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을 든 용사, 흑빛늑대 헤이즈와 그를 돕는 조력자인 커다란 방패를 든 하얀고양이 카인이 어느 거대한 성의 문 앞에 서있었다.
그 성의 주인은 이른바 마왕이라는, 이제는 주기적으로 부활하는걸 토벌하는것마저 귀찮아져버린, 이 세상의 거대한 민폐덩어리 취급을 받는 그런 존재가 살고있는 성이었다.
마왕쪽은 그저 주기적으로 부활하기만을 반복하지만, 용사쪽은 대대로 내려져오는 역사의 기록을 통해 마왕의 공격패턴을 학슴함으로써 어느새 마왕이라는 존재는 더는 두렵지않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이번 마왕을 토벌할 존재로 선택받은 헤이즈와 카인은 선대 용사들이 남겨놓은 정보와 기록을 통해 이미 마왕성을 제집 드나들 듯이 꿰차고있는 상태였다.
문 앞을 가로막아야 했던 두 마리의 리자드맨은 이미 헤이즈에 의해 기절한 채 바닥에 엎어져있었다. 왜인진 모르지만 마왕이외에는 생명을 거두는건 최대한 하지 말아달라고 초대용사부터 지금까지 기록된 모든 용사들이 그렇게 조언하고 기록을 해놓았기 때문이었다.
헤이즈와 카인은 그 기록을 보면서도 의아해했지만 굳이 하지말라는걸 해서 문제를 일으키는것보단 낫다고 생각해 왕성에서부터 여기까지 돌파하면서 기절시킨 몬스터 164마리, 처치한 몬스터 0마리라는 신기록을 세우고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기절한 리자드맨을 뒤로한채 마왕의 방으로 진입하기전 마지막으로 다시한번 작전을 되짚어보기위헤 헤이즈와 카인은 마주앉았다.
“들어가자마자 카인 네가 도발로 주의를 끌면 내가 마왕의 뒤를 친다. 언제언제 도발을 쓸지는 알고있지?”
“들어가자마자 한번, 왼쪽구석의 고블린이 앞으로 세걸음 내딛었을 때 한번, 마왕이 일어서서 지팡이를 들어올리자마자 한번, 마지막으로 네가 점프했을 때 한번. 맞지?”
“맞아. 도발 지속시간을 기억하다가 풀리자마자 바로 다시 걸어주면 되는거야.”
“그렇게 네가 마왕의 목을 치면 상황 종료. 각자 가지고있는 귀환석을 통해 지정해둔 포인트로 돌아간다.”
여기까지가 ‘마왕공략집(최종)_(진짜마지막)_(여기서더수정하면내가개다)_(멍멍)’에 적혀있는대로였다. 지금까지 무수한 수정과 제출을 반복한 기록관의 노고가 담겨있는 이름이었다.
아, 참고로 기록관은 고양이다.
“좋아. 마지막 확인 끝. 이제 문연다. 카인 준비해.”
“빨리 끝내고 각자 할 일 하면서 살자고~.”
초대 용사가 가지고있었던 마왕토벌 직전의 긴장감같은건 온데간데없고 그저 하루빨리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가고싶은 마음만이 굴뚝같았던 두 명이었다.
“3...2...1..연다!”
쾅!
헤이즈가 방문을 오른 발로 걷어차며 열자 왕좌에는 사자갈기를 한 마왕이 앉아있었고 곧바로 카인이 도발로 적을 묶어두기 시작했다.
“갈!(喝)”
조금 오묘한 발동주문이었지만 성능만 좋다면 상관없었다. 확실하게 방금의 도발로 이 방 안의 모든 적들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달그림자의 베일”
그 사이에 헤이즈가 밤의 장막을 겉에 두른채로 조용히 마왕의 뒤를 치러 다가갔다.
한 번
두 번
세 번
카인의 도발이 계속해서 마왕의 이목을 이끄는동안 어느새 왕좌의 바로 뒤까지 숨어든 헤이즈는 그대로 마왕의 목을 치기위해 밤의 장막을 해제하며 점프했고 그에 맞춰 카인이 마지막으로 도발을 외쳤다.
그렇게 마왕의 목은 달아났어야 했으나...
“직접 이리 가까이 와주다니. 고맙기도해라.”
어째서인지 마왕은 카인의 도발에 먹혀들지 않았고 마왕은 그대로 헤이즈의 검을 막은다음 다른 손으로 헤이즈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
“헤이즈!? 왜 이것들이 아직도 그대로인거야! 아직 멀었어!?”
자신에게 몰려든 마왕의 부하들의 공격을 받아내느라 시야가 가려진 카인은 현재 헤이즈가 처한 상황을 알지 못했고 거리도 꽤나 먼 거리였기에 여기서 헤이즈가 소리친다고해도 닿지못할 거리였다.
그런 상황을 알고있는 마왕은 실소를하며 말했다.
“그럼 이대로 자네 동료가 천천히 버티다가 부러지는걸 지켜보도록할까?”
그러나 그런 마왕의 말이 들리긴하는지 궁금할정도로 헤이즈는 꽤나 엄청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어째서 마왕이 도발에 걸리지 않은거지?’
‘왜?’
‘분명 선대들이 기록한대로는...!’
그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가득 차버렸기 때문이었다.
“...이미 맛탱이가 갔군. 재미없게스리.”
휙
그 말과 함께 마왕은 그대로 들고있던 헤이즈를 카인에게 던졌다.
카인의 방패에 헤이즈가 부딪히자 카인도 덩달아 자세가 무너져 뒤로 자빠지고 말았다.
“헤, 헤이즈?!”
곧 카인이 자신의 방패에 부딪힌 것이 헤이즈인걸 확인하자 당황해하며 헤이즈의 상태를 확인하려하자 헤이즈는 겨우 고개를 들어 소리쳤다.
“카인!! 도망가!!”
“그게 무슨소리야!? 작전은!? 마왕은!?”
“공략이랑은 달라! 마왕이 도발에 걸리지 않았다고!”
“그..그런...!”
카인도 덩달이 같이 패닉에 빠져버리자 두 명운 손쉽게 마왕군에게 제압당했다. 칼과 방패를 빼앗긴 채 양손이 묶인채로 마왕의 앞에 무릎꿇게 된 헤이즈와 카인이었다.
두명 다 고개를 바닥에 처박은채로 아무말도 하지못하고 침묵만을 하고있자 마왕은 그 모습이 못마땅한 듯 혀를 찼다.
“그깟 공략 조금 틀렸다고 어린애마냥 우왕좌왕하는 꼴이라니...”
“언제부터 용사로 이런 애새끼들이 뽑히게 되어버린거냐?”
“최초의 용사는 무슨일이 일어나도 절대로 투지를 잃어버리지 않았던 강인한 의지를 가진 자였는데 말이지.”
마왕의 입에서 최초의 용사의 말이 나오자 헤이즈와 카인은 믿을수 없다는 듯이 마왕을 올려다보았다.
““어떻게 당신이 그 이름을!?”“
“그야 당연하지않나.”
겨우 고개를 든 용사들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마왕이 말했다.
“내가 바로 최초의 마왕이니까.”
‘최초의 마왕’
그는 한때 이 대륙의 절반을 정복했다고도 알려진 최초이자 최악의 마왕으로 기록되어있었다. 그리고 이를 저지한게 바로 최초의 용사 ‘선대용사’였으며 선대용사 덕분에 다음 마왕이 부활할때까지 세상은 마왕을 대비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도 전해졌다.
그리고 지금. 최초의 마왕이 부활한 것이다.
“그나저나 ‘공략’이라고 했던가? 나를 이어서 태어난 마왕들도 어지간히 머저리같았던 모양인가보군. 얼마나 단조롭게 행동했으면 네놈들이 마왕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있단 말이냐.”
이 또한 최초의 마왕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혀를 찼다.
그러더니 마왕은 한쪽 손을 들어 명령했다
“이 나약한놈들을 지하감옥으로 옮겨라. 이야기는 그 뒤에 이어서 하도록하지.”
헤이즈와 카인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채 그대로 지하감옥에 수감되었다. 그리고 잠시 뒤 감옥에 수감된 둘을 찾아온건 또다시 마왕이었다.
“어이.”
그러나 이번엔 혼자였다. 주변에 아무런 호위를 대동하지 않은채 마왕의 상징인 검은 갑옷만을 걸친채로 헤이즈와 카인을 찾아왔다.
“...뭐죠.”
마왕이 뿜어내는 위압감만으로도 가만히 앉아있기 힘든 헤이즈였지만 겨우 그것을 버텨낸 헤이즈는 마왕의 부름에 응했다.
“내가 이대로 너희들을 죽이면, 어떻게 되는거지?”
얼떨결에 시작된 마왕과의 문답에 헤이즈는 긴장한채로 대답했다.
“왕국에서 또다른 용사를 보내겠죠. ‘공략’을 수정해서 말이죠.”
어딘가의 고양이 기록관이 또다시 고생을 한 다음 다시금 새롭게 보완된 ‘공략’을 가진채로 그 다음 용사가 찾아올 것은 물보듯 뻔한 것이었다.
“만약 내가 그 또다른 용사도 죽인다면?”
“...”
헤이즈는 마치 용사 두명을 죽이는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하는 마왕의 모습에 조금 소름이 돋았다.
자신과 카인이 왕국의 용사선발전에서 뽑히기위해 노력한 시간을 생각하면 절대로 용사라는게 적당히 싸움잘하는 양아치들을 뽑는 것이 아닐텐데도 마왕은 그저 하나의 풋내기정도로 여기는 것이다.
“그때부턴...왕국에서도 비상사태를 인지하고서 용사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왕국군 전체가 마왕성을 향해 쳐들어오겠죠.”
“풋내기 용사. 이름이...헤이즈라고 하던가? 네가 보기엔 왕국군이 내 상대가 될 것같나?”
상대가 되느냐고?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였다. 무려 이 대룩의 절반을 정복했던 최초의 마왕인데 고작 지금의 왕국군으로는 마왕군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정말로 당신이 그 최초의 마왕이라면...왕국군에게 승리의 가능성은 조금도 없겠죠.”
헤이즈의 대답을 들은 마왕은 잠시 고민하더니 그대로 걸터앉아 헤이즈를 지긋이 쳐다봤다.
덕분에 한층 더 강해진 위압감에 눈도 제데로 뜨지못해 괴로운 헤이즈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예전에 과거의 나를 죽이는데 성공했다. 그대도 알고있을터.”
왕실 도서관에서 확인한 역사서에는 분명히 최초의 마왕은 토벌되었다고 기록되어있었다.
“...그렇죠.”
“과거의 왕국군이 나를 죽이는데 성공한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최초의 용사. 그 덕분이겠죠.”
바로 그 최초의 용사가 최초의 마왕을 쓰러트렸다고 몇 번이나 역사서에 강조가 되어있었던 것은 당연했다.
“그래. 그렇겠지. 그 덕분에 나는 죽었고 너희들에게 다음 마왕을 대비할 시간이 주어졌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던 마왕은 손톱으로 바닥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그럼 여기서 질문 한가지 하지.”
“최초의 마왕인 내가 다시 부활했다면, 어딘가에 최초의 용사의 혼을 가진 용사도 다시 태어났을 가능성은?”
“...!!!”
최초의 마왕이 생전의 기억을 가진채로 다시 부활했는데, 최초의 용사의 혼을 이어받은 아이가 태어나지 않을것이라는 장담은 할 수 없었다.
“그건...”
그럴수 있다고 대답하고 싶었으나 차마 마왕의 면전에 대고 그런말을 할 수 있을정도로 헤이즈는 깡다구가 있는 수인이 아니었다.
그러나 마왕은 이런 반응또한 하나의 대답이라고 인지했다.
“그래. 그럴수 있겠지. 그렇게 나는 다시 최초의 용사의 혼을 이어받은 용사에게 죽고 세계에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역사는 반복될 것이다.”
“하지만...하지만....!”
마왕이 말을하다가 갑자기 말끝을 흐리며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마왕의 두 눈은 마치 저 너머 어둠속 깊은 심연을 바라보고 있는것만 같았다.
“나는 또 다시 죽기 싫다!!”
갑작스레 변해버린 마왕의 상태에 헤이즈는 물론 위압감에 짓눌려 엎드려있던 카인마저도 그 모습을 보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무려 그 최초의 마왕이 이정도로 두려워 할 것이 무엇이 있단말인가.
그건 바로 죽음이었다.
“죽고나면...짐은 또다시 그 영겁의 세월속에서 보이지도 들리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공허속에서 살아야한다!”
“나는...죽기 싫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마왕의 모습은 평범한 자신들과 다를바가 없었다. 다른점이 있다면 우리는 죽음을 경험해본적이 없지만 마왕은 죽음을 경험한적이 있다는 것 정도.
“그래서 나는, 한가지 결론을 냈다.”
“나는 너희들을 죽이지 않고 풀어줄 것이다. 그리고 왕에게 전해라. ‘공략대로 진행했더니 마왕을 토벌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이다.”
“그럼 적어도 다음 마왕이 부활할 시기가 되기 전까진 용사가 찾아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겠지.”
마왕의 말에 헤이즈와 카인은 조금 얼글에 핏기가 돌았다. 적어도 마왕이 우리를 죽일일은 없다는 것이 보장되었으니까.
“그..그럼 저희를 풀어주시는...”“그러나!!!”
헤이즈와 카인의 말을 거세게 끊음과 동시에 마왕은 다시한번 헤이즈와 카인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만약 너희들이 왕성으로 돌아가서 내가 부할했다는 사실을 알린다면 내 계획은 물거품이 되겠지.”
헤이즈와 카인은 힘껏 고개를 저으며 부정의 의사를 표했으나 마왕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내가 뭘 믿고 너희를 풀어줘야하지? 내 손짓 한번에 네놈들의 목이 날아가는 그런 마법이 걸린채로 평생을 살고싶은가?”
...헤이즈도 카인도 차마 그런 마법이 걸린채로 평생을 살아가고싶지는 않았다. 자고일어나니 저세상일지도 모르는 그런 마법을 걸린채로 평생을 산다니...
“그리고 나는 애초에 이런 고민은 나와 그대들이 서로가 적이기에 이러는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말을 마친 마왕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라. 감옥을 옮기겠다.”
마왕은 순순히 감옥문을 열어주었다. 헤이즈와 카인은 얌전히 마왕의 뒤를 따라 성 이곳저곳을 지나갔고 이내 또다른 감옥문 앞으로 도착하게 되었다. 문 밖에서는 안쪽이 어두컴컴해 잘 보이지 않았기에 감옥이 얼마나 좁은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들어가라.”
그렇게 감옥 안으로 헤이즈와 카인과 마왕이 다같이 들어가자 마법센서에 의해 자동으로 감옥안에 빛이 들어왔다.
감옥 안의 풍경은...
방금 전까지 갇혀있던 감옥과는 차원이 다른 방 넓이. 천장에 매달려있는 송출용 마법도구. 한쪽 벽을 가득채운 거대한 화면 수신기. 그리고 무엇보다.
<섹스하지 않으면 나가지 못하는 방>
이라는 문구와 그 아래 위치한 커다란 사이즈의 침대가 헤이즈와 카인을 반겨주었다.
“마...마왕..님? 이...이건?”
“보이는대로다.”
마왕은 천천히 헤이즈와 카인을 번갈아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너희들은 이제 서로 섹스하지 못하면 이곳을 나갈 수 없다.”
헤이즈와 카인의 눈에 당혹스러움만이 비춰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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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X SCENE 고수가 될거야
그래서 아예 섹신으로만 가득 채우기로 했음
감질나게 2000자씩 끊어쓰면서 내용 조절하다가 원하는대로 맘껏쓰니까 좀 살것같네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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