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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창가의호랑이소설12

willingzer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26 04: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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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뭇 느껴지는 야시꾸리한 감정이 터지기 직전에 둘은 동시에 깍지 끼고 있던 손을 풀었다.

 갈 곳 잃은 손이 잠깐 멈춘 건 아주 조금 새어 나온 아쉬움 때문이니라.

 괜스레 손을 쥐락펴락하며 그 감각을 기억하려고 애쓰는 중에, 아까 전 주문을 받은 점원이 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앞에 놓아두고 다른 손님의 주문을 받기 위해 금방 자리를 옮겼다.

 진하게 내린 아메리카노에서 함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고소한 향기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킬 정도로 부드러웠다.

 호랑이는 양손으로 머그잔을 천천히 들어 올려 조심스레 한 모금 삼켰다.

 고양이 혀로 마시기엔 조금 뜨거웠지만, 맛은 무척이나 훌륭했다.

 곰도 만족스러운지 컵을 땐 입가는 살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맛있네요.”

 그의 말에 호랑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커피를 홀짝였다.

 차락하고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와 사각사각 펜이 종이 위를 미끄러지는 소리가 어우러지고, 조곤조곤 나누는 말소리에 귀가 쫑긋 서버렸다.

 이제부터 그에게 할 얘기는 이곳의 잔잔한 음색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어수선하고 어둡기만한 나의 인생.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나의 이야기.

 지금 이 순간, 처음으로 타인에게 털어놓으려고 한다.

 호랑이는 컵을 내려놓더니 눈을 감고 깊게 심호흡했다.

 천천히 눈을 뜨고 바라본 곰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검은 색 눈은 상냥한 눈빛으로 내게 말해준다. 용기를 낼 때까지 기다려주겠다고.

 호랑이는 배려에 부응하기 위해 꾹 다문 주둥이를 열고 목소리를 냈다.

“내가 어릴 때 어머니가 나와 아버지를 버리고 나가버렸어. 이유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아마 아버지의 회사가 부도나서 그런 거겠지. 우리 집은 압류 당하고 나와 아버지는 손도 못써보고 길거리로 쫒겨났어. 하지만 그때까진 괜찮았어. 돈이야 다시 벌면 된다고 아버지가 말씀하셨거든. 그러면 분명 어머니도 돌아오실 거라고도 했고.”

 점차 표정이 어두워진 호랑이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몇 년 뒤에… 아버지가 자살하셨어.”

 이 말과 함께 오랫동안 마음속 깊은 곳에 짓누른 기억과 감정이 서서히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림자가 길어지는 해 질 녘에 거실 한가운데에서 산업용 케이블로 목을 맨 아버지. 그리고 테이블에 올려진 유서 한 장.

 분명 잘못 본 것이라 확신해 눈을 비비고 봤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그리고 그건 어린애가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달군 쇠구슬을 삼킨 듯 목구멍부터 속 깊은 곳까지 타오르듯 뜨겁게 열이 올랐다. 눈꼬리에서 눈물이 줄기를 만들어 툭툭 떨어지고, 말아쥔 주먹은 힘을 너무 준 나머지 벌벌 떨렸다. 떨군 고개는 도저히 들 수 없었다.

 하지만 호랑이는 멈추지 않았다.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장례식에도 오지 않았어. 분명 아버지가 죽은 걸 알았을 텐데. 참 이상하지? 얼마 없는 친척들에게도 버려지고 혼자 남겨진 나는 여기저기 떠돌다 우연히 만난 마담 덕에 지금 잇는 사창가로 흘러들어왔어. 어머니 닮은 게 이런 식으로 도움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지 뭐야.”

 자신이 한 우스갯소리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져버렸다.

 “돈에 미친 게이 새끼라고 욕 처먹을 때도, 자기들 더러운 이상성욕 풀려는 좆 같은 새끼들이랑 섹스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나는 그 여자가 원망스러워서 미쳐버릴 것 같았어.”

 호랑이는 억지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 너를 만나게 된 거야. 어머니의 향기가 나는 너를.”

 눈물로 흐릿한 시야 사이로 그의 모습이 보였다. 이유는 몰랐지만 지웅이도 나처럼 울고 있었다.

 “그래서 알고 싶어. 어째서 너에게 어머니의 향기가 나는지. 그리고 어디 계신지 아는지 말이야.”

 말을 끝낸 그는 커피를 한 모금 홀짝였다. 이미 식어버린 커피는 쓴맛이 더욱더 강하게 올라왔다.

 호랑이는 옷소매로 젖은 눈가를 쓱쓱 닦아낸 후, 슬며시 곰의 눈가도 닦아주었다.

 “울지마.”

 그 말에 살짝 떨리는 짧은 주둥이가 열렸다.

 “그러면 왜 처음부터 물어보지 않으셨나요?”

 “날 버린 사람이 날 만나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이젠 아니야. 만나주지 않더라도 찾아가서 억지로 만날 거야. 그리고 왜 날 버리고 갔는지 물어볼 거야.”

 호랑이는 숨을 한 번 고르고 일어서더니 테이블에 이마가 거의 닿을 정도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너한테 미안했어. 너를 이용해서 여우를 사창가에서 빼내려고 했거든. 정말 미안해.”

 갑작스러운 사과에 곰의 양손이 허둥거리며 허공을 맴돌았다.

 “괘, 괜찮아요! 사실 알고 있었으니까 얼른 고개 드세요!”

 “…어?”

 예상치 못한 대답에 얼빠진 얼굴로 곰을 바라보았다.

 “형이 뭔가 꿍꿍이가 있어 보인다고 누나가 알려줘서 대충 예상은 했어요. 진짜 괜찮으니까 얼른 앉으세요!”

 최대한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눈치 빠른 여자였다.

 벌떡 일어난 곰이 호랑이의 어깨를 누르며 억지로 앉혔다.

 그리고 자리에 앉은 곰은 숨을 한 번 고르고 말을 이었다.

 “힘들었을 텐데 말해줘서 고마워요. 이제는 제가 아는 걸 말씀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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