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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창가의호랑이소설13앱에서 작성

willingzer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29 23: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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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을 시작으로 호랑이는 곰의 이야기로 깊게 잠수하기 시작했다.

 “이건 단순한 짐작이지만… 형의 어머니는 제가 아는 사람 같아요.”

 “…….”

 “같은 꽃이라도 키우는 사람에 따라 향기가 차이가 난다고 배운 적이 있어요. 그런데 제 몸에서 나는 향기가 어머니의 향기와 거의 비슷하다면… 제게 가드닝을 알려주신 분… 그분이 아닐까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니…?”

 곰은 입술을 구기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계속 선생님이라 불러서 헷갈린 걸 수도 있는데… 아마 [김소현] 일 거예요.”

 그 이름을 듣자 호랑이의 둥그런 귀가 한번 움찔거렸다.

 “[김소현]…이라고?”

 그 말에 곰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다만 막상 그 이름을 들으니 엉킨 채 자란 덩굴처럼 마음이 복잡해졌다.

 늘 원망하고 저주를 퍼부었던 어머니.

 그 여자의 이름이기 때문이었다.

 정말 착각이 아니었구나.

 그는 심란한 마음에 아랫입술을 깨물었고, 미간을 구기자 나무뿌리 같은 주름이 잔뜩 잡혔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호랑이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그에게 물었다.

 “그럼 어디 계신지 알고 있어?”

 “그게… 저희가 저번에 가려던 꽃집… 기억하시나요?”

 “백화점 안에 있는 그거 말하는 거야?”

 곰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소현]은 거기 주인분의 성함이에요. 그곳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거예요.”

 호랑이의 입이 떡 벌어졌다. 어머니의 존재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던 탓이었다. 게다가 그날 그 일만 일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아무 준비도 없이 그녀와 마주했다. 그녀를 원망과 분노로 가득 찬 마음을 가진 채로 말이다.

 만일 그날 어머니를 봤으면 어떤 말을 했을까.

 아마 입에 담지도 못할 폭언과 욕설을 했겠지. 속 안에서 썩은 응어리를 전부 그녀에게 내뱉었겠지.

 “그렇구나.”

 하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었다.

 “만나실… 건가요? 정 힘드시면 같이 가드릴게요.”

 걱정스러운지 얼굴을 구긴 곰이 호랑이에게 물었다. 그러자 호랑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부드럽게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고마워. 하지만 괜찮아. 혼자여도 충분해.”

 그 온화한 미소를 보자 곰의 불안한 마음은 금세 누그러들었다.

 아.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구나.

 이렇게 강한 남자를 걱정하는 건 참으로 쓸데없는 짓이었다.

 그가 참 부럽고 존경스러웠다.

 이렇게 연약한 몸을 가진 남자가 누구보다 올곧은 마음을 가졌다는 게 말이다.

 겁많은 나와 다르게….

 “……”

 어째선지 입가에 씁쓸한 맛이 감돌았다.

 커피 때문인 건지, 이제 내가 그에게 필요 없는 존재가 된 것 같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이따금 떠오르던 부모와의 일 때문인 건지….

 뒤죽박죽 섞이는 머리가 빙빙 도는 것 같았다.

 나도 용기를 내볼까?

 그에게 내 사정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같이 고민해달라고 할까?

 그라면 분명 나를 도와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 남자라면….

 곰이 머뭇거리며 주둥이를 열려던 그때였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

 선수를 친 호랑이는 그의 속마음도 모른 채 말을 꺼냈다.

 “네?”

 그 말에 퍼뜩 놀라버린 곰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호랑이를 바라보았다.

 언제 마신 건지 그의 머그잔은 텅 비어있었고, 곰의 몫까지 계산을 마친 채였다.

 “걔한테 금방 간다고 말하고 나와서 들어가 봐야 해.”

 걔.

 누나를 말하는 게 분명했다.

 “너도 고민 같은 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줘. 네가 도와준 만큼 나도 최선을 다해 도와줄게.”

 그 말과 함께 싱긋 웃는 호랑이였다.

 “…네.”

 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갈게. 나중에 보자.”

 손을 가볍게 흔든 호랑이는 서둘러 가게 밖으로 향했다.

 곰은 아쉬움을 진하게 우린 눈빛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미 놓쳐버린 기회를 후회하면서 말이다.

 카페의 정적은 나를 더 초라하게 했다.

 사각사각 펜이 종이 위를 미끄러지는 소리는 홀로 남은 나를 그리는 듯했고, 소곤소곤 들리는 말소리는 나를 보고 겁쟁이라고 조롱하는 것 같았다. 

 슬쩍 벌린 주둥이는 천천히 닫히고, 꿈뻑꿈뻑 감았다 뜨는 눈은 그가 열고 나간 문을 하염없이 바라만 보았다. 힘없이 앞으로 접힌 둥그런 흰색 귀. 문득 눈에 들어온 커피는 잔잔하게 일렁거렸고, 그 안에 있는 나는 무척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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