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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흙수저점갤러소설...........3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9.01 05:46:43
조회 335 추천 19 댓글 7
														

최호범과 함께 현관문을 나섰다. 녀석 부모님의 배웅을 뒤로하고 새것처럼 번듯한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이곳까지 올라오면서 그러했듯이, 17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것 또한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바깥은 완연한 밤이었다. 가로등과 조명이 많았기에 그리 어둡다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산책로와 주차장마다 복작거리는 행인과 차량. 초여름 매미 소리는 탈탈거리는 엔진 소리에 묻혀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가면서, 최호범을 슬쩍 돌아보았다.


“나 혼자 갈 수 있는데…….”

“됐어.”


단칼에 거절한 녀석은 양손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위험해.”


이제 9시인데.


어릴 때부터 느꼈지만, 참 쓸데없는 부분에서 완강한 녀석이었다. 눈이나 두어 번 깜빡이던 나는 이내 속으로 한숨이나 내쉬었다. 저 고집 생각하면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절대로 들어먹지 않겠지. 이런 불평을 입속으로 꿀꺽 삼키면서.


한낮처럼 밝았던 아파트 단지와 달리 거리는 한밤 느낌이 물씬 났다. 사람 하나 없이 호젓한 주택가, 나다니는 차량 몇 없는 도로. 뜨문뜨문 설치된 가로등 사이마다 배어든 어둠. 그나마 보이는 행인이라곤 비틀거리는 취객이 전부.


그러는 동안 우리는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았다.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서로를 돌아보지도 않고, 시선을 앞으로 고정한 채로 묵묵히 걸어가기나 할 따름이었다. 조명 하나 없이 깜깜한 탓에 옆을 돌아본들 보이는 것도 없긴 했지만 말이다.


오랜 침묵은 내심 편하면서도, 또한 불편했다. 불과 몇 분 전에 저지른 짓이 있다 보니 더더욱 그러했다. 거북한 식탁에 초대받아 원치 않았던 식사를 한 자신. 최대한 멀쩡한 척하며 웃던 자신. 끝끝내 구차한 자기연민에 빠진 자신.


그걸 너는 알아챘겠지.


내겐 그러한 확신이 있었다. 옛날부터 녀석은 내가 숨기려던 감정을 곧잘 알아채곤 했으니 말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짙은 호박색 눈동자를 마주하는 순간 민낯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지. 내가 필사적으로 뒤집어쓴 가면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번 또한 마찬가지였다. 불편함을 가누지 못하던 나를 바라본 것도, 그런 나를 바깥으로 이끈 것도 전부 녀석이었으니 말이다. 분명히 잘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드러내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주머니도 아저씨도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오직 너만이.


생각을 이어가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폐부를 적시는 공기는 습하고 차가웠다. 덕분에 울렁거리던 속은 진정되었지만, 대신 새로운 불안이 빈자리를 꿰찼다. 나는 거뭇한 암흑 속을 헤쳐가다가도 이따금 옆을 힐끔거리곤 했다.


너는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그.”


문득 떠오른 의문을 속으로 읊조리던 내가 움찔했다.


“응? 뭐라고?”

“어?”


곧장 반응하니 녀석도 당황한 모양이었다. 설렁설렁 흔들리던 꼬리가 별안간 부풀었다.


“아. 음. 아니, 그게…….”


이젠 귀까지 세우고야 말았다. 한참을 허둥대던 녀석은 빠르게 제 할 말을 마쳤다.


“자꾸 준다고. 흠, 다 먹을 필요 없다고…….”


뜬금없는 이야기.


어찌나 뜬금없었는지, 나도 모르게 고개를 슬그머니 돌리고 말았다. 내가 그렇듯 녀석 또한 나를 마주 보고 있었다. 깜깜한 거리에 우뚝 멈춰 서서는 나를 멀뚱멀뚱 마주 보는 호랑이 한 마리. 쫑긋 세운 귀와 쭈뼛 돋은 수염, 휘둥그레진 눈동자 속에 어른거리는 감정 여럿.


당혹과 놀람.


“……억지로.”


걱정과 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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