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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흙수저점갤러소설.............3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8.11 05:03:32
조회 454 추천 24 댓글 12

최호범네 식탁에 앉는 것도, 이번으로 꼭 10년 만이었다.


의자에 궁둥이를 붙이다 말고 돌연 떠올린 생각이었다. 코흘리개 시절에는 이 식탁에서 자주 밥을 먹곤 했더랬다. 아침은 아주머니와 함께, 점심은 최호범과 함께. 회사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어머니는 항상 저녁이 다 되어서야 모습을 보이고.


어린애였던 당시의 내가 가장 좋아했던 시간은 저녁이었다. 오직 그때만이 네 명이 전부 모이는 유일한 순간이었으니 말이다. 최호범의 옆자리에 앉아 아주머니가 만든 이런저런 요리를 먹으면서, 맞은편의 어머니에게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떠들어대곤 했었지.


염치도 모르는 아이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지만, 아무튼 그러했다. 난 그 시간을 상당히 소중히 여겼던 것 같았다. 퀴퀴한 반지하 평상에서 단둘이 먹는 식사보단, 좋아하는 사람 넷이서 먹는 식사가 훨씬 즐겁다고 해야 할까. 훨씬 맛있다고 해야 할까.


진짜 가족이 생긴 것만 같았다고 해야 할까.


갈 곳 잃은 시선은 한시도 가만 있질 못하고 주변을 맴돌았다. 대형 할인점에서나 보았던 큼지막한 TV, 주황색 털이 군데군데 묻은 가죽 소파. 십 년 전에 그러했듯 내 옆자리에 앉은 최호범, 반찬 세팅을 마치고 밥솥을 열어 밥을 퍼담는 아주머니.


“저, 저도 도울…….”

“어허, 어허.”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나를 멈춰 세운 것은, 굵다란 목소리였다.


십 년 전과 달리, 내 맞은편엔 어머니가 아니라 최호범의 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읽던 신문을 내려놓고 하품하는 중년의 호랑이 수인. 와이셔츠 너머로 불룩 튀어나온 뱃살은 퉁퉁하다 못해 후덕하게까지 느껴졌지만, 두툼한 팔뚝을 보면 왕년에는 힘깨나 썼을 성싶었다.


“손님은 얌전히 앉아 있어야지. 그게 예의다.”

“그래, 괜찮아. 연우야. 준비 다 끝났어.”


한 마디 거들은 아주머니가 밥그릇을 들고 왔다.


“배고프지? 어서 먹으렴.”


곧 봉긋한 고봉밥이 내 앞에 놓였다.


“너희 엄마랑은 아까 통화했으니까 걱정 말고. 알겠지?”


이 자리에서 빠져나갈 최후의 변명거리마저 차단당하고 말았다.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쉰 나는 끝내 고개나 두어 번 끄덕였다.


“아…… 네.”

“입에 맞을지 모르겠네. 돼지갈비 좋아하지?”

“네, 좋아해요. 잘 먹겠습니다, 아주머니.”

“혹시 밥 부족하면 얼마든지 말하고. 알겠지?”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하자 아주머니가 입가를 가리고 웃었다. 기분이 꽤 좋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따라 웃으려던 내가 어깨를 움찔하곤, 앞을 바라보았다.


“네 이야기 많이 들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최호범의 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우리 아들한테서.”


냄비에서 갈빗대 하나를 꺼내던 최호범이 움찔했다.


“우리 집에서 살았던 연우, 맞지?”

“아, 네……. 안녕하세요.”

“애가 훤칠하니 잘생겼네. 도연우~ 도연우~ 노래를 불러대서 어찌 생겼나 궁금했는데.”


껄껄거린 최호범의 아버지가 조잘조잘 떠들기 시작했다.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듯한 성량에 사투리 섞인 어투까지 합쳐지니 세상 요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들으니 귀가 다 먹먹할 지경이라고 해야 할까. 비록 별 악의는 없어 보였지만.


“아빠 출장 돌아오자마자 도연우 데려오라고 하지, 초등학교 입학하니까 도연우랑 같은 반이라고 방방 뛰어대지. 어디 놀러 갈 때마다 도연우랑 술래잡기 숨바꼭질 말뚝박기, 무슨 놀이 했다고 아주…….”

“아, 씨. 아빠, 좀.”

“뭐? 씨?”


되물은 최호범의 아버지가 아들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호방한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은 걸 보면 화를 내는 건 아닌 듯했다.


나 또한 옆을 힐끔 훔쳐보았다. 귀를 꾸깃꾸깃 접고, 꼬리를 크게 부풀린 최호범이 눈에 들어왔다. 제 아버지를 노려보며 이빨을 슬쩍 드러낸 꼴이 여간 심통이 나지 않은 표정이었다. 까마득한 어린 시절 얘기가 내심 민망스럽기라도 한 걸까.


최호범을 가리킨 호랑이가 앓는 소리를 냈다.


“아이고, 연우야. 얘 봐라. 얘 봐. 사춘기 왔다고 자기 아빠도 못 알아본다.”

“여보. 연우 체하겠어요.”

“그런가요? 아유, 미안하다. 내가 반가워서 그만.”


이어선 장난이 과했음을 실감한 듯, 헛기침하며 냄비에 손을 집어넣었다.


“아저씨 신경 쓰지 말고, 많이 먹어라. 연우야.”


밥그릇 위에 얹힌 큼지막한 갈빗대를 바라보던 나는, 결국 고개나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수저로 밥을 한 숟갈 떠 입가에 가져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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