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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흙수저점갤러소설............4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2.24 00:25:58
조회 251 추천 12 댓글 7

“이거, 답 뭐야.”


녀석은 눈을 가늘게 떴다.


시력에 문제가 있다는 뜻은 당연히 아닐 터였다. 그것을 알고 있었던 나는 서둘러 공책 귀퉁이에 정답을 끼적였다. 그러곤 담임에게 최대한 들키지 않게끔, 최호범의 자리에 공책을 슬쩍 드밀었다. 발로 녀석의 실내화를 툭툭 건드리면서.


다행히도 녀석은 내가 보낸 신호를 알아챈 모양이었다. 이쪽을 곁눈질하던 까만색 눈동자가 별안간 아래로 기울어졌다. 빽빽하기 그지없는 필기 아래쪽, 동그라미를 두 번씩이나 그려가면서 강조한 정답은 ‘-2’였다.


“어…….”


한참이나 뜸을 들이던 최호범이, 어물어물 말을 이었다.


“빼기 2요.”

“마이너스겠지. 마이너스!”


곧장 면박이 되돌아왔다.


교실은 곧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로 차올랐다. 하물며 핀잔을 준 대머리마저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피식했다. 이마를 짚고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 모습을 보면 그다지 유쾌한 웃음은 아닌 듯싶었다. 상상 이상의 무식함에 질렸다고 해야 할까.


“야구부라고 공부 게을리 하면 안 된다. 알겠냐?”

“예.”

“적어도 플러스, 마이너스는 알아야 할 거 아냐! 너 이제 고등학생이야, 인마!”


‘마이너스’ 소리에 학생들이 또 자지러졌다. 따라 헛웃음을 흘린 담임이 짐짓 엄한 어조로 말을 마쳤다.


“반장 정성 생각해서 이번엔 안 혼낸다. 앉아!”


알고 계셨구나.


머쓱하게 웃는 것도 잠시였다. 나는 도로 자리에 걸터앉는 최호범을 보았다. 난데없이 놀림거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그다지 신경 쓰는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주둥이를 슬쩍 벌리고선 하품이나 턱턱 내뱉는 와중이었다.


세상 수더분하기 그지없는 성격이었다. 나였으면 부끄러워서 어디 쥐구멍에라도 들어갔을 텐데. 자존감이 원체 높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인지. 평소 보이는 행실을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후자 같기도 하고.


“연우.”


도로 공책을 가져가려던 내가 움찔했다.


속닥이듯 저를 부른 최호범은 이어 말하지 않았다. 대신 필통에서 필기구를 꺼내기나 했다. 똑딱거리는 소리와 함께 빠져나오는 샤프심. 나는 샤프를 그러쥔 맹수의 손이 공책 귀퉁이에 무언가를 끼적이는 모습을 멀거니 바라보기나 했다.


일련의 행동을 마친 녀석이 공책을 내 쪽으로 스윽 밀었다. 무슨 그림이라도 그렸나 싶었는데, 이제 보니 웬 글줄이었다. 워낙 악필이었던 탓에 조악한 낙서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최호범이 쓴 글씨를 얌전히 읽었다.


[땡큐]


그러곤 다시금 고개를 들어 올렸다.


다시금 턱을 괸 녀석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이 마주침과 동시에 슬쩍 웃어 보이기도 했다. 주둥이 끄트머리를 씩 비틀어 올린 미소는 얼핏 시원해 보이다가도, 또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기도 했다. 무언가 쭈뼛거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야 할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녀석과 비슷한 웃음을 보여주곤 도로 고개를 떨어트리기나 했다. 멀쩡한 척 필기를 다시금 시작했지만 속은 다소 어수선했다. 시선은 자꾸만 공책 귀퉁이로 향했고, 머리는 그곳에 적힌 글줄을 곱씹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땡큐’라.


묘하게 우스운 이야기였다. 따지고 보자면 이렇게 나한테 감사를 표할 필요 따위는 없었으니 말이다. 답을 알려주긴 했으나 담임에게 혼나는 건 결국 못 막아내지 않았는가.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학생들의 비웃음까지 사게 되지 않았는가.


가슴 한 구석이 싱숭생숭했다. 나는 문득 과거에 했던 다짐을 속으로 되뇌었다. 내가 분명히 어쩌겠다고 했더라. 절대 녀석과 다시 엮이지 않겠다고 했었지. 실제로도 그렇게 될 줄만 알았고. 자리를 바꾸기만 하면. 발표 수행평가만 끝나면.


그리고 지금은 발표 수행평가가 끝나고도 한 달이 지났고.


자리는 여전히 바꿀 생각조차 없고.


“……후.”


별안간 갑갑함이 밀려왔다. 한숨을 내쉰 나는 다시금 필기나 시작했다. 감정 섞인 끼적거림에 가녀린 샤프심은 금세 똑, 하는 소리와 함께 부러지고 말았다.


-

힝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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