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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흙수저점붕이소설...........4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2.03 02:16:55
조회 469 추천 17 댓글 12


충동은 충동뿐이었다. 손을 내저은 내가 차분히 말을 이었다.


“비용 때문은 아니고요. 저희 집이 가게를 하는데……. 일 때문에 좀 바빠서요.”

혹시 몰라 미리 준비해 두었던 변명이었다.


“가게?”

“네. 반찬가게인데, 어머니께서 운영하세요.”

“아, 그래? 선생님이 그건…… 음. 몰랐네.”


허를 찔리기라도 했는지 담임은 잠시 허둥거렸다. 나쁜 사람도 아닌데, 어째서일까. 나는 묘한 통쾌함을 느꼈다.


“그럼 어머님도 동의하셨고?”

“네. 여기…….”


아래를 슬며시 눈짓했다. 가정통신문 하단 ‘부모님 사인’란에 기재된 멋들어진 서명. 볼펜으로 대충 휘갈긴 글씨체였음에도 어머니의 이름 세 글자를 알아보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개업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직원도 없거든요. 제가 도와드려야 해요.”


가짜이긴 했다마는.


애초에 이 가정통신문은 어머니께 보여준 적조차 없었다. 사인 정도야 쉽게 흉내 낼 수 있었고 말이다. 당장 중학교 시절에도 이 방식으로 수련회고 수학여행이고 전부 빠질 수 있었다. 되도 않는 모범생 딱지 덕에 여태껏 선생들도 전혀 의심하지 않는 눈치였고.


자연스레 현재 어머니는 수학여행의 존재조차 모르는 상황이었다. 안 그래도 없는 살림에 괜한 부담감을 주느니 그냥 처음부터 없던 일로 묻어두는 편이 훨씬 낫겠다는 판단이다. 태어나서 여행이라곤 가 본 적도 없었으니 그다지 아쉬운 편도 아니었고.


아쉬움을 가질 처지도 아니었고.


“안 아쉽겠어?”

“네, 괜찮아요.”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슬슬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살살 아파오는 배를 문지르던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어라 대답을 한 것도 같았지만, 딱히 기억나는 것은 없었다. 그저 당장이라도 벌떡 일어나 교무실 바깥으로 달려 나가고픈 심정이었다.


“……그래, 우리 연우가 그렇다면야.”


인고의 시간이 따로 없었다.


“그럼 전 가 보겠습니다, 선생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내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스쳐 지나가듯 본 선생은 벙긋 웃으며 손을 까딱이는 와중이었다. 그래, 살펴 가고. 틀에 박힌 인사말을 뒤로하며 성큼성큼 문을 향해 다가갔다. 오랜 냉방으로 얼음장처럼 차가운 금속제 문고리에 손을 올렸다.


“연우야.”

“네?”


그러다 고개를 돌렸다.


“선생님이 뭐 도와줄 일은 없고?”


팔짱을 낀 담임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눈을 껌뻑였다. 방금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제대로 분간이 가지 않았던 까닭이다. 파도처럼 울렁이는 아랫배와 켜켜이 막혀드는 가슴께. 목구멍 아래쪽에선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서로 자기가 바깥으로 나가겠다고 아우성을 쳐댔다.


도와줄 일이라.


도와줄 일이야 많았다. 당장 오늘 밤까지 해야 할 주방일로부터 시작해서, 온수 따위 나올 기색조차 없는 수도라든지, 비가 올 때마다 방구석에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이라든지. 장마철이 가까워지며 벽을 스멀스멀 메우는 곰팡이까지도. 뭐 그런 소소한 것들.


도와줄 수는 있을까.


도로 되물어보고 싶은 충동이 불쑥 일었다. 여기서 내 불행을 토로한다면, 알량한 도움 몇 푼을 동냥한다면. 과연 무엇이 어떻게 바뀌게 되냐고. 42만 원 따위는 무서워하지 않는 형편이 되기라도 할까,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아버지가 갑자기 생겨나기라도 할까.


아니면 최소한, 저 동정 섞인 시선이 사라지기라도 할까?


“아뇨, 선생님.”


그러한 맥락에서,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괜찮아요.”


빙그레 웃으면서.


“그래?”

“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다, 아냐. 뭘.”


다소곳이 인사하자 담임은 손을 내저었다. 씩 웃으며 바깥을 향해 턱짓하기도 했다. 구구절절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엔 머쓱함, 그리고 약간의 민망함이 뒤섞여 있었다.


“그래도, 혹시 필요한 거 생기면 선생님한테 언제든지 말하고. 알겠지?”

“네.”

“선생님이 하교하는 학생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네. 조심히 들어가라.”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재차 꾸벅 인사한 내가 교무실 문을 열었다. 손을 완전히 떼어내고 나서야 금색 문고리가 땀과 열기로 번들번들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복도로 나선 내가 가방을 고쳐 멨다. 삐걱거리는 걸음은 얼마 가지 못하고 우뚝 멈추고 말았다. 눈을 지그시 감은 나는 잠시 심호흡을 했다. 후텁지근한 공기가 폐부를 파고들고, 또 빠져나올 때마다 두근거리는 가슴도 차츰 진정되기 시작했다.


겨우겨우 평정을 되찾은 나는 입가를 문질렀다. 에어컨 바람을 한참이나 쐰 볼과 입술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표정이 잘 풀어지지 않았다. 입술 끄트머리에 맺힌 미소를 완전히 없애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몸은 차갑고, 머리는 지끈거리고.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가게 일을 하기 전에 몇 분이라도 쉬려면 최대한 빨리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기도 했다.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은 나는 끝끝내 한숨이나 푹 내쉬었다. 그러곤 내리깐 시선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연우.”


아니, 반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복도 끄트머리에 익숙한 형체가 보였다. 학생들이 우르르 빠져나가 한적한 계단에 누군가 서 있었다. 이쪽을 발견하자마자 성큼성큼 걸어오기도 했다. 커다란 덩치만큼이나 널찍한 보폭은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거리를 빠르게 좁혀 갔다.


풀어헤친 하복 단추, 검은색 반팔 티셔츠.


쫑긋 세운 귀, 쭈뼛 선 꼬리.


내게 고정한 한 쌍의 시선.


“얘기 끝났냐?”


최호범이었다.


“어디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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