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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세계로 가서 수인 만나는 이야기 (20) - 完

새벽의 점갤러(125.182) 2024.04.25 01:06:20
조회 66 추천 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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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마주 보고 앉은 우리는 마침내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 예를들면...


”그동안 아무 말도 못 해줘서 미안해요. 당신의 입에서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믿어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동안 아무 말도 못한 나의 미안함이라던가.


”기억이 사라진 내가 다시 한번 스스로 당신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군요.“


”그런 셈이죠.“


이제야 마음껏 나에게 무엇이든 물어보는 제니스의 태도라던가 말이다.


”제니스, 당신은 내 이름이 뭔지 기억나나요?“


”당신의...이름....“


제니스는 또다시 머리를 부여잡으며 낑낑대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로 머지않았다. 앞으로 조금만 더 나아간다면, 내 이름을 제니스가 스스로 기억해 낼 수 있다면, 그렇게 된다면 반드시 기억이 되돌아올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으...기억이...“


그러나 아무래도 이대로는 난항을 겪을 것 같아 나는 제니스가 눈치채지 못한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기로 했다.


”제니스, 당신은 내가 수인처럼 보이나요?“


”그건...아니죠. 생김새가 너무나도 다른걸요.“


”그래요. 나는 수인이 아니에요. 수인처럼 똑같이 두 발로 걷지만, 얼굴은 전혀 다른. 어찌 보면 조금 이상하게 생긴 존재일 거예요.“


”하지만, 제니스 당신이 오늘 아침에 나를 봤을 때 내 생김새가 이상하게 생겼다는 생각이 한 번이라도 들었나요?“


내 질문에 제니스는 그제야 자신이 그때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듯 보였다.


”...전혀요.“


”처음 본 사이지만 이상하게도 생김새에 의문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나는 두 손으로 제니스의 한 손을 꼭 감쌌다.


”그만큼 우리가 서로를 익숙하게 생각했었다는 증거일 거예요.“


”그러니 내 이름도 제니스가 지금처럼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 거예요.“


”어쩌면 이미 기억났지만 그게 내 이름이라는 자각을 못 한 상태일지도 몰라요.“


내가 말을 마치자, 제니스가 다른 한 손으로 나를 끌어당겨 두 팔로 안아줬다. 제니스의 품에 쏙 안기자 방금전에 흘린 땀 때문에 더 진해진 제니스의 체취가 강하게 풍겨왔다.


...묘하게 계속 맡고 싶어지는 냄새다.


...킁킁.


나를 안아준 제니스가 방금보다는 조금 편해진 말투로 말했다.


”고마워요. 덕분에 아까보다 머리 아픈 게 많이 줄어들었어요."


"...그리고 왠지 이러면 더 쉽게 기억날 것만 같은데...“


말을 하면서도 눈을 못마주치는 모습에 나는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당신은 기억이 지워져도 은근슬쩍 나를 포옹하는 버릇만큼은 여전하군요.“


나는 몸을 돌려 내 등과 제니스의 배를 맞닿게 했다.


”이런 자세로 둘이 자주 있었죠.“


제니스가 내 정수리에 자기 턱을 올려놓자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몸 전체를 제니스가 빠짐없이 감싸주는 이 아늑한 느낌이 그리웠었다.


제니스가 나를 안아주는 동안 제니스는 몇 번이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주둥이를 나에게 비볐다. 이러고 있자니 꼭 내가 애착 인형이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그렇게 조금 시간이 지났다.


”제니스, 이제 내 이름이 기억났어요?


나는 여전히 나를 두 팔로 안은 상태인 제니스에게 살며시 물어봤다,


”...사실 아까부터 기억났는데 일부러 말 안 하고 있었어요.“


”하하, 제니스답네요.“


제니스는 내심 아쉽다는 소리를 내며 나를 놓아주었다. 다시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는 자세로 돌아왔다.


나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이름을, 말해줘요.“


제니스도 똑같이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한 글자씩 천천히 말했다.


”...고.“


”...현.“


”...우.“


그렇게 제니스가 내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말하자마자 제니스에게서 밝은 빛이, 아주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광채에 나는 자동으로 눈을 감고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눈을 감은 채 눈앞의 빛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니 빛이 사라진 그곳엔 옆으로 누워 쓰러진 제니스가 있었다.


”제니스!!“


나는 황급히 쓰러진 제니스를 흔들어 깨웠다. 조급한 마음에 세게 흔들자, 제니스가 마치 잠에서 깨어난 듯한 어조로 말했다.


”어우...어지러워. 나 언제 잠들었었지...“


”제니스!? 괜찮아요? 정신이 들어요?“


내가 질문공세를 퍼붓자, 제니스가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갑자기 왜 존댓말을하는거야? 어색하게...“


그러더니 헉 하는소리를 냈다.


”...설마 나 뭐 잘못했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존댓말을 하던 제니스가 이제는 반말을 쓰기 시작했다.


”아...기억...기억이...!“


벅차오르는 감동에 나는 말을 다 끝맺지 못했다. 마침내 내 노력이 열매를 맺었다.


”...기억이 돌아왔어.“


나는 그대로 옆으로 누워있는 제니스에게 달려들었다. 정확히는 제니스의 가슴께에 얼굴을 묻었다. 서럽게 우는 소리가 털에 묻혀 먹먹하게 방에 울려 퍼졌다.


제니스는 갑자기 자신에게 달려들더니 펑펑 우는 나를 보고서는 자기 머릿속으로 여러 생각과 계산이 오고 간 모양이다.


”...뭔진 모르지만, 아무튼 다 잘된거지?“


...아닌가?


아무튼 그렇게 나는 제니스의 품에서 몇분이나 울고 나서야 겨우 감정을 추스를 수 있었다.


”지금까지 어떻게 된 거냐면...“


그리고 우리가 신전으로 몰래 접근한 그 날, 내가 신전으로 몰래 들어간 기억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내가 느낀 것과 ‘메르’라는 기묘한 수인을 만난 것, 모두의 기억에서 나를 지우고 다시 처음부터 제니스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한 부분까지.


마주앉은채 모든 이야기를 말해주었다. 그러나 이야기를 들은 제니스의 반응은...


”미안하지만 전부 기억이 안 나...“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니스는 그날 밤 신전 주위에서 빙빙 맴돌며 안으로 들어갈 기회를 엿보다가 그대로 정신을 잃었고, 다시 눈을 뜨니 집의 침대에 옆으로 쓰러져있었다는 이야기였다.


누군가가 중간에 기억을 가져간 것처럼 자신이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마치 저장되지 않은 부분이 모두 지워진 것처럼, 저장되지 않은 기억이 모두 사라지고 그 위에 새롭게 기억이 저장되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제니스의 기억을 되찾자, 제니스의 기억을 잃었다.


이걸...어떻게 느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지워진 기억 속의 존댓말을 쓰던 제니스도 마찬가지로 제니스일 텐데...아마 그 기억은 영영 찾을 수 없겠지.


그렇게 내가 조금은 슬픈 표정을 짓고 있자 제니스는 나를 위로해 주려는 듯 왼쪽 어깨를 팡팡 두드렸고.


”!@#!@“


나는 비명도 못 내고 왼쪽 어깨를 부여잡았다. 지금에서야 소매를 걷어 어깻죽지 부분을 확인하자 시퍼렇게 손자국 모양으로 멍이들어버린 걸 알게 되었다..


멍자국을 본 제니스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너..너 어깨가!? 왜 그래!?“


”넌 기억 못하겠지만 네가 나를...!“


”내..내가...너를...그 다음에는...?“


...다시 느끼는거지만 어쩜 저렇게 골려주고 싶은 표정과 반응만 골라서 하는지 모르겠다. 마음 같아선 ‘네가 내 어깨를 붙잡고 난폭하게 이것저것 했다.’라고 말하고싶었지만.


...이번에는 진짜로 어깨가 부러질지도 모른다.


”...바보같은 네가 힘 조절을 실패해서 내 어깨를 꽉 잡아버린 것뿐이야.“


”나..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그런짓을...“


꼬리까지 축 처진 채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강아지처럼 제니스가 이도 저도 못한 채로 연신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땀을 삐질삐질 대며 흘리던 제니스가 사뭇 불쌍해 보이면서도 나를 위해 그동안 얼마나 힘을 조절하느라 노력했을지 생각하니 자동으로 화가 누그러졌다.


”괜찮아. 덕분에 제니스가 얼마나 나를 소중하게 대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으니 나는 만족해.“


”...그래도 멍이 들어버린 어깨는 어떡하지.“


”조금 불편하긴 해도 생활하는데 지장은 없을 거야.“


나는 제니스에게서 시선을 피하며 조심스레 말을 덧붙였다.


“...아마도.“


”확신은 못 하는 거야!?“


”하하...“


나는 멋쩍은 표정으로 웃기만 했다. 차마 안 아프다고 말하기엔 너무나도 아팠기 때문이다.


내가 애써 괜찮다고하자 제니스도 단념한듯 얌전히 말했다.


”당분간 물건 같은 건 내가 다 옮겨줄게...“


”그거면 충분해. 고마워.“


...말을 마치고 나니 우리 둘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나는 이제 막 제니스의 기억을 되찾아서 정말로 기쁜 상태인데 정작 제니스는 그 이전까지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렸기에 나 혼자만 기뻐하고 있는 이상한 구도가 되어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내가 더 이상 쫓겨 다닐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하니까 그제야 제니스가 같이 기뻐해 주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해야 할 이야기가 더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우리 제니스 군?“


”‘군’이라니 갑자기 뭐야 징그럽게...“


나는 엄지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남자 친구와 재회한 기분이 어떠신지요?“


”아...!“


과거의 우리는 서로 간의 마음을 확인 한지 고작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신전으로 향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우리 둘만의 시간을 별로 만끽하지 못했었다.


”그..그게 그러니까...그...“


갑작스런 내 공격에 그대로 흐트러진 상태가 되어버린 제니스였다.


정작 이 생각을 하는 나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다시 만나서 정말 좋다. 헤헤...“


실실웃는 제니스에게 조금 더 압박 질문을 해보기로 했다.


”말로만?“


”다...다른게 더 이..있던가!?“


나는 어쩐지 오늘만 두 번째 이러는 것 같지만 또다시 두 팔을 벌렸다.


그러자 이번엔 제니스 쪽에서 먼저 나에게 다가와서 나를 안아주었다. 기억이 돌아오기 전에는 두 팔을 벌려도 제니스가 가만히 있었기에 내가 직접 다가가서 안아줬었는데 말이다. 역시 제니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서 행복했다.


그렇게 제니스가 내 등을 감싸주듯 안아주며 서로의 온기를 느꼈다.


두근 -. 두근 -


그렇게 가만히 심장소리를 듣고있자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평소엔 아무 생각 없이 같이 지내던 두 명이.


어느 날,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자신과 상대의 행동 하나하나를 의식하게 되어버리는.


그런 둘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 같은 게 느껴지지 않을까?


그래. 예를 들면...이렇게 서로를 껴안고 있는 게 갑자기 무척이나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던지..?


....그런 생각떄문일까 평소와 다름없는 스킨십이었는데도 제니스와 내가 서로를 좋아한다는 것을 고백하고 나니 어쩐지 심장 소리가 평소보다 더 크게 나는 것 같았다.


아무 생각 없이 이러고 있던 예전과는 달리 우리 둘 사이에서 흐르는 분위기가 사뭇 남달랐다.


우리 둘 사이에 아무런 대화조차 없이 나는 얼굴을 붉힌 채로 안겨있었고, 제니스는 나를 안고 있는 채로 꼬리를 좌우로 흔들고만 있었다.


마음속으로 뭔가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는 정신적인 압박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을 때....내 등에 길고 따뜻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아무래도 여기서 더 나아갈 ‘방법’을 찾은 것 같다.


나는 뒤를 돌아본다음 고개를 들어 제니스를 쳐다보며 말했다.


"제니스, 바지벗어."


"....에?"


내일 아침은 아마 침대에서 못 일어날것같다.


---


완결!


분명 처음엔 이렇게 길게 쓸 예정도 아니었는데 쓰다보니 재미있어서 점점 내용이 늘어나버린것


덕분에 그자리에서 즉흥적으로 내용을 수정하고 추가하는 일이 많아지다보니 내용이 깔끔하지 못하게 쓰여진것같아 아쉬움.


1편이랑 2편까지 작성해놓고 1화를 올리고 3화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작업해서 그런지 이야기의 흐름에 어색함이 안느껴지게 잘 조정이 가능했던듯.


그럼에도 무언가가 어색했다면 내 필력이 아직 모자르다는 뜻이겠죠!


--


매일 밤마다 노트북을 켜고, 어제 올린 소설의 댓글을 확인하고, 그 댓글을 보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소설을 쓸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또한 악플보다 무플이 더 뼈아프다는걸 알게된 경험이기도 했던 20일이었습니다.


필력에 자신이 없었기에 오늘처럼 밤12시~3시 사이에 올리고서 댓글 달리는것도 확인하지않고 바로 노트북을 끄고 잤습니다.


그렇게 매일 밤마다 다시 노트북을 켜고 어제 올린 소설에 달린 댓글을 볼생각에 어딘가 겁이 나면서도 기대되기도하는 그런 20일이었습니다.


아무도없는 고요한 밤에 읽으신 제 소설이 조금이나마 재미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누군가는 제 소설이 올라온지도 모르지 않을까요?


그래도 누군가는 읽어줬는걸요. 


당신이 말이에요.


언젠가 또다시 글 쓸 소재가 생각난다면 돌아올게요.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요.


또 만나요.

1


Q. 그래서 섹스신은?


A. 빤스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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