나~"

 

"반드시...좋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응?"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런식으로 대화가 끝나는걸 제일 싫어하지만, 창가에 비친 그의 표정은 어느때보다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난 입을 꾹 닫고 휠체어에 완전히 몸을 의지했다.
이제 슬슬 다리에 힘이 들어오기 시작했으니, 영화를 다 보고 나선 같이 산책이라도 하고 싶었다.

 

 

 

"영화는 여기서 고르시면 됩니다."

 

"뭐 간식같은건 없을까? 팝콘같은거."

 

"준비해드리겠습니다."

 

그는 옆에 있는 기계로 다가갔다.
아무래도 기계에서 간식거리들이 나오는 것 같았다.
어디보자... 볼만한 영화가 없으려나?
호러는 단둘이 볼만한 것이 아니고, 액션... 크으.. 보고싶지만서도...
고개를 돌려 수인을 쳐다보았다.
그는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버튼들을 누르고 있었다.
...저 수인이랑은 멜로영화를 보는게 좋겠지?
7월의 크리스마스...말할수 있는 비밀...러브 유쥬얼리...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둘러보던 도중, 뭔가 이상한 것이 눈에 띄었다.
인간이 표지에 찍힌 영화였다. 아무리 봐도 그래픽이라 보기엔 너무 정교했다.

 

"아직 못고르셨나요?"

 

"지금 고르고 있는 중인데, 혹시 이 세계에 인간이 있어?"

 

"이 세계엔 인간이 없습니다."

 

"정말 없어? 그럼 이 표지는..."

 

"실사형 그래픽이겠죠."

 

그는 딱딱한 표정으로 다가오더니, 임의로 영화 하나를 골랐다.

 

"앗! 내가 고르려고 했는데..."

 

"전부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만 있습니다. 어떤 것을 골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겁니다."

 

내가 무슨 말을 잘못한걸까?
그는 아까부터 풀죽은 표정으로 스크린만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과거의 일을 투영하는 것 처럼, 그의 눈동자는 쓸쓸하게 빛났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그는 믿을 수 없다는듯 헛웃음을 지었다.

 

"왜그래? 봤던 영화야?"

 

"하필 이게 나올줄은 몰랐군요."

 

리모콘을 들어 영화를 바꾸려고 하던 때, 느닷없이 그가 팔을 들어 저지했다.

 

"그냥, 다시한번 보고 싶습니다."

 

영화가 30분가량 진행됬음에도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다.
자꾸 옆에 앉은 수인한테 신경이 쓰였다.
어색함을 풀어보려고 난 팝콘을 집어서 그에게 들이밀었다.

 

"너 하나도 안먹었어."

 

"..."

 

그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눈 앞에 있는 팝콘을 받아먹어야 할지, 정중히 거절해야 할 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항상 그렇게 격식있게 행동할 필요는 없잖아? 그냥 먹어."

 

그는 대답없이 머리를 살짝 들어 팝콘을 물어갔다.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입만 움직이는 그에게, 주스 잔도 입가에 가져다댔다.
한참을 멍하게 바라보던 수인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습니다."

 

"입에 안맞는 주스야?"

 

"그런건 아니지만..."

 

"그럼 그냥 마셔."

 

그는 머뭇거리다가 입만 가져다 댔다.
에? 이상태로 기울여달라는건가?
나는 조심스럽게 주스를 흘려넣었다.
간식을 먹인 뒤부터, 그의 관람태도가 사뭇 달라졌다.
보라는 영화는 보지도 않고,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있기만 했다.

 

"역시 한번 본거라서 재미가 없나봐? 다른 영화 볼래?"

 

"괜찮습니다. 그보다, 점심시간이 온 것 같은데요."

 

"벌써?"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나를 힘차게 밀었다.

 

"영화 끄지도 않았잖아!"

 

"나가면 저절로 꺼집니다."

 

이 수인의 행동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감이 안온다고 해야 할까?
나는 긴 복도를 지나가면서 살짝 그의 표정을 살폈다.
아니나다를까, 그는 이번에도 딱딱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젖히는 순간, 작은 얼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저거 누구야?"

 

너무 놀란 나머지 나도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복도 끝에서 작은 수인 하나가 날 노려보고 있었다.
그것도 당당하게 서있는게 아니라, 얼굴만 살짝 드러내고 말이다.

 

"신경쓰실 필요 없습니다. 만나도 모른척, 대화상대 해주실 필요도 없고요."

 

"뭐야 그게? 설마 귀신이라는거야?"

 

"아뇨,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턱도없이 길어지니까 그냥 피해다니는게 상책입니다."

 

뭔가 더 물어보려던 찰나 식당문이 열렸고, 증오스런 얼굴이 보였다.

 

"마침 잘 오셨네요. 음식이 다 됐던 참인데."

 

"너... 이번에도 불 뿜어가면서?"

 

"항상 그렇지요."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뭘 어쩌겠는가? 이게 수인 세계의 법칙이라면 따라야지.
난 단념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금전에 봤던 얼굴의 주인이 바로 눈에 띄었다.

 

"넌 아까 ..."

 

멀리서 봤을때는 무슨 수인인지 몰랐지만, 가까이서 보니까 늑대수인이라는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입이 조금 짧고 뭉툭하기는 했지만 틀림없었다.
그 아이는 어딘가 모르게 잔뜩 성이난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당신, 크라우스 맞아?"

 

"뭐?"

 

"요놈 말버릇좀 보게!"

 

옆에 서있던 용 수인이 딱밤을 먹였다.
그 나이또래 아이들은 눈물을 흘리기 마련인데도, 그는 바락바락 대들었다.

 

"돌팔이 요리사 주제에 왜 때려!"

 

"하프님이라고 몇번을 말해야 알아듣냐! 그리고 난 돌팔이 요리사가 아니라니깐."

 

"소금 줘! 소금 주면 내가 알아서 밥 해먹을게. 간도 못맞추면서 무슨 요리사야 지가."

 

그러니까, 내 이름이 하프라는거지? 크라우스는 별명같은거고 말야.
이 몸의 이름은 어찌어찌 알았지만, 생각해보면 주변 인물들의 이름을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넌 이름이 뭐야?"

 

"뭐?"

 

아이는 한참 접시를 뒤적이다가 나를 쳐다보았다.
자신한테 장난을 치는건지, 정말로 궁금해서 묻는건지 의문스러운 표정이었다.

 

"메이슨. 메이슨이라고 하더군요."

 

"내가 말하려고 했거든."

 

고양이 수인은 아랑곳 않고 자신의 이름도 밝혔다.

 

"저는 다니엘입니다. 요리사는 블랜드. 세명밖에 없으니 바로 외우셨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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