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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머히어로x점붕소설16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8.14 07:59:59
조회 608 추천 28 댓글 18

잠시나마 주춤했던 짐승이 다시금 부르짖었다.


“내가!!”


순간 크게 타올랐던 불꽃은 금세 사그라졌다.


“내가……! 내가! 조금만 더!”


마지막 남은 불씨마저 모조리 흩어지고, 끝끝내 남은 것이라곤…….


“내가 조금만 더, 강했으면…….”


다만, 회한뿐.


늑대가 말끝을 흐렸다. 취객처럼 주춤거리던 발걸음은 등을 벽에 기대며 잠잠해졌다.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한껏 들떴던 숨도 차츰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뒤이어 밀려온 침묵은 여느 때보다도 묵직하고, 또한 삭막했다.


B는 어딘지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귀와 꼬리를 아래로 늘어뜨리고 주둥이를 헤벌리고 있었다. 가쁘게 오르내리던 가슴은 뚝 멈췄건만, 새까만 터럭 아래 자리한 목울대는 자꾸만 껄떡거렸다. 마른침을 삼킬 때마다 쌔근거리는 숨소리가 선명히 들려왔다.


분노라기보다는 곤혹스러움에 가까운 태도였다. 그런 그가 무엇 때문에 당황했는지는 A로서도 아는 바가 없었고 말이다. 지금의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공허한 추측만을 묵묵히 이어가는 것뿐이었다.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눈동자를 마주하면서 말이다.


스스로 벌인 행위에 놀랐기 때문일까?


숨기기에 급급했던 과거를 게워냈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야.”


적막을 깨뜨린 쪽은, B였다.


“울지 마.”


작아도 선명한 속삭임.


잔뜩 쉬어 갈라진 목소리였다. 힘없는 어조에선 방금과 같은 적개심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보단 반대에 가까울 테다. 저를 위협하고 겁박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세상 유순해진 B는 다만 제 기색을 살피는 데에 여념이 없어 보였다.


“왜……. 왜 울고 그러냐.”


A가 눈을 깜빡였다. 눈꺼풀이 감기기 무섭게 뜨뜻미지근한 것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지금 보니 숨소리도 거칠었고, 시야도 흐리멍덩했다. 온 정신이 눈앞의 남자에게 쏠렸을 땐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울지 말라니까.”


재차 말한 B가 벽에서 몸을 떼어냈다. 머뭇거리고 주저하는 발걸음으로 이쪽을 향해 조심스레 다가왔다. 귀가 아래로 찌그러진 그는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만신창이가 된 벽과 바닥은 안중에도 없는지, 오직 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다.


커다란 사내는 빠르게 자리를 좁혔다. 눈앞에 우뚝 멈추어 서서는, 나직이 훌쩍거리는 상대를 멀거니 내려다보았다. 물기로 희뿌연 시야에 뻐끔거리는 주둥이가 어른어른 보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허공을 휘적거리는 팔뚝까지도.


“그만…….”


세상 갑갑하다는 듯, B가 나직이 헛기침했다.


“그만 울어. 응?”


채근하는 목소리가 사뭇 조급했다.


“내가 잘못했으니까…….”


털로 덥수룩한 팔은, 곧 A의 등을 휘감았다.


별안간 벌어진 일이었다. 한참을 우물쭈물하던 사내가 허리를 슬그머니 굽혔다. 야수의 손아귀는 야만적인 외양이 무색할 정도로 조심스럽게, 파르르 떠는 등을 가볍게 짚었다. 힘을 주어 끌어당기니 A는 곧 늑대의 가슴에 파묻힌 꼴이 되었다.


A는 대답하지 않았다. 눈물 콧물을 줄줄 쏟다 말고 양손을 뻗어 B를 거세게 껴안을 뿐이었다. 품에 안긴 늑대는 잠시 움찔했으나, 그렇다고 저를 내치는 것도 아니었다. 둘은 잠시 서로를 끌어안은 자세로 가만히 서 있었다.


“B 씨 잘못 아니에요.”


침묵을 깬 것은 A였다.


“B 씨 잘못 아니라고 말해 줘요.”


물기로 얼룩졌지만, 그보다 더 강한 의지가 담긴 목소리였다.


늑대에게선 별다른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다. 아까처럼 으르렁거리지도 않았고, 주변을 때려 부수지도 않았다. 대답은커녕 저를 품은 팔뚝에 힘이 살짝 들어가는 것이 반응의 전부였다. 그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지 A는 문득 궁금해졌다.


“……그래.”


그렇게 한참이나 말없이 있던 늑대는, 끝끝내 이렇게 속삭였다.


“내 잘못 아니야.”


힘없는 어조였다.


그토록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을 메운 서글픔이 더욱 커지는 것만 같았다. 이유는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세상 미약한 목소리 때문일지, 파르르 떨리는 몸뚱이가 꼭 고통을 감내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일지.


그랬기에 A는 또 훌쩍이기 시작했다. 눈을 질끈 감고 B의 등을 온 힘을 다해 끌어안았다. 손이라기보단 앞발에 가까울 무언가가 제 등을 조심조심 쓸어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위로하려던 쪽이 되레 위로받는다는 모순이 세상 괴상하기만 했다.


“……왜 네가 울고 그러냐.”


등을 두드리던 B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울고 싶은 건 난데…….”


여기, 이렇게나 아둔한 짐승이 있다.


A가 B를 떠올렸다. 늑대인간 B가 아닌, 사람 B를 생각했다. 너무도 이른 나이에 영웅이 된 B, 그토록 소중했던 가족을 잃은 B, 누구도 탓할 수 없었음에도 스스로 자책하던 B, 고통을 내색하기는커녕 울고 있는 상대를 위로하는 B까지도…….


이따위 억지로 마음에 난 구멍을 메워낼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어쭙잖은 위로로 건드리기에는 그의 상처가 너무도 깊었다. 고작 몇 달 알고 지낸 자신이 무슨 말을 건넨들 과연 무엇이 바뀌겠는가. 도리어 곪은 상처를 재차 되새기게만 하겠지.


마음을 짓누르던 서글픔은 곧 분노가 되었다. 작은 불씨였던 그것은 곧 온갖 감정을 잡아먹고선 순식간에 격정으로 변모했다. 모든 것이 갑갑했고, 또 모든 것에 화가 났다. 그가 처한 상황도, 그를 둘러싼 사람들도, 하물며 스스로에게도. 그 전부가.


고개를 든 A가 늑대와 시선을 맞췄다.


“B 씨.”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검붉은 눈동자를 마주함과 동시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귀를 꼬깃꼬깃 내려뜨린 B는 기묘하리만치 형언할 수 없는 표정으로 저를 마주 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대답을 할 듯 말 듯, 새까만 주둥이를 조금씩 달싹거리는 모습 또한 불현듯 눈에 들어왔다.


눈앞의 남자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그 새……. 아니.”


금방 떠오르는 것은 몇 없었다.


“그 사람.”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단언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 여기로 부르세요.”


적어도 이제부터는, 다른 누군가가 그를 해하도록 두지 않겠다고.


-

인것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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