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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머히어로x점붕소설16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1.10 07:18:00
조회 669 추천 20 댓글 18

저녁이 다 되어서야 들어간 집은, 세상 난장판이었다.


현관에 발을 들인 서하가 불현듯 떠올린 생각이었다. 반파된 문짝과 금이 간 나무 바닥, 주먹질 몇 번에 산산이 조각나 골조를 드러낸 내벽. 온 바닥에 흩뿌리다시피 한 시멘트 가루까지. 요 몇 달 동안 정성을 들인 청소가 세상 무색해질 지경이었다.


“집이 좀……. 더럽네.”


‘좀’이 아닌 것 같은데요.


구태여 핀잔을 주진 않았다. 세상 머쓱하게 중얼거리는 동욱이 퍽 귀엽기도 했거니와, 무엇보다 지금껏 그를 괴롭히던 거머리를 떼어냈다는 사실에 속이 다 후련했던 까닭이다. 


“괜찮아요. 다시 치우면 되죠.”

“그렇지……. 음.”

“지금이라도 치울까요? 2층에 빗자루 있는데.”

“아, 아니!”


질겁한 늑대가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그, 그냥 앉아 있어. 좀. 뭔 청소 귀신이 들렀나.”


그러곤 거실 소파를 척 가리켰다.


상당히 피로하기도 했고, 동욱의 이야기를 거스를 생각도 없었던 서하는 얌전히 고개나 끄덕였다. 바닥과 마찬가지로 시멘트 가루로 범벅이 된 가죽 소파를 손으로 대충 쓸고는, 이어 다소곳한 자세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늑대에게 고정된 채다. 폐허가 다 된 거실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선 동욱은 남이 보기에 괴상망측한 짓거리를 반복하고 있었다. 뒤통수를 벅벅 긁어댄다든지, 발을 동동 구른다든지, 마른침을 꼴깍꼴깍 삼킨다든지 등등.


뭐 마려운 강아지 같은 모습.


“동욱 씨도 앉으시죠.”

“응?”


주둥이만 뻐끔대던 늑대가 별안간 움찔했다.


“뭐, 뭐라고?”

“여기 앉으시라니까요. 거기서 뭐 하고 계세요.”


서하가 제 옆자리를 툭툭 치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피곤하시잖아요.”


동욱은 대답하지 않았다. 십여 초 정도 제자리에서 우물쭈물하나 싶더니, 이내 이쪽을 향해 슬금슬금 다가오기나 했다. 불과 몇 분 전 코앞까지 바싹 다가와 제 안색을 살피던 그 늑대와 동일 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쭈뼛거리는 모양새였다.


머뭇거리던 동욱이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덩치가 산만 한 늑대인간이 무게를 실으니 소파에 묻어 있던 먼지와 시멘트 가루가 허공으로 자유분방하게 흩어졌다. 느닷없는 분진 테러에 서하는 재채기하지 않으려 코와 입을 틀어막아야만 했다.


“미, 미안.”


어눌하게 웅얼거린 동욱이 또 뒤통수를 긁적였다. 머쓱한 사과와 별개로 두툼한 꼬리는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소파를 자꾸만 두들겨댔지만 말이다. 풀썩거리는 소리와 함께 펑펑 흩어지는 티끌. 무슨 진눈깨비라도 보는 기분이었다.


이후로도 둘 사이엔 별 대화가 없었다. 동욱과 서하는 넓은 가죽 소파에 약간의 거리를 두고 앉아, 앞만 마냥 바라보았다. 시선 끝엔 전원이 꺼진 TV가 있었다. 동욱이 때려 부순 벽 잔해에 부딪히기라도 했는지, 화면 귀퉁이가 깨져 있었다.


이제 어떡하지?


동욱을 곁눈질하던 서하가 문득 떠올린 생각이었다.


싸움은 끝났고, K는 떠났다. 직접적인 사과나 확약을 받아낸 건 아니지만, 서하가 느끼기에 K는 다신 동욱을 건드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어딘지 모르게 맥이 풀린 것만 같다고 해야 할까. 해묵은 증오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진 않을 테지만.


그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지만, 서하는 만족을 모르는 생물이었다. 여차여차 K와 관련된 문제가 해결되긴 했다마는, 애초에 서하가 오늘 이곳에 찾아온 용건은 그것과 별개였으니 말이다. 훨씬 개인적인 문제에 가깝지.


그러니까…….


“배…… 배고프냐?”


뽀뽀 때문에.


속으로 읊조리던 서하가 고개를 돌렸다. 먹통이 된 리모컨만 쿡쿡 쑤셔대던 늑대는 이제 제 쪽을 곁눈질하고 있었다. 비스듬하게 내리깐 시선, 벌름거리는 코, 헤벌린 주둥이. 온몸의 털을 곤두세우기까지 한 걸 보면 여간 긴장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사실 긴장한 것은 서하도 매한가지였다. 이전에는 저러한 행동의 저의를 파악하지 못했기에 문제였다면, 지금은 상대의 속뜻이 너무나도 잘 보여서 문제였다. 아마 저 늑대 또한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떠올리고 있겠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둘 사이의 문제를.


뽀뽀.


“뭐…… 먹을래? 고기 구워줄까?”


그런데 꺼낸다는 소리가 이딴 소리라니!


어색함을 해소해 보려는 시도임은 십분 이해한다마는, 너무도 지지부진했다. 서로 볼 장 다 봤으면 이제 좀 적극적으로 굴어주면 안 되나. 그렇다고 내가 먼저 들이대기엔 좀 부끄럽고. 지금 나랑 똑같은 생각 하는 거 뻔히 알고 있는데.


“아, 아뇨. 별로.”

“굶었잖아.”

“아까부터 계속 긴장해서 그런가. 입맛이 별로 없…….”


종알거리던 서하가 별안간 크게 기침했다.


깜짝 놀란 동욱이 귀를 쫑긋 세웠다. 이어서는 머리통을 들이밀고, 휘둥그레 뜬 눈으로 서하의 안색을 요모조모 살펴보았다. 다소 창백해진 피부, 별개로 불그스름한 볼. 격렬한 기침에 절로 흘러내린 콧물까지. 흉한 꼴에 다소 민망해진 서하가 옷소매로 코를 문질렀다.


“춥냐?”

“……좀 춥네요.”


이어서 고개를 얌전히 끄덕였다.


확실히 몸이 좀 으슬으슬하긴 했다. 십여 분 전 K의 냉기에 노출된 이후부터였다. 말이 노출이지, 실제로 영향을 받은 시간은 일 초 남짓이고, 나머지는 전부 동욱이 막아줬을 텐데 말이다. 이능 없는 일반인의 신체란 참 약하기도 하지.


“아니……. 진작 말을 하지.”


꿍얼거린 늑대가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이후 주전자에 물을 받아 가스레인지를 켰지만, 불꽃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늑대가 장치를 부숴 먹었거나 K가 가스 배관을 얼려버렸거나, 둘 중 하나겠지.


“어떡하냐. 불이 안 들어오는데.”

“괜찮아요. 그렇게 추운 것도 아니고…….”


말끝을 흐리던 서하가, 불현듯 무언가를 떠올렸다.


“……아니. 그게. 사실 좀 많이, 춥긴 하네요?”


순식간에 감상을 뒤집은 서하가 또 입을 가리고 기침하기 시작했다. 방금과는 다르게 조금은 과장된 재채기이긴 했지만 말이다. 최대한 병약한 척 소리를 키우고 몸을 흐느적거리고. 혹여나 또 콧물이 빠져나올까 싶어 손등으로 코를 완전히 틀어막고.


“많이 춥다고?”


순진하게 속은 늑대는 총총거리며 서하에게 달려왔다. 이어서는 열성을 다해 기침하는 서하 옆을 기웃거리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걱정 가득한 시선, 축 내린 꼬리, 어물거리는 주둥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허둥대는 꼴이 묘하게 애잔하다.


“보일러도 안 될 텐데.”

“그러게요…….”

“벼, 병원은?”

“춥다고 누가 병원까지 가요……. 지금 시간이면 문도 다 닫았을걸요.”

“잠깐만, 그럼 이불이라도 좀 가져올 테니까…….”


눈치 참 더럽게 없네!


짜증이 확 치민 서하가 손을 홱 뻗었다. 금방이라도 침실로 튀어가려는 동욱의 손목을 그러쥐자 널따란 어깨가 크게 움찔했다.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으로 저를 돌아보는 늑대인간. 흐리멍덩한 검붉은 눈동자가 조금은 멍청하게 보였다.


“왜, 왜? 또 불편한 데 있냐?”

“아뇨……. 뭐. 이불 좀 덮어봤자 얼마나 따뜻하겠나. 싶어서요.”


말끝을 배배 꼰 서하가 동욱을 슬그머니 눈짓했다.


“추울 땐 서로 껴안고 있는 게 좋다던데…….”


정확히는, 널따란 가슴팍을 향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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