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강가의 너와 나"

가을이 깊어지면서 강가의 바람은 차가워졌지만, 여전히 그곳을 찾는 이가 있었다. 이안은 강가에 앉아 물수제비를 뜨고 있었다. 작은 손에 낀 돌이 힘차게 튀어 오르다 물속으로 사라졌다. 뒤에서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 물수제비야?"

이안은 뒤를 돌아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의 뒤에 선 사람은 거대한 덩치의 남자였다. 깊고 단단한 어깨, 팔뚝은 마치 나무둥치 같았다. 까칠한 수염이 덥수룩한 얼굴을 감싸고 있었지만, 갈색 눈은 의외로 부드러웠다. 이안은 익숙한 목소리에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러는 너는 또 산책이야?"

태하는 한숨을 쉬며 이안 옆에 앉았다. 강가에 걸터앉은 그의 몸이 묵직하게 흔들렸다. 이안이 작게 키득거렸다.

"의외네. 네가 이렇게 얌전히 앉아있는 거."

"넌 너무 가벼워. 가끔은 가만히 있어도 돼."

이안은 태하의 옆구리를 툭 치며 웃었다. "그러니까 너처럼 무겁게 살라는 거야?"

태하는 그를 흘긋 보더니 묵묵히 손을 뻗어 이안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이안이 투덜거리며 몸을 피하려 했지만, 태하의 팔 안에서 빠져나오기는 어려웠다. 결국 그는 포기하고 고개를 기대듯 기댔다.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친구였다. 이안은 활달하고 작고 장난스러웠다. 태하는 과묵하고 묵직하고 서툴렀다. 성격도, 체격도 정반대였지만, 이상하게도 서로에게 끌렸다. 태하는 이안의 웃음이 좋았다. 밝고 가벼운 목소리가 곁에 있을 때면 차가운 바람도 견딜 만했다. 이안은 태하의 손이 좋았다. 크고 거칠지만 따뜻했다. 언제나 자신을 단단히 붙잡아 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친구라는 이름은 편안했지만, 때때로 벽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느 날, 이안이 술에 취한 채 강가에 앉아 있었다. 태하는 한숨을 쉬며 그 옆에 앉았다.

"이안."

"태하."

이안은 태하를 올려다보았다. 눈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태하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의 볼을 쓸어내렸다.

"왜 그래?"

이안은 가만히 태하의 손을 잡았다. "그냥. 오늘은 네 손이 더 따뜻해서."

태하는 입을 열지 못했다. 이안이 천천히 몸을 기울였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속삭였다.

"있지, 태하. 네가 나 좋아하는 거 알아. 나도 그래."

태하는 순간적으로 굳었다. 이안은 씩 웃더니 덧붙였다.

"근데 왜 이렇게 겁내? 넌 나보다 덩치도 크고 힘도 센데."

태하는 그제야 숨을 내쉬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안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작은 몸이 품 안에 쏙 들어왔다.

"나는... 네가 날 부담스러워할까 봐."

이안은 태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중얼거렸다. "바보야. 난 네가 이렇게 안아주는 게 좋은데."

그날 밤, 강가의 바람은 차가웠지만, 그들의 온기는 더욱 따뜻하게 서로를 감싸고 있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왔다. 강가의 얼음이 녹아 흐르고, 산들바람이 부드럽게 두 사람의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이안과 태하는 나란히 앉아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하는 조용히 손을 뻗어 이안의 손을 감쌌다.

"우리, 오래 함께하자."

이안은 태하의 손을 꼭 잡으며 미소 지었다. "당연하지. 나 이제 곰 없이 못 산다니까."

태하는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그럼 평생 옆에 있어."

이안은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태하를 바라보다가,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응. 평생."

햇살 아래, 두 사람은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그들의 사랑은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가에는 언제나처럼,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잔잔히 울려 퍼지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