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늑머히어로x점붕소설2-1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23 03:35:00
조회 340 추천 14 댓글 7


“바, 반갑습니다.”


그러곤 손을 슬쩍 내밀었다.


A는 악수하지 않았다. 시간이라도 멈춘 듯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기나 했다. 뼈가 툭 두드러진 손등에 머무르던 시선은 느릿느릿 위로 올라갔다. 멀찍이 떨어져 있던 방금과 달리 지금에 이르러서는 상대를 더욱 확연히 살펴볼 수 있었다.


키가 굉장히 큰 남자였다. 다소 유약한 말투와는 다르게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하니 잘생긴 미남이기도 했다. 부리부리한 눈매와 뚜렷한 턱선, 어설픈 미소가 매달린 입술. 새빨갛게 염색한 머리칼은 희미한 가로등 불빛에 비추어 어슴푸레 빛났다.


그런 남자는 묘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모자로부터 시작해서 신발까지 전부 따로 노는 것만 같은 모양새였다. 오동색 군밤 모자에 분홍빛 반팔 티셔츠, 새까만 패딩 바지와 질질 끌리는 삼선 슬리퍼. 발가락이 죄 드러난 무좀 양말은 아주 가관이 따로 없었다.


남루하다기보다는 기이하게 느껴지는 복장이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언뜻 기괴하다고까지 해야 할까. 어디 으슥한 밤거리에서 단둘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곧장 까무러칠 정도의 비주얼. 애석하게도 현재 A가 맞닥뜨린 상황이기도 했다.


“어…….”


침을 꼴깍 삼킨 A가 말끝을 흐렸다.


“죄송한데, 저 믿는 종교 있어요.”


그러곤 이렇게 말했다.


“그럼!”


만면에 어색한 미소를 매단 A가 스르르 뒤로 물러났다. 이어 고개를 까딱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눈앞이 집이긴 했지마는, 어쩌랴. 저 이상한 남자와 엮이느니 반대편으로 빙 둘러 돌아가는 편이 나을 성싶었다.


“자, 자, 잠시만요.”


이대로 제게 신경을 끊어줬으면 했다마는, 아무렴 현실은 다르게 흘러가는 법이었다. 양손을 다소곳이 모은 남자가 머뭇머뭇 A의 뒤를 졸졸 따라오기 시작했다. A는 멀어지기는커녕 자꾸만 따라붙는 덩치 큰 그림자를 세상 고까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잠깐만. 저, 저랑. 대화 가능하실까요.”

“제사 안 해요.”

“그. 저. 수,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요.”


참 설득력 넘치는 발언이네요.


“오……. 오 년 전에. 계승 의식을 치르시고. 살아남은 쪽…… 분. 아니신가요?”


요즘 사이비 세계관은 참 구체적이기도 하구나.


“아니라고요.”


속으로 구시렁거리던 A가 뒤를 홱 돌아보았다.


A가 걸음을 멈추니 등 뒤의 남자 또한 우뚝 멈췄다. 짜증 섞인 대답에 겁을 집어먹은 듯 어깨를 한껏 움츠러뜨리기도 했다. 아래로 내리깐 채로 이따금 이쪽을 힐끔거리는 시선. 주눅 든 모습과 별개로 노르스름한 눈동자는 이쪽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더욱이 기묘한 것은 남자가 이어서 보인 행동이었다. 별안간 눈을 감더니 A에게 고개를 젖히고선 코를 조금씩 벌름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콧잔등을 씰룩이면서 빠르게 킁킁거리는 꼴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무슨 동물에 가까울 성싶었다.


갯과 짐승.


“비슷한 내, 냄새가 나는데.”


한참이나 킁킁대던 남자가 웅얼댔다.


“아니면 냄새가 무, 묻은 건가?”


이어진 이야기는 혼잣말에 가까웠다.


A는 대답하지 않았다. 팔짱을 낀 채로 상대를 샐쭉하니 노려보기나 했다. 혼자서 주절주절 떠든 것을 마지막으로 남자는 고개를 비스듬히 수그리고 있었다. 입술이 쉬지 않고 들썩거리는 꼴을 보아하니 또 다른 혼잣말을 읊조리는 모양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썩 유쾌한 풍경은 아니었다. 어두컴컴한 거리에서 기괴한 옷차림을 한 남자가 고개를 수그리고 혼잣말을 웅얼거리는 꼴이라니. 어디 공포 영화에나 나올 법한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일 초라도 빠르게 눈앞의 남자에게서 벗어나고픈 마음뿐이었다.


그냥 도망갈까?


바로 붙잡힐 것 같은데.


빨리 돌아가서 전화 안 하면 B 씨 걱정할 텐데…….


“그, 그러면. 저기.”


속으로 고민하던 A가 귀를 기울였다.


“B라는…… 이름. 호, 혹시 아세요?”


그러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

12



추천 비추천

14

고정닉 7

2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여행 같이 다니면 고난이 예상되는 스타는? 운영자 25/04/28 - -
공지 점퍼 갤러리 이용 안내 [7142] 운영자 08.02.19 260070 267
3329876 프레디 자지 피규어 [1] 파란마카롱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1 7 0
3329875 좋느 냐스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59 9 0
3329874 나도 솔져 수인 갖고 놀래 파란마카롱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59 10 1
3329873 업체별 영업비밀 ㅋㅋㅋㅋㅋ ㅇㅇㅇㅇ(49.254) 20:58 9 0
3329872 저녁의 짤풀이 17376 Nokdu(182.211) 20:52 9 0
3329871 저녁의 짤풀이 17375 [2] Nokdu(182.211) 20:49 22 0
3329870 좆간주의) 수인인형 판매용영상 [12] Kan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49 74 0
3329869 님들 오늘 무슨 날인지 알고 있는거임???????????????? [24] 언양불고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48 181 13
3329868 또 용아조씨 그림에 수염 빼먹었네... [5] Ronc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48 27 0
3329867 늙었다고 배척하는 점갤 서럽다 [10] 마눌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47 37 0
3329866 화요일이라 술좀 먹었네,... 수간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47 10 0
3329865 현실에 아빠랑 아들이 떡치는 사례 있을까 [8] ㅇㅇ(223.38) 20:47 51 0
3329864 30대이상점갤금지 [8] ㅇㅇ(223.38) 20:45 41 0
3329863 풀하우스 그린거 구경하실? [2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42 150 16
3329862 니들은 일자후장만봤지?ㅋㅋㅋ [4] 응우예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42 64 0
3329861 결혼해달라는글에비추2개박혀서엉엉울었음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38 39 0
3329860 역시 술은 적당히 마시는게 제일 기분 좋아 [8] 야끼니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37 35 0
3329859 입에서 중국어 나옴 & bgm 중국어 나옴 [6] ㅇㅇ(118.235) 20:36 40 1
3329858 그 갤러 나 차단했네 [12] 마눌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34 62 0
3329857 갤질하는 걸로 월급탈 수 있으면 좋겠다 [3] 돈꼬추라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31 22 0
3329856 점붕이들을 보면 프로이트는 틀렸음 [16] Lup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7 91 0
3329854 발로란트 하는 사람 있나 [6] 펄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 37 0
3329853 오랜만에 먹식중... [14] Lai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 100 1
3329852 롯데월드 가여지 [13] 늑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 52 0
3329851 오천원주고산편의점일회용배터리<<3분충전하고뻗음...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 32 0
3329850 클래스메이트 전원충견 45 짧은역식 [1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 201 15
3329849 비코는당장호랑이잡화점만화를그려라 [2] ㅇㅇ(223.38) 20:06 60 0
3329848 네이버멤버쉽뭐냐 [14] 들박최적화인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 77 0
3329847 이 사람 자캐가 탐난다 [8] Typho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3 90 0
3329846 집오면 12시구나 [4] 샤벳상어둥글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2 29 0
3329845 하지메가 머하는거지이 [4] 베이징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1 54 0
3329844 딴갤 아저씨랑 떡칠때 멘트 보니 좀 꼴리네 [1] 월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56 86 0
3329843 좋은 대만사투리 단어 하나 배웠다 [4] ㅇㅇ(118.235) 19:55 76 0
3329842 공주오랜만에먹식이나해야겠음,,, [1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53 90 0
3329841 케엪씨 매포 메뉴 맛잇네 [2] 강태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51 41 0
3329840 웈동 안해도 몸 크고 상@/₩)&>♡<#!_ [2] 멍멍이괴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42 56 0
3329839 이거 너무 민망하다 [2] 검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42 76 0
3329838 수인이될수있는데김치알레르기생김vs [1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42 72 0
3329837 나랑결혼해.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35 40 0
3329836 겜해야하는데 졸리고피곤해서 못하겠으면어카냐...??? [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34 46 0
3329834 미친 케엪씨 감다살이노 ㅋㅋ [10] 강태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33 122 0
3329833 로맨스스캠에당한헤테로홍대남... [5] 강태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9 67 0
3329832 한돈앞다리가 집앞에서 100그람당 1300원인거보고 놀랏어 [4] 무무21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7 48 0
3329831 아저씨수인이랑영딸하려했는대집에엄마친구들왔노 [8] 아가쉔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4 61 0
3329830 이 움짤이 계속 떠오르더라구 [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4 88 0
3329829 네이버는 이제 쇼핑몰 지도 용도인가 [6] 무무21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3 57 0
3329828 허벅지두께개좆되는나시티반바지근육질인간남성발견함...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2 55 0
3329827 우리동네 대형 교차로에 딸배들 다 내려서 지나가더라 [3] 강태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0 47 0
3329826 머냐 4월말인데 저녁엔 쌀쌀하네 [4] 강태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8 32 0
뉴스 걸그룹 출신 A씨, 소속사 대표 이모씨 성추행 혐의로 고소 디시트렌드 18:0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