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화는 곰의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서로 자기 할 말 하기 바쁜, 회의라고 하기에도 수준 떨어지는 팀장급 회의를 마치고 휴대폰 알람을 확인하자
쏟아지는 업무 요청들 때문에 벌써부터 골이 아파진다. 본인들도 월급 받아 가며 일하는 새끼들 아닌가.
나도 모르게 주머니에 손을 넣어 담배를 찾다가 같이 살고 있는 동거인 때문에 끊었다는 것이 기억해 냈다.
"씨발"
얹혀사는 놈한테 눈치까지 보는 상황에 자연스레 욕이 나온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놈이
담배 냄새 때문에 콜록댄다는 게 짜증이 났지만. 어쩔 수 없이 금연을 시작했다.
그것과는 별개로 잡칠 대로 잡친 기분에 짜증이 올라오던 와중. 진동 소리와 함께 한 번 더 울리는 알람.
"팀장님. 업무적으로 좀 급한 일인데 점심 드시고 산책로 분수 쪽으로 와주세요. 진짜 급함"
옛날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인간이 보낸 문자였다. 이름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업무적으로 군더더기 없고 쓸데없는 얘기를 안 해서를 개인적으로 편하게 느꼈던 기억이 있다.
같이 일하면서도 연락 한번 없었는데 갑자기 급한 업무라니…. 거기다. 점심 먹고 오라는 건 또 무엇이란 말인가.
말이 앞뒤가 안 맞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시키는 대로 해주는 게 뒤탈이 없겠지.
'알았다.'
쌓여있는 문자와 메일 사이에서 유일하게 그것에만 답장을하고 화면을 끈다.
점심을 먹으려면 회의하나를 더해야 한다니. 최악의 일정이구만.
뚫린 주둥이라고 생각 없이 내뱉는 의견이 없기를 바라며 무거운 몸뚱이를 움직인다.
.
.
.
"석 팀장 같이 점심이라도 한 끼 하지 않겠나?"
회의를 끝내고 나오는 길에 나이 든 커피색 셰퍼드 한 마리가 나를 붙잡는다. 어떤 팀장이었더라….바로 떠오르는 게 없는 걸 보니 그다지 접점이 없는 것 같다. 그런 사람이 식사 요청이라
그 이유야 안 봐도 뻔하겠지.
"죄송합니다. 선약이 있어서"
"자네…. 그러지 말고"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권유하는 셰퍼드를 뒤로한 채 걸음을 옮긴다.
11시 30분. 점심을 먹고 산책로로 가면 대략적으로 시간은 맞을 것이다.
평소라면 배를 채우기 위해 먹던 점심이지만.
"점심 메뉴, 뭐였더라"
오늘만큼은. 점심에 흥미가 생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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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난 뒤로 곧바로 산책로를 갔다. 라고 하고 싶지만, 식당에서까지 업무 때문에 말을 거는 놈들 때문에
출발이 좀 늦어졌다. 도대체 왜 식사하는 데까지 와서 일 얘기를 하는 거냐고. 끔찍한 일벌레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발걸음을 재촉해 빠르게 산책로까지 뛰어간다. 하필이면 전날에 눈이 내린 탓에 보폭이 줄어들었다.
그렇게 깊지는 않았지만 거듭되는 거슬리는 일 때문에 이것마저도 짜증이 치밀었다.
"씨발. 되는 게 없네"
눈 같은 거. 평소라면 신경 쓰지도 않았을 텐데. 무거운 몸뚱이에 불만을 표하며 산책로 중앙으로 다가간다.
가운데.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는 분수가 보인다. 겨울이라서 그런지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걸 분수라고 불러도 되는지는 모르겠다.
그건 그렇다 치고. 날 여기까지 오게 한 장본인은 어디에 있으신지.
"…?"
인간인 탓에 눈에 잘 띌 텐데. 주변을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다. 아직 도착을 안 한 걸까
불러놓고 오지 않는 장난을 칠만한 나이는 지났던 것 같은데.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문득 지나가는 시선으로 익숙한 것이 지나갔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작은 덩어리. 덩치만 보면 맹수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제대로 쳐다봐야 보이는 줄무늬로 그가 호랑이인 것을 증명해 준다.
왜 유독 내 주변에 있는 호랑이들은 다들 덩치가 작은 것인지….그것과는 별개로 녀석의 한 손에 들고 있는 커피가 떨어질 듯 말 듯 하면서 아슬아슬하게 달려있는게 보인다.
아. 왜 그런 문자를 보냈는가 했더니. 급한 업무가 이거였나.
이 녀석을 도서관에 보내고 나서 몇 번 무슨 관계냐고 물어봤었다.
함께 살고 있지만. 녀석에 대해 아는 것도 거의 없고.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 설명하는 것조차 어렵기에
그냥 입 다물고 있었는데 그게 이런 식으로 작용할 줄이야. 확실히 인간이란 종족은 궁금증을 못 참는가 보군.
그건 그렇고
왜 저 녀석을 볼 때마다 이 불안불안한 마음은 계속 커지는 건지.
마음 같아선 24시간 눈에 두고 사고 치지 않게 지켜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여건인 게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 얼른 저걸 뺏어서 내 속이라도 편하게 해야지
그래도 녀석이 깨지 않도록 천천히 걸어간다.
15걸음
10걸음
5걸음….
녀석과의 거리가 2걸음 정도 남았을까. 몸이 움찔거리는 걸 보아하니 가까워지는 발소리를 들었나 보다.
그 뒤로는 딱 봐도 계속 자는 척 하겠지. 제발 자기는 아니여라~ 하고 마음속으로 빌면서 말이지.
녀석은 내 생각과 정확하게 똑같이 행동한다. 정말 패턴이 단순하다니까
하지만 우리는 동물이다. 인간이라면 못 느낄 숨소리의 변화를 느낄 수 있기에 잠든 척 한다는 걸 못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바보 같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녀석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든다.
"아무 데서나 퍼질러 자는 건 그냥 취미인가 보지?"
딴 게 가벼운 인사말을 건네자, 나인 것을 알아차린 녀석이 미소 지으며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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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를 바꿔 도서관.
녀석이 일하는 걸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오후 업무를 내팽개치고 도서관으로 따라갔다.
도착하자마자 나에게 스팸메일을 보낸 녀석이 표정을 구기긴 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네가 자초한 일이잖아.
일을 떠넘기고 도망갔을 땐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내 옆에 있는 호랑이랑 붙여두려는 계획이었다는 걸 깨닫자
인간, 특히 도망간 저 인간 여자는 확실히 발칙하다고 느꼈다.
"씨발…."
PC로 업무 테이블을 확인하자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그냥 옆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꽤나 까다로운 일이여서 내가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처리해 줘야 했다. 거기에 알려주면서까지, 해야 한다니. 이보다 더 귀찮은 일이 있으랴
그나마 다행인 건 마감 기한이 오늘까지는 아니다. 그렇다면….Backspace 키를 눌러 오후 업무를 싹 다 지워버린다. 이건 여기 담당자가 해야 할 일이지. 반나절 놀러 온 내가 할 일은 절대 아니다.
오후 업무를 깔끔하게 지우고 나서 업무가 없다고 하자. 녀석은 그럴 리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시키는 일만 하는 줄 알았는데, 대략적인 업무가 뭔지는 파악하고 있나 보다. 끽해야 아르바이트만 해봤다면서
왜 이렇게 열정적인 건데.
모니터를 돌려 오후 업무가 비어있는 걸 보여줬음에도 찜찜하다는 표정을 지우지 않는다.
그런 녀석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은.
"그만 멍때리고. 이제 가자"
재촉. 결국 발걸음을 옮기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한 번 더 정답이었음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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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이 책이 들어가는 것 같은데…."
솔직한 감상평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일을 잘하고 있다.
끽해봐야 사회 경험 없는 20대. 일을 잘할래야 잘할 수 없는 게 당연한 거다.
쩔쩔매는 모습이나 좀 구경하다가 도와줄 생각이었는데.
내가 나설 필요도 없이 혼자서 척척 처리하고 있다.
센스가 있어.
보통에 경우 시키는 대로, 배웠던 대로만 하기때문에 업무의 속도만 빨라질 뿐
그 이상을 바라기 힘들다. 그렇지만 호랑이 녀석은 그 이상을 행하고 있다.
그게 의도한 거든 아니든 말이다.
고작 책 정리하는 걸로 그런 걸 어떻게 아냐고?
도서관 이용객 입장에선 그냥 제자리에 꽂으면 그만이라고 느끼겠지만. 관리자 입장에선 그건 극히 일부분이다.
설명하자면 복잡하지만 확실한 건 먼발치에서 대충 보고 있어도 실수 없이 잘하고 있다는 게 객관적으로 보인다는 거다.
뭘 하던 녀석일까.
2달 동안 같이 살면서 물어볼 기회는 충분히 있었지만. 녀석이 본인 얘기를 꺼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눈치이길래
입 다물고 있었다. 누구나 하기 싫은 얘기가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가끔은 궁금해지는 게 정상이니까.
언제 기분이 수틀려 떠날진 모르겠지만. 당장은 함께 살고 있으니 적어도 조금은 서로를 알아야 한다.
"20대 때 뭐했어. 학교는."
제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던 와중 뒤에서 들려온 질문에 녀석은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본다.
일하는 게 뭐가 그리 즐거운지 눈에는 총명함. 마저 도는 것 같다. 얼마 만일까
저렇게 보는 사람마저 기분 좋아지는 눈빛을 보는 건
"뭐라고 하셨어요? 집중하느라 못 들었어요"
내 생각을 알 턱이 없는 녀석은 종종걸음으로 내 앞에 선다.
오전까지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회사였는데, 이 녀석 덕분에 훨씬 좋아졌다.
나한테 뭘 해준 것도 아닌데. 그냥 자기 일을 할 뿐인데 그게 뭐라고 나한테 편안함을 주는지.
"20대 때 뭐했냐고, 대학은 나왔고?"
"어…. 하하…."
늘 이런 식이지. 평소에 나였다면 이런 뜨뜨미지근한 반응에 싫은가 보다 하고 입 다물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만큼은. 이 정체된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다.
"피하지만 말고, 아니다…. 내 얘기부터 하는 게 좋겠네"
남이 궁금하다면 나부터 보여주라는 말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떠올랐다.
매번 내가 물어보기만 해서 대답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너는 너인데 떠나간 그 녀석에게 했던 방식을 고집했던 것 같아 괜스레 맘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부린 변덕이었을까.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내 얘기를 먼저 꺼낸다.
"H 대 나왔어. 공부하는 걸 좋아하진 않아서 학창 시절에 놀다가 겨우겨우 들어갔었네."
"네…?"
갑작스러운 내 행동이 녀석에게 어지간히 당황스러웠나 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기분인지 얼굴에 다 티가 나는 게 바보 같으면서도 귀엽게 느껴진다.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녀석이 생각할 여유를 준다. 조급해하지 말자 한 걸음씩 천천히
동공이 흔들리기를 수십차례. 고민을 끝마쳤는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쉰다. 그리고 천천히 열리는 입
"…. B 대학 다녔었어요…."
처음. 녀석이 본인의 이야기를 꺼낸다. 이야기 한 걸 후회하는 것 같은 표정을 하면서도
잊어달라는 말은 꾹 참고 있다. 본인도 노력하고 싶은 거겠지 지금의 관계에서 나아가고 싶은 건
나뿐만이 아닌 것 같다.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은 내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난 그렇다는 것에 걸어본다.
"무슨 과였는데? 난 경영학과였네 성적에 맞추다 보니 저길 갈지도 몰랐다."
녀석이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질문에 내 이야기를 녹여낸다. 궁금해하는 건
나만이 아니다. 녀석도 나를 알아갈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자
"교…. ㄱ…."
깊은 한숨…. 그럼에도 대답은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
"교대였어요…."
생각지도 못한 대답. 교대라니 그렇다면 선생님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무리 어리게 봐줘도 녀석은 대학교 졸업을 끝마쳤을 나일 텐데.
하지만…. 녀석은 분명 해본 일이라곤 아르바이트가 전부라고 했는데….
"무슨 생각 하시는지 알아요. 졸업…. 못했거든요"
생각이 깊어지려는 찰나 녀석은 입을 열어 말을 이어간다.
교대까지 들어갔으면서 졸업을 못 했다니….
"왜 교대까지 갔으면서 졸업 못 했냐고 생각하고 있으시죠?"
내 생각을 정확히 맞춘 녀석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쓸쓸하게 보였다. 후회와 상실이 비치는 눈동자에서는
평소라면 잘 보였을 녀석의 생각이 전혀 담겨있지 않았다.
지쳤다 라는 단어를 표정으로 보여줬다면 딱 맞았을 것 같은 그런 얼굴….
"일이 좀 있었어요…."
그 말을 끝으로 녀석은 입을 꾹 다물었다. 울음을 참는듯한 떨리는 입술.
녀석의 씁쓸한 표정이, 슬프게만 느껴지는 주눅 든 어깨가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모습을 연상시키는 것 같아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
조용히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뿐이었다.
녀석의 괴로움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길 바라면서….
얼마나 시간이 흘러갔을까. 녀석은 마음을 다잡았는지
이전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으음…. 하고 내 눈을 바라본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표정
고개를 까딱여 말하라는 제스처를 취하자 우물쭈물하며 입을 연다.
"부탁…. 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들어는 보고"
"주말에…. 놀러…. 나가면.. 안될까요…?"
뜸까지 들여가며 요구하는 게 고작 저거라니…. 거기에 자기가 말하고도
눈치를 살핀다고 우물쭈물하고 있는걸 보니 괜스레 미안해지기까지 한다.
그러고 보니 주말에는 거의 집밖에 나간 적이 없는 것 같네.
피곤한 것도 이유 중 하나지만. 그 녀석을 잃고 난 뒤론 사람들과 뒤섞이는 게 끔찍할 정도로 싫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는데. 그게 내 눈앞에 있는 이 호랑이를 갑갑하게 만들었나 보다.
그래…. 오늘 큰 결심까지 하셨는데 밖에 좀 나가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드라이브라도 하면서 맛있는 거 사 먹여주면 또 다른 얘기도 해주지 않겠는가.
생각을 마친 나는 긴장하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녀석에게 선물을 준다.
내 대답을 듣자마자 녀석은 눈이 동그랗게 커지더니 이내 이빨이 보일 만큼 환하게 웃는다.
아 정말 이렇게 해맑은 얼굴도 지어 줄 아는 녀석이었던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과 귀여움에.
잠시 다른 쪽의 충동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조금만 참자 지금 분위기도 좋은데. 굳이 망칠 필요가 없잖아.
2달 동안 같이 살면서도 잘 참지 않았는가. 물론 매일 밤마다 느껴지는 보드라운 녀석의 몸뚱이 때문에 혼자서 열을 삭히느라 애를 먹었지만 말이다.
추잡한 생각은 이쯤 해두자. 눈앞에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까 골똘히 생각하는 이 녀석에게 집중하자고.
"치킨에 맥주가…. 먹고 싶어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후 먹고 싶다고 꺼낸 것이 고작 저 정도 음식이란 말인가.
물론 치킨이라는 음식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오랜만에 나가는 주말 나들이에서까지
고를 만큼 특별한 것이냐고 물으면 그것도 아니지 않는가.
정말 괜찮다며 타일러도 녀석은 고개를 저을뿐 다른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정말이에요. 치킨을 제일 먹고 싶어요"
말을 마친 녀석의 눈을 바라보고 있으니.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는다.
거짓말은 아니라는건데…. 본인이 원한다는데 내가 더 물어봐야 의미가 없는 것 같다.
해줄 수 있는 건 맛있는 가게를 알아봐 두는 것 정도겠지.
"그래…. 네가 원한다면야"
해주고 싶었다. 노력하는 게 대견스러워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무엇이든지 말이다.
눈앞에 있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늘의 기억이 오랫동안 갈 것임을 확신했다.
우리의 관계가 나아지기 시작한 첫날.
지금, 이 상황 자체가.
너무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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