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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감방호랑이곰2부 7화모바일에서 작성

글쓰는 너굴맨(118.235) 2024.12.10 21:53:55
조회 135 추천 1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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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있고 싶었는데…."


"더 있다간 저녁 못 먹었을 텐데? 그래도 상관없어?"


"아니요! 밥은 꼭 먹어야죠!"


꽤나 오랜 시간 온천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나오려니 아쉬움이 남는다.

털들 사이로 느껴지는 따끈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은. 확실히 몸에 쌓여있던 피로가 풀린 것 같다.

곰이 나가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장장 몇 시간이라도 있고 싶은. 정말 잘 만든 온천이었다.


앞장서고 있는 곰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자 작은 방들이 모여 있는 곳에 도착한다.

이후 정갈한 자세로 인사를 하며 우리를 안내하는 직원의 도움을 받아 방으로 들어가자.

좌식으로 된 의자와 테이블이 세팅되어 있었다.


"진짜 전통 느낌 제대로네요."


"좌식을 선호하진 않는데 말이지…."


각자의 소감을 말하는 중에 예상치 못한 곰의 반응이 보인다.

뭐든 무덤덤해 보이던 곰에게도 좋아하지 않는 게 있다니. 예상외다


"네? 왜요?"


으음…. 하고 망설이던 곰은 그게 라며 마지못해 대답한다


"뭐랄까…. 입식보다 앉는 게 불편하다고 해야 하나…."


말을 흐지부지 끝내는 곰의 입에선 작지만 분명하게 배가 튀어나와서 말이지 라고 했다.

그의 말에 곧바로 시선을 배 부분으로 옮긴다. 옷이 작은사이즈인 탓에 말끔하게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복부와 가슴 부분이 드러나 있어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진 않았다. 확실히 곰이라는 종족 특징도 있겠지만 조금…. 많이 나오긴 했네.


"아, 그 생각을 못 했네요…."


"비웃지 마라. 한 대 쥐어박을 거니까"


"아니 제가 언제…. ㅎ…."


"입꼬리가 부들부들 떨리는데 뭘 안 웃어"


또 볼을 잡아당기려는 곰의 몸짓에 알았어요. 알았어 라며 애써 얼굴에 웃음기를 지운다.

웃긴 상황에 웃지 말라는 게 잘못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밥 먹기 직전에 얼굴이 죽 죽 하고 늘어나는 건 사양하고 싶으니 고분고분 말을 잘 따르기로 한다.


"현지 분위기를 살리는 거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이런 단점이 생기기도 하는군"


"음…. 이런 것도 개선 사항으로 들어가나요?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많은 수인들이 곰 같은 체형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물론 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불편함 때문에 호텔 전반적인 컨셉에 수정을 요구하는 건. 주객이 전도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영이나 호텔 관련한 교육을 들은 적이 없는, 그냥 평범한 시민의 생각일 뿐이지만 말이다.

바보 같은 질문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곰은 잠깐동안 고민하더니 그러니까 라며 설명을 시작한다.


"우리는 평가하는 입장이 아니라 체험해 보고 느꼈던 점을 전달해 주는 역할이니까"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알아들을 수 있게 하려고 단어 선택을 하고 있는지

곰의 말을 이해하는 데 있어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불편함을 느낀 부분이 있다면 정확하게 전달해 주는 것도 중요해."


"예를 들면 내가 좌식을 불편하게 느꼈으니 몇 개의 방에라도 입식 스타일을 적용시켜 줄 수 있겠냐는 식인 거지"


"물론 내 역할은 전달해 주는 것에서 끝. 이 안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수정할지까지는 전부 상대 업체가 해결해야 할 영역이야."


"어렵네요. 그냥 좋으면 좋다 별로면 별로다 라고 하면 끝인 줄 알았어요"


난 온천여행이라는 곰의 말에 기분 좋게 즐기면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그저 헤헤거리고 있는 동안 곰은 그런 부분까지 보고 있었던 거구나.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드는 찰나


"시커먼 아저씨가 보는 것보다 너 같은 녀석이 느끼는 게 더 정확한 부분도 있으니까 민폐인 것 같다고 생각하지 마"


"…. 독심술이라도 할 줄 아시는 거예요?"


왜 매번 말하지도 않았는데 내 속마음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건지 놀라운 정도다.

내 대답에 곰은 살짝 웃는다.


"얼굴에 다 써져 있다니까. 아무튼. 도움 되니까 데려온 거고, 잘 해주고 있으니까. 자책할 필요 없어"


"말씀만이라도 감사해요"


"내가 빈말하는 거 봤냐. 저녁도 맛있게 먹어줘. 맛없으면 맛없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의 대화가 끝나자, 종업원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음식 준비가 끝났다는 소식을 전한다

바로 세팅해 드려도 되겠냐는 질문에 나는 누구보다 빨리 그렇게 해주세요! 라고 대답한다.

웃으며 알겠다고 대답하는 종업원은 가지고 온 카트에서 음식들을 하나씩 테이블로 옮긴다.


하나.

하나.

하나.


계속해서 옮겨지고 있는 저녁거리들에 기대하는 것도 잠시.


'어…. 언제 끝나는 거지…?"


테이블에 절반 이상으로 접시들이 올라가고 있음에도 종업원의 움직임은 멈출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상다리 휘어지게 라는 말이 이럴 때 사용되는 걸까.


"그럼 좋은 시간 되십시오"


잠시 뒤 넓디넓은 식사 테이블이 가득 차다 못해 살짝 넘칠 만큼 접시들이 세팅되서야 종업원은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간다.

고급스러운 접시 위에 담겨져있는 본적도 없는 음식들.

임금님의 진수성찬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아니 이 정도라면 임금님도 한 수 접어주셔야 하는 거 아닐까


"와....."


정말 있어 보이는 감상평을 하고 싶었는데 막상 입에서 나오는 건 외마디 감탄사뿐이었다.

간단한 반찬들로 시작해서 입천장이 까질 것 같이 바삭해 보이는 튀김류들. 그리고 테이블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선명한 붉은빛의 생선.


"메인은 대방어인가. 이 정도 때깔은 처음이구만"


"그정도 라고요?"


나야 사회와 단절되어 있었으니 그렇다고 치지만. 곰조차도 처음 볼 정도라니.

생각해 보면 부모님이 살아계실 적에도 이 정도의 생선회는 맛본 적 없는 것 같다.


"겨울에는 방어가 지방을 머금어서 맛있어지거든. 특히 술이랑 먹으면 더 맛…."


말을 하다 멈춘 곰은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젓는다.


"아니다 술은 나만 마시는 거로 하자"


"네??"


술이랑 먹으면 맛있다면서 왜 술을 못 마시게 하는 건가. 거기다 내 얼굴을 보고 나서 그런 결정을 하니 더 기분이 나쁘다.

성인이 된 지도 한참이나 지났는데 술을 마시는 게 무슨 문제가 된다고..


"왜 술을 못 먹게 하셔요. 같이 먹으면 더 맛있다면서요"


"왜긴. 너때문이지 기억안나? 그때 딴 녀석이랑 같이 술 마셨던 날"


기억이 안 날 리가. 출소하고 처음으로 마음껏 술을 마셨던 날이었다. 백호가 건네주던 술을 넙죽넙죽 받아마신 탓에

취할 대로 취한 채로 곰에게 거의 누운 채로, 집으로 가.. 지않았다.

눈 내리는 골목에서 나누었던 대화. 입맞춤.. 그리고... 비록 술에 취해있었음에도 그때 느꼈던 감정과 기억은 확실하게 간직하고 있다.


"... 안 날리가요""


차갑고 어둡게만 느껴졌던 감방을 벗어나 느꼈던 감성은. 바깥 또한 똑같이 차갑다는 것이었다.

즐겁게 웃으며 길을 걸어가던 연인들, 시끌벅적 하긴 해도 얼굴에 행복함이 잔뜩 묻어있는 가족..

그것 중 어디에도 내가 소속될 수 없다는 현실이. 나를 서럽게 했다.


그런 괴로움만 남아있었어야 할 내 삶에서. 따뜻함을 알게 해준 게 당신임을.

나는 잊지 못할 것이다. 언젠가 당신이 날 떠난다고 해도….


"그러면서 어딜 술을 마시려고."


매번 내 머릿속을 들여다본 듯 내 생각을 정확하게 맞추는 곰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그러지 못했나 보다.

곰은 자신이 마실만큼의 술만을 추가로 주문하곤. 얼른 맛이나, 보셔 라며 황급히 주제를 돌린다.


'치사해'


나는 아쉬운 마음을 가진 채 테이블 중앙에 위치한 회를 한 점 집어 든다.

생선임에도 선명하게 띄고 있는 붉은색인 탓에. 소고기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맛도 그런 거 아닌가 하는 바보 같은 생각과 함께 입안으로 집어넣자.


"…!!"


만화에서나 표현되는 입에서 녹는다는 게 이런 걸까.

씹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부드럽다는 게 혀로 느껴진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 몇 번 씹지 않았음에도 목을 통해 가볍게 넘어가고 입안에는 생선이 가지고 있던 고소한 기름기가 맴돈다.


"와.. 진짜 맛있어"


반사적으로 나온 감탄사였지만 눈이 휘둥그레진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맛있다.

살면서 회를 못 먹어 본 것도 아닌데 그동안 내가 먹어온 음식과 같은 것인지 의심마저 들었다.

회가 이렇게 고급스럽게 기름질 수 있는 거구나..


"크핫!. 너 호랑이 맞냐? 무슨 호랑이가 생선을 먹고 그렇게 좋아해"


회 한 점에 놀라는 내가 우스웠는지 곰은 크게 껄껄거리며 웃는다.

평소라면 곰의 조롱에 창피해하며 발끈했겠지만.

오늘만큼은 다르다. 그가 마음껏 놀리더라도 접시에 남아있는 회를 잔뜩 먹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렇게 놀리셔도 상관없어요. 아무리 그러셔도 저 방어는 왕창 먹을거니까요!"


"오~ 그 정도란 말이야 저 회가?"


평소와 다른 반응에 곰 또한 내가 먹었던 회를 한 점 집어먹는다.

몇 번의 우물거림과 함께 삼킨 곰은 잠시 아무런 말도 없더니….


"아!! 한 번에 여러 점씩 먹는 게 어딨어요!!"


빠르게 젓가락을 놀려 대여섯 점을 한 번에 자신의 입에 집어넣는다.

고급 메뉴인 탓인지 처음부터 그다지 양이 많지 않았는데. 곰의 충격적인 행동에 남은 회가 확 줄어들었다.

나의 절망 어린 외침에 곰은 승리의 미소와 함께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다.


"한 번에 한점씩만 먹으라는 법은 어딨고?"


이렇게 먹으니까 훨씬 맛있구만 이라며 나를 놀리는 곰은 때마침 도착한 따뜻한 술까지 들이킨다.

크으~ 하며 의도적으로 내는 리액션이 정말 하나하나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곰은 이거지 이거야 라며 짓궂은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기름진 방어가 입안을 부담스럽게 하는 그때 따뜻한 술로 한번 훑어주니까 확실히 좋네. 진수성찬이야"


"그만 놀리고 저도 좀 주세요! 맛보고 싶단 말이에요!"


술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따뜻한 술이라는 말에 흥미가 생긴다. 보통 술이라고 하면 차갑게 먹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가.

놀리기 위해 일부러 격하게 반응했겠지만 곰의 표정을 보면 절대 맛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나의 간절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곰은 안돼 라며 고개를 젓는다.


"또 술 마시고 무슨 사고를 칠 줄 알고?"


"진짜 딱 한 모금만 마실게요! 맛만!"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까지 빌자 곰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잔을 건넨다

비록 곰이 마시던 것이라 잔의 절반 정도밖에 차 있지 않았지만. 이게 어디냐는 생각으로 잔에 담긴 술을 들이킨다.


'와아...'


평범한 술보다는 도수가 높은지 입안에 들어온 첫 느낌은 살짝 썼다.

그렇지만 술 자체가 따뜻했기에 쓴맛은 오래가지 않고 목 넘김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목을 타고 몸 안으로 흘러 들어가는 동안에도 따뜻함은 지워지지 않고 술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해준다.

평소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소주와 맥주에선 느낄 수 없는 고급스러움에 온몸의 털들도 기분 좋게 반응하는 것만 같다.


'더 마시고 싶어'


한 모금 만으로도 이 정도의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저것을 더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위 아닌가.

나의 시선이 술이 담겨있는 병으로 향하자 곰은 슬며시 병을 나에게서 멀어지게 한다

또다시 술도 못 마시는 어린애 취급에 나는 불만을 표한다.


"조금만 더 마실래요. 맛있단 말이에요!"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아까는 딱 한 모금이라며"


말한 지 5분도 안 됐다며 딱 잘라 거절하는 곰의 말에 나는 볼에 바람을 집어넣으며 기분이 상했음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지금은 계속 술 먹으라고 하는 사람도 없잖아요..."


그때는 자신을 강호찬이라고 소개한 백호 수인 팀장이 끊임없이 건네는 술을 받아마신 탓에 과음한 것이다.

워낙 호쾌한 성격과 막무가내인 탓에 천하의 곰조차도 말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닌 데다가 무엇보다.


"그 뒤에 있었던 일은…. 그저 불편하기만 한 기억인 거예요…?"


아까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술을 잔뜩 마시고 난 뒤 돌아가는 길에 우리는 서로의 감정을 확인했다.

잔잔한 눈이 내리던 밤. 골목에서 나누었던 키스…. 그리고 그다음의 행위까지.

나는 곰의 솔직한 마음을 알 수 있었던 소중한 기억인데. 곰은 아닌 걸까….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질문에 곰은 당황한 듯 보였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귀를 접으며 더욱 불쌍하고 처량한 표정을 짓는다.

곰은 '야…. 아니…. 내 말 좀 들어봐'라는 둥 내 눈치를 살피며 계속해서 말을 건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나의 얼굴에 크게 한숨을 쉬며 그토록 바라는 말을 해준다.


"…. 조금이라도 힘들면 그만 마시는 거다?"


"네!!"


반쯤 협박으로 얻어낸 허락이긴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지금 당장 저 맛있는 술을 더 마실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빈 잔이 따뜻한 술로 채워지자 나는 방금 전 곰이 먹은 것처럼 방어회 여러 점을 한입에 집어넣는다.

부드러우면서도 기름진 회가 입안을 무겁게 만든 뒤 목 안쪽으로 넘어가면 곧바로 따뜻한 술을 입에 넣어 말끔하면서도 부드럽게 만든다.


각각 따로 먹었을 때도 맛있었지만. 확실히 이렇게 먹으니 몇 배는 더 맛있는 것 같다


걱정 가득했던 곰의 얼굴도 행복해하는 나의 표정에 부드럽게 풀린다.


"천천히 먹어 임마. 체할라"


그 뒤로도 저녁을 먹는 동안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회를 제외하고도 훌륭한 음식들의 맛에 기억에 남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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