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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머히어로x점붕소설2-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2.12 05:25:15
조회 491 추천 17 댓글 12


일련의 사건을 겪은 둘은, 그렇게 연애를 시작했다.


거창한 표현이었지만 바뀌는 것은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 언뜻 보기에 A와 B는 예전과 똑같아 보였다. 은퇴한 전 영웅과 그 담당자. 매주 두세 번씩 의무적으로 만나고, 서류에 서명을 받고, 이런저런 안부를 묻다 돌아가는 관계.


그러니까,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그러했다.


애초에 매주 두세 번씩 만난다는 것부터가 거짓부렁이었다. A는 주말마다 B의 집에서 죽치고 앉아 있었으니 말이다. 거의 반파되다시피 한 거실의 수리를 위해 연애 시작 직후 2주 정도는 출입이 제한되기야 했다마는, 어쨌든.


거실이 새집처럼 번듯하게 고쳐진 이후부턴 둘의 시간일 테지만, 그나마도 마뜩잖았다. A가 곧장 앓아누웠던 까닭이다. 병명은 다름 아닌 몸살감기. 이제 더는 제 주변에 얼씬도 하지 않는 K가 새삼, 그리고 괜히 괘씸해지는 순간이었다.


자취하다 몸져누우면 서럽고 외로운 법이라지만, A에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었다. 서러워하기는커녕 외레 이불 속에 콕 틀어박혀 히죽거리기나 했다. 해쓱한 낯짝을 휴대폰 화면에 바싹 들이밀고 손가락을 콕콕 놀려댄 것이다. 콧물을 킁킁 빨아들이며.


[만ㅆ이 아ㅍㅏ?]


늑대와의 메신저 창을 끊임없이 바라보았다.


병가를 낸 일주일 동안 A는 종일 B와 채팅했다. 자판 두들기는 일이 조금 물린다 싶으면 통화도 곧잘 하곤 했다. 여느 연애 초기 커플이 그렇듯 멋쩍고 조곤조곤한 말투로.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사실상 하루 내내 대화 삼매경에 빠져 있는 셈이었다.


얼핏 광기에 가까운 집착에도 B는 전혀 귀찮아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도리어 제 요양에 방해가 되진 않을지 걱정을 다 할 지경이었다. 자신을 제외하면 평소 삶에 낙이라는 것이 없다시피 한 늑대였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더 쉬지]


마음 같다면 평생 방구석에서 뒹굴고 싶었지만, 아무렴 병가에는 끝이 있는 법이었다. A는 정확히 일주일 쉬고 바로 직장에 복귀했다. 하루라도 빨리 늑대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지만, 동시에 묘한 죄책감 또한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놀고먹으면서 매달 월급까지 받는다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주일 병가에?


꿀단지도 이런 꿀단지가 따로 없었다. 나름 나라의 녹을 받아먹는 입장에서 이렇게 인생을 날로 먹어도 되나, 싶은 걱정마저 문득 들 지경이었다. 스스로가 무슨 사기꾼으로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영복이 싫다며 징징대는 동료들을 볼 때마다 더더욱.


양심의 가책은 근면한 직장 태도로 승화시키기로 했다. A는 한층 더 싹싹해진 태도로 온갖 자질구레한 일들을 도맡다시피 했다. 시종일관 웃으며 일하니 동료들도 이상하게 여길 지경이었다. A 씨 좋은 일 있어? 애인 생겼어? 하루가 멀다 하고 듣는 질문들.


요약해서 말하자면, 참 즐거운 나날이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렇게 행복한 시절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따분한 공무원 일도 마냥 즐겁고, 직장 동료들도 모난 구석 없이 착하고. 여태껏 꿈속에서나마 이룰 수 있었던 늑대인간과의 만남에, 연애까지.


그렇게 이러저러해서 한 달.


“아, 진짜. 가만히 있어 봐요.”


정확히 한 달이 지났다.


소파에 앉은 A가 닦달하고는 제 이마를 쓱쓱 매만졌다. 하얗고 매끄러운 살갗에는 뜨뜻미지근한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거의 삼십여 분 가까운 시간 동안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벌여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가느다란 손에는 웬 빗이 들려 있었다. 인터넷에서 큰마음 먹고 주문한 애견용 최고급 브러시였다. 손잡이 부분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따뜻한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데, 이게 털을 흩날리지 않고 뭉치게 만든다나 뭐라나.


효과 자체는 있는 듯싶었다. 하나가 아닌 두 개를 샀어야 했다는 후회가 자꾸만 들기야 했다마는 말이다. 아무리 빗어대도 모피 깊숙한 곳에서 쏟아지는 여름 털. 대형견 사이즈로 구매했음에도 늑대인간 전용으로는 그저 작기만 했다.


“다 끝났다니까요.”

“아니……. 간지럽다고, 좀.”


눈앞에는 널찍하고 단단한 등이 있었다.


상의를 탈의한 B는 마룻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덩치가 어찌나 커다랬는지 소파에 자리한 A와 앉은키가 비스름할 지경이었다. 빗이 닿을 때마다 어깨를 움찔거리는 늑대인간. 불편한지 부끄러운지, 두툼한 꼬리가 바닥을 빗자루처럼 자꾸만 쓸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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