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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머히어로x점붕소설16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8.16 00:26:55
조회 525 추천 25 댓글 17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초가을 숲은 어둑하고 한적했다. 개발금지구역 깊숙한 곳에 숨겨진 B의 집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산등성이 너머로 모습을 감춘 태양, 어스름한 푸른색으로 덧칠된 하늘, 나뭇가지 사이로 어른어른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와, 코끝에 감도는 비릿한 풀 냄새.


A는 반파된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다리를 조금 벌려 직립하고, 양팔로 팔짱을 낀 채로 앞을 마냥 노려보는 와중이었다. 꼿꼿한 자세에 기세등등한 눈빛까지 더해지니 세상 흉흉한 분위기였다. 어디 사람이라도 하나 잡아먹을 것만 같다고 해야 할까.


B는 그런 A의 곁에 있었다. 당당하기 짝이 없는 A와 달리 어딘지 안절부절못하는 모양새였다. 꼬리를 축 내려뜨리고는, 구부정한 자세로 여기저기 눈치를 본다고 해야 하나. 검붉은 눈은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A와 텅 빈 숲길을 번갈아 보곤 했다.


“야.”


한참을 우물쭈물하던 B가, 끝끝내 말을 건넸다.


“야……. 좀. 야.”

“왜요.”


A는 퉁명스레 대답했다. 옆을 돌아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알겠어……. 알겠으니까, 좀.”

“뭘 알겠는데요.”

“말했잖아…….”


뒤통수를 긁적인 늑대가 어물어물 말했다. 한 시간 전쯤과 달리 완전히 쭈그러든 태도였다.


“내 잘못 아니라고.”

“그렇죠.”

“그래.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고마운데. 그거랑 지금. 이게 뭔. 상관인데…….”

“상관있는데요.”


A가 B의 말을 끊었다.


“그 사람이 B 씨 계속 괴롭히는 거 알고 있어요.”

“…….”

“아무런 잘못도 안 한 사람을 이렇게 괴롭히면 안 되죠. 안 그래요?”


끙 소리를 낸 B가 마른세수를 연신 했다.


“그래……. 그렇다고 치자. 쳐.”

“그렇다고 치는 게 아니라요, B 씨. 그게 맞는 거예요.”

“네가 형 불러서, 뭘 어쩔 건데.”

“뭘 어쩌긴요?”


A가 B를 돌아보며 고개를 ㄱ.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모르겠다는 양.


“따끔하게 한마디 해야죠.”

“뭐?”

“앞으로 절대 괴롭히지 말라고.”


늑대는 기가 찬다는 듯, 주둥이를 슬쩍 벌렸다.


“아니, 괜찮다고. 안 그래도 된다고.”

“안 괜찮고, 그럴 건데요.”

“아니, 당사자가 괜찮다는데. 왜 네가…….”

“B 씨 담당자로서 제가 용납할 수가 없네요.”

“아니, 아니. 그……. 진짜, 하…….”


불평 섞인 꿍얼거림은 한 귀로 흘렸다. A가 별안간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전원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화면에 떠오른 것은 메신저 앱, 조금 더 정확히는 K와의 대화방이었다. A는 가늘게 뜬 눈으로 한 시간 전, 자신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


[할 말 있으니 여기로 오세요.]

[지금 당장.]


짧고 강렬했으며, 심지어 공격적이기까지 한 글줄이었다. 약속이라기보다는 으름장에 가까운 어투. 만날 장소를 ‘여기’라고 뭉뚱그려도 어디를 뜻하는지는 양쪽 모두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러니 상대 또한 군소리 하나 없이 이렇게 답신했겠지.


[지금 가죠.]


그러고 한 시간.


[퇴근 시간대라 차가 좀 밀리네요. 조금 기다려 주시겠어요?]


십여 분 전쯤 도착한 옹졸한 변명!


얼굴을 홱 찡그린 A가 속으로 구시렁거리기 시작했다. 이 인간은 정말이지 마음에 드는 점이 단 하나도 없네. 대체 뭘 하길래 지금까지도 도착하지 못한 건데. 퇴근 시간대는 무슨 얼어 죽을 퇴근 시간대. 그냥 오기 싫어서 거짓말하는 거 아냐?


“약속 취소해.”


읊조리던 A가 옆을 보았다.


묘하게 풀 죽은 낯빛을 한 늑대인간이 눈에 들어왔다. 귀와 꼬리를 내려뜨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꼴에서 덩치에 걸맞지 않은 산만함이 느껴졌다. 조금 더 정확히는 불안감이라고 해야 할까. 뭐가 됐던 현 상황이 달갑지 않은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뭐 마려운 강아지 같은 꼴을 보던 A는, 이내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싫어요.”

“아니면 다른 날로 하든지……. 왜 지금.”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잖아요.”

“뭐?”


늑대가 황당하다는 듯 되물었다.


“당장 보기 싫다고 미루면 앞으로도 계속 미루실걸요.”

“……형은 올 생각도 없어 보이는데…….”

“차 막혀서 못 오고 있대요. S급은 전용기 같은 거 타고 다니지 않나? 어이가 없네.”

“…….”

“그리고…….”


투덜거리던 A가 말끝을 흐렸다.


B가 아래로 찌그러트렸던 귀를 쫑긋 세웠다. 이어서는 구부정했던 허리를 곧게 피고, 까만색 코를 홱 찡그리기도 했다. 검붉은 눈동자로는 숲길 너머를 가만히 응시했다. 의식적이라기보단 동물적 감각에서 비롯된 본능적인 반응처럼 보였다.


A 또한 뒤늦게서야 반응했다. 이곳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통로인 숲길, 깊은 곳에서부터 털털거리는 엔진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얼마 있지 않아서는 한 쌍의 어렴풋한 빛 또한 보였다. 날렵한 승용차가 내뿜는 헤드라이트였다.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인류의 존망을 건 싸움이 있었다.


지구를 향한 다른 세계에서의 침략. 십여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지속된 전쟁. ‘마왕’이라고 불리던 이계의 지배자. 그를 상대로 벌어진 최후의 전투. 각자의 목적을 위해 사지로 뛰어든, 세계 각지에서 모으고 모은 이능의 정점.


그 싸움 하나만으로 백여 명에 달했던 ‘측정 불가’ 등급은 다섯 언저리로 줄어들었다. 만인의 환영을 받으며 귀환한 영웅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독재자가 된 이도 있었고,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이도 있었으며, 모두에게 잊힌 이도 있었다.


각기 다른 결말을 맞이한 영웅들이었지만, 그들 사이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미안합니다, A 씨. 늦었네요.”


유아독존의 힘, 무소불위의 권력.


이 시대의 정점.


“그래서, 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눈앞에 있는 남자가, 바로 그들 중 하나였다.


-
늦네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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