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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사기당한점붕소설6앱에서 작성

OoOo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9.21 03:22:32
조회 583 추천 26 댓글 20

도베르만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와서 강압적으로 위협하고, 윽박지르고. 아직도 그 상황에 처해있는 것처럼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완전히 위협당했다.



하지만.



"존나 섹시해..."



이 상황에서도 개꼴린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수인이잖아.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변기칸에 앉아있는 동안 누군가 들어와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또 데려왔대. 맨링 외교관."

"그 인간도 별나지. 왜 또?"

"수교 계획이 다 어그러졌었잖아. 전에 왔던 애가 깽판 치고 가서..."

"그러니까 우리 외교 인사를 왜 저쪽에서 뽑아오냐고. 그 기획 아직도 유효한 거야?"

"말단인 우리가 알겠냐..."



맨링 외교관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정장에 붙어있는 베르의 갈색 털을 소중하게 하나씩 떼어 손에 모으면서 생각했다. 아까 여러 옷을 집어다 주면서 묻은 털이 한 움큼이었다.

그렇게 모은 털을 손에 쥐면 푹신함이 느껴진다. 도베르만치고는 털이 긴 거 아닌가.



"이쯤 되면 맨링박이라고 의심해도 무죄다?"

"어우, 야. 베르님이 들으시면 어쩌시려고."



맨링박이. 베르.

손에 쥐고 있던 털뭉치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곧 다시 주웠지만.

맨링은 나 같은 사람을 말하는 건가.



"그냥... 최선을 다하시는 거겠지. 일이잖아."



밖에 있던 직원들의 작아지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말소리도 멀어져갔다.

변기칸의 문을 살짝 열고 보면 아무도 없다.



세면대에서 비누로 깨끗이 손을 씻고 몸을 단정히 했다.

베르가 나 같은 사람에게 특별히 관심이 있는 그런 특이한 사람이라면.



나에게도 기회가 있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나 은한강, 그대가 있는 전장으로 가겠소.



비장한 걸음으로 밖을 나서기 전에 거울을 봤는데,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인간이 미소를 짓고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보였다. 어색한 정장에, 어울리지 않는 더벅머리. 본인의 발보다 한 사이즈가 커서 덜렁거리는 구두.



구두 사이즈는 바꿔달라 요청했어야 하는데.

자칭, 아니 사칭 외교관이면서 그런 것도 하지 못했다.



"..."



그제야 은한강은 적당한 뒤처리를 마치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 * *



"무, 무례는... 죄, 죄송..."

"...괜찮으십니까?"



아까보다 더 상태가 안 좋아진 것 같은데, 라고 중얼거린 도베르만의 난감한 얼굴이었다.



"제 잘못입니다. 나머지는 빨리 설명하고 쉬게 해드리겠습니다."



도베르만은 외교 업무에 대해서 열심히도 설명했다.

몇시에 출근하고 점심 이후에는 꼭 누굴 만나야 한다든지, 최근 각 서울의 동향을 보고해준다든지.

회사의 각 부서 사람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것은 내 컨디션 문제로 다음으로 미뤘다. 내부 통신을 위한 인트라넷 사용 방법을 알려주고, 직접 종이를 들고 인쇄해서 서류를 제출하고 또 다른 서류를 받아오고... 사람에게 제출하고.



"인트라넷도... 있는데 왜 이리 아날로그적으로..."

"아직 윗분들은 종이를 선호하시니까요. 보안 문제도 있고..."

"그렇군요..."



그와 나 모두 지친 몸으로 1층 로비의 사내 커피숍에서 죽치고 앉아있었다. 물론 이것도 업무의 연장선 같았지만.



"제가... 외교를 해야 하는 곳은...?"

"당연히 외교관님께서 오신 2번 지구입니다."

"왜 하필... 제가 필요했을까요."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으니까요. 오랫동안 모집해왔지만 자원해주신 분은 은한강씨 한 분입니다."



회사에 지원하긴 했는데, 이런 곳일 줄은 몰랐지.

아까 화장실에서 다른 직원들이 떠들던 의문을 던졌다.



"왜 제가 이곳의 외교관이 되어야 할까요...?"

"저 때문에 질려 버리신 겁니까..."

"아니요... 그게 아니라. 보통은 자국민을 외교관으로 세우니까..."



베르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도베르만은 은한강을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살짝 웃었다.



"우리는 아직 서로를 너무 모르니까요."



잘생겼네...



이곳의 커피는 유난히 고소했다.

커피숍의 마스코트는 어떤 고양이 수인이었다. 직원들도 고양이들이 많았고.

이런 궁금증이 들어버린 건 그냥 우연이었다.



"저... 되게 실례되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도 루왁 커피 같은 게 있나요?"

"예?"

"그러니까 고양이 똥 커핍ㅡ"

"와아악!!!"



도베르만이 별안간 큰소리를 내며 복슬복슬한 손으로 내 주둥이를 막았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지만 베르가 사과함으로써 차분하게 흩어졌다. 곧 조용히 속삭이는 개의 목소리.



"다시는 그런 이야기 이런 공개된 장소에서 꺼내지 마십시오... 고양이들에겐 굉장히 예민한 역사니."

"저희 쪽에게서는 그냥 조금 특별한 커피일 뿐인데요."

"그러니까 우리는 서로를 너무 모른다는 겁니다... 말은 통하는데 실수할 여지가 너무 많습니다."



도베르만이 식은땀을 닦아냈다.

몇 분 더 이야기를 나눴다. 대충 도베르만의 말에 의하면 이곳에서 루왁 커피는 '가난한 아시안이 해외로 수출한 자국민 똥 커피' 정도의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뭐랄까, 묘한 감상이었지만 그들이 그렇다는데 뭐라 할 수는 없었다. 지나가다 얼굴에 발톱 자국이 새겨지고 싶진 않으니 아무튼 조심해야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로비의 어떤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동시에 베르가 짧은 한숨을 쉬었다.



덩치는 산만하고 그것보다 더 단호해 보이는 호랑이의 얼굴. 베르와 아는 사이인지 이쪽을 보며 은근하게 웃고 있었다.

우직한 걸음으로 빠르게 다가온 건 덤이었다.



"하이. 이쪽은?"

"외교관입니다. 오늘 2번 지구에서 오신."

"외교관?"



가까이 오니까 더 덩치가 컸다.

단단한 가슴팍에는 '경호팀장 태호'라는 명찰이 달려있었다. 경호팀장 할 만 하네. 인상 자체가 험악하지는 않았지만 뭐랄까, 야생적인 위압감 때문에 심장이 절로 쪼그라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진짜 짐승이었다.



"안녕?"

"안녕... 하세요."



도베르만이 호랑이를 째려봤다.



"존댓말로 하셔야죠."

"나보다 어려 보이는데."

"태호씨가 늙어 보이는 거 아닐까요."



도베르만이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개와 호랑이가 서로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입 다물고 눈으로 대화라도 하는 건지...



"흐음... 답지 않게 과보호시네."

"신입 직원이지 않습니까."



먼저 시선을 피한 건 호랑이였지만.



"짜식, 성질머리 하고는. 그 맨링한테 다른 마음 품은건 아니고?"



호랑이가 피식하더니 그런 말을 했기에, 하마터면 입 안에 머금고 있던 커피 한모금을 전방으로 분출해버릴 뻔했다.



___________________

고양이똥커피한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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