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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늑대는검은신을증오한다1앱에서 작성

OoOo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9 04:28:37
조회 620 추천 20 댓글 23

* * *



   하늘을 보면 눈이 내린다.

   잠시만 발걸음을 옮겨도 흔적이 남는 그런 새하얀 날에.



   너는 나에게로 걸어와 이렇게 말했다.



   "넌... 뭐지. 도깨비인가?"



   눈처럼 새하얀 몸을 부풀리고 뾰족한듯 뽀송한듯 세모난 귀를 들썩이는 덩치 큰 흰 늑대의 얼굴이 위압감을 만든다. 이마에는 재로 그려진 듯한 특이한 원시 부족을 연상시키는 문양이 시커멓게 칠해져 있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그들 무리 중에서 가장 키가 컸고 제일 커다란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흰 늑대 수인 부족의 부족장이었다.



   나는 무언가 말을 하려고 했다.

   입을 벌리고 숨을 들이쉬고 목을 떨어 소리를 내려고 했는데.



   "  ㅏ...   "



   목에서 아무런 소리가 나오지 않아.

   꺼내고 싶었던 단어들이 형태도 갖추지 못한 채 그저 날숨의 증기와 함께 흩어진다.



   "  ㅓ...  "



   여긴 어디냐고.



   "   ㅙ...   "



   내가 왜 여기에 있냐고.

   나는 누구냐고 묻고 싶었다.



   시린 겨울바람이 팔의 온기를 앗아가면서 목소리도 같이 훔쳐갔는지 목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한기는 몸을 단단하게 굳히고 발끝의 감각을 무디게 얼린다. 싸라기눈이 피부를 내리쳐 차가운 생채기를 남기고 지나간다.



   살벌하기 그지없는 냉혹한 환경이다.



   "겨울평원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은 생명이 돌아다닌다는 게 너였구나."



   언뜻 싸늘해 보이는 푸른 눈으로 몸을 위아래로 훑는 시선이 느껴진다. 아리도록 시린 겨울평원의 냉기는 안그래도 앙상한 몸을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한겨울에 눈밭을 맨몸으로 뒹굴고 있는 이상한 인간. 그게 바로 나였다. 눈 앞의 커다란 늑대가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고 나를 들어올렸다.



   "수컷이군."



   "작지만."



   "  ...!  "



   "그리고 목소리를 도둑맞았어. 저주의 문양이로군."



   푸른 눈의 흰 늑대는 우악스러운 손으로 나의 턱을 치켜올렸다. 손가락 끝에 박혀있는 늑대의 발톱이 날카로웠다. 검지로 목을 스윽 훑는 감촉. 내 목을 그어버리려는 걸까.



   "우릴 따라오겠나?"



   흰 늑대의 압도적인 힘에 저항할 도리가 없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이라면 늑대의 보송한 손에서 온기가 느껴진다는 것. 내가 붙잡은 늑대의 손은 내 얼굴보다 컸다.



   "이건 우리가 가져간다."



   흰 늑대는 뒤에 서있는 늑대 무리들에게 선언했다. 횃불을 들고 가죽제 갑옷을 입은 전사들. 제각기 품에 롱소드를 하나씩 품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흉터가 많은 늑대가 날 빤히 훑었다.



   "샬롯. 이런 털도 없는 벌거벗은 괴물은 어디다 쓰려고... 얘도... 그거에 쓰게?"



   "흠. 찜을 해먹어도 좋겠고, 구이를 해먹어도 좋겠지."



   "  ...!!!  "



   머릿속의 피가 다 빠져나가게 만드는 발언이다. 늑대의 품을 급하게 박차고 나와 다시 눈밭을 굴렀다. 도망가야 한다.



   "알아듣는건가. 놀랍군. 농담이었는데."



   "그런 농담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샬롯..."



   "잡아와라 피오르."



   "뭐? 저런 거 잡아와서 정말 뭐하게."



   "족장의 판단이다. 말을 얹는건가."



   "흐으... 아지크 샬라!"



   몇 걸음 가지도 못하고 나는 그대로 늑대들에게 붙잡혀 끌려갔다.



* * *



   "  ㅏ...  "



  가자마자 잡아먹히는 건가 했던 걱정과는 다르게 그들은 꽤 아늑한 거처를 마련해줬다. 둥그런 천막 안에 여러 개의 간이 침대가 놓여있는 공용 시설. 중앙에는 모닥불이 피워져 있었고 다가가니 덕분에 다시 몸은 온기를 머금었다. 얼었던 살갗이 본래의 말랑함을 되찾는건 시간문제였다.



   손으로 팔뚝을 주무르면 무뎌졌던 감각이 얼얼하게 살아난다.



   "내 이름은 샬롯이다. 네 이름은... 흠. 말을 못하는군."



   "글은 쓸 줄 아나?"



   맞은편에서 갑옷을 벗는 새하얀 늑대가 쿵, 바닥에 무거운 장비들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모닥불의 연노란 불꽃이 흰 늑대의 등짝에 새겨진 커다란 검은 이빨 문양을 비춘다. 호랑이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선의 아가리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살벌한 문양이었다.



   "답이 없군. 배가 고픈가. 여기에 스튜를 두 그릇 좀 부탁하네. 하네스."



   "네, 나리."



   늙고 왜소한 회색 늑대는 인자한 얼굴로 스튜를 나무그릇에 퍼내어 나와 샬롯이라는 늑대에게 한 그릇씩 전해줬다. 투박하고 차가운 쇠숟가락과 함께였다. 스프에서 올라오는 후끈한 온기 사이로 양배추의 달큰한 향이 퍼진다. 입에 한 숟가락 넣어보고 그 맛에도 놀랐다. 내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을 때 샬롯이 말했다.



   "우리는 저주를 모으는 늑대들이다. 여기 있는 모두가 저주받았지. 검은 창자의 신에게. 누군가는 엄지발가락 같은 사소한 곳부터, 쓸개, 심장. 나처럼 저주가 등 전체를 뒤덮어버린 것들도 있다."



   " ... "



   여전히 폐에서 공기가 새는 듯 말이 나오지 않았다.



   "너 같은 경우는 목이구나. 검은 신에게 목소리를 빼앗겼어. 우린 잃어버린 신체를 검은 신에게서 돌려받기 위해 유랑한다. 북에서 북으로, 저 하늘의 북극성 아래 있다는 검은 신단에서 다같이 저주받은 신의 몸뚱이를 도려내어 내팽개칠 예정이지. 너도 함께 해라."



   잘 이해가 가지 않아 고개를 오른쪽으로 기울였다.



   "도려내지 않으면 넌 곧 검은 나무가 되어 죽을 것이다. 인간으로 만들어지는 검은 신의 꼭두각시지. 이 땅을 검은 죽음으로 물들이는 자양분이 되는 것들이다. 나무가 된 너의 영혼은 영원히 비명을 지를 것이다."



   "어찌됐든 지금은 우리와 멀리 떨어지지 않는 편이 좋다. 우리에겐 변이를 막는 가호가 있으니."



   " ...ㅓ "



   "그리고 말하려고 하지 마라. 신의 목소리가 어떤 파괴를 불러올지 모른다. 네 목이 검게 물든 이유는, 네가 신의 목을 하사받았기 때문이다."



   신의 목?



   "저주란, 검은 신에게 멋대로 하사받은 신체를 이야기한다. 가끔은 이런 능력을 주기도 하지만."



   파칭ㅡ



   귀를 찌르는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샬롯의 등에서 기형적인 검은 이빨이 튀어나와 꿈틀거리며 공기를 와그작와그작 씹어댔다. 꾸드득거리며 게걸스러운 식사를 마친 검은 이빨은 천천히 샬롯의 등으로 사라졌다.



   "결국엔 너와 주변의 모두를 파멸로 이끌 것이다. 그야말로 괴물이라고 말할 수 있지. 허나."



   "너는 괴물치고는 이쁘장하게 생겼군. 그대는 왜 머리 말고는 털이 없는가. 그것도 저주의 일종인가? 흔적은 없는데."



   샬롯은 내 머리위에 커다란 손을 올렸다. 고작 동물의 손이었음에도 머리만큼 컸기에 절로 몸이 움츠러드는 게 당연했다. 샬롯의 손톱이 나의 뭉친 머리카락을 몇 번 갈랐다.



   "기다려라. 네게 맞는 옷을 주겠다."



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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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이상한판타지쓰고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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