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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세계로 가서 수인 만나는 이야기 (15)

새벽의 점갤러(125.182) 2024.04.20 02:35:05
조회 76 추천 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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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시작되어 버린 질문 시간에 나는 무얼 질문할까 고민하다가 내가 이 신전에 몰래 들어오게 된 원초적인 의문부터 해결해 보기로 했다.


“네가 나를 찾고 있는 신전의 우두머리 뭐 비슷한 그런 거야?”


“전혀 아니야. 오히려 나는 이곳에 갇혀서 바깥으로 못 나오게 감금당한 처지라네.”


“바깥의 짐승 놈들이 자네를 찾는 것과 내가 자네를 기다리고 있던 건 별개의 일이야.”


왜 수인들이 당신을 감금하는 거죠? 라는 질문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메르가 진실만을 대답해 주겠다고 약속한 세 개의 질문인 만큼 질문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골라 물어보아야 하기에 나는 말을 참았다.


“이번엔 내 차례로군.”


메르의 눈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내 질문은...”


반짝이는 두 눈을 마주하며 닥쳐올 질문을 예상하며 마른침을 삼키던 와중...


“자네는 지금 행복한가?”


“...에?”


“지금 행복하냐고 물어봤네만?”


괜히 긴장했던 나를 바보로 만드는듯한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질문에 대답해야 했던 나는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행복했었지. 그저께까지는.”


“지금은 아니라는 말이군.”


“신전에서 나를 찾아서 죽이려고 안내문까지 뿌렸거든.”


내 말에 놀란 듯 자세까지 바꿔 앉아가며 유감을 표하는 메르였다.


“그것 참…유감일세.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신전이 자네를 찾고 있는 건 내가 명령한 일이 아니라는걸 알아줬으면 좋겠군.”


나도 귀찮게 된 지금의 상황에 머리를 긁적였다.


신전의 우두머리처럼 보였던 녀석이 정작 이곳에 감금당하고 있는 처지라니. 이걸 어떻게 한담?


어쨌든 이제 내가 질문 할 차례다.


“혹시나 말하는 거지만 이건 내 추측인데...”


나는 내 옆의 허공에 떠 있는, 이제는 두 개가 되어버린 초록색 불꽃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눈동자에서 나오는 빛, 내 옆에서 떠다니는 이 불꽃의 색깔, 그리고 내가 이곳에 처음 온 날 의식을 잃기 직전에 봤던 초록색의 횃불.”


“메르, 네가 나를 이 세계로 데려온 거야?”


메르는 내 말에 조금 생각하더니 답했다.


“설마 자네가 내 초록색 불꽃을 이전에 한 번 본 적이 있을 줄은 몰랐군.”


“이미 정신을 잃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보고나서 의식을 잃었을줄은.”


“정답이야. 자네를 이 세계로 이끈 건 본인일세. 마음에 드는가?”


마음에 드냐고 천연덕스럽게 물어보는 메르를 보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뜬금없이 이 세계에 나를 데려온 범인이 눈앞에 있었다.


“...맘대로 생각해. 나도 잘 모르겠으니까.”


분명 처음엔 지구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구로 돌아가는 것 보다도 제니스와 이곳에서 함께 생활하는 게 더 행복하다. 굳이 따지자면 마음에 드는 쪽이었지만 티는 안 내기로 했다.


그래. 분명 티는 안 내려고 했는데.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군.”


“남의 생각 멋대로 읽지 마! 네가 질문할 차례도 아니었잖아!”


“이런! 나도 모르게 그만.”


멋대로 생각을 읽는 메르에게 버럭 화를 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내 손에 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있다고 해도 메르를 이길 것 같지도 않았다.


“실례했군. 그럼, 이번엔 내가 질문할 차례니까 질문을 하겠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 메르는 뚜벅뚜벅 걸어 내 쪽으로 오더니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질문에 놀라 몸을 뒤로 젖히며 메르에게서 멀어졌다. 재미있다는 듯 싱글벙글 웃는 메르였다.


“세간에선 이런 이야기는 몰래 하는 게 예의라길래 나도 따라 해보았네만. 이런 반응을 보는 것도 재미있군.”


“왜 이런 걸 물어보는 거야!?”


“궁금하니까. 아 좋아하는 ‘수인’이 있냐고 물어보는 게 맞겠군. 이 세계엔 인간이 없으니까.”


정말 단순한 이유였다. 어쨌든 대답을 못 해줄 질문은 아니었기에 대답하기로 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제니스


...벌써 보고싶어졌다.


“...있어. 누군지는 안 알려줄 거야.”


“좋아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


딱 봐도 메르는 벌써 내 생각을 읽었나 보다.


‘생각이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갖춘 메르는 생각보다 되게 귀찮았다.’ 라는 생각을 메르가 읽도록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친한 사람이 없는 이유지.”


하지만 나는 실실웃으며 시치미를 뗐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메르. 난 아무 말도 안 했는걸?”


역으로 자신이 당한 걸 알아챈 메르가 작게 미소 지었다.


“그런가. 그렇군.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야! 자네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의자로 돌아가는 메르였다.


“자, 이제 내 마지막 질문이야 거부할지 말지는 알아서 정해.”


“들어보고 나서 결정하지.”


마지막 남은 질문 기회를 생각하며 질문할 것을 신중히 고른 후 나는 질문했다.


“너의 그 신기한 능력으로 한 명만 빼고 이 세계의 모두에게서 내 존재를 지울 수 있어?”


메르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대답했다.


“가능하지. 하지만 문제가 있네.”


“...문제란건?”


메르는 목을 가다듬은 후 진지하게 말했다.


“멋대로 생각을 읽어서 미안하네만, 자네가 사랑하는 그 수인의 기억까지도 지워야한다네.”


“...네가 조절 할 수는 없는 거야?”


메르는 내 질문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하며 스스로 팔짱을 꼈다.


“커다란 삽으로 모래를 한가득 퍼다 나르는 것과 모래알을 하나씩 퍼다 나르는 것. 무엇이 더 쉬울것이라고 생각하나?”


“그야 당연히….”


메르는 내 말을 끊듯이 말했다.


“한가득 퍼다 나르는 게 쉽겠지. 굳이 모래알을 하나씩 옮기려고 애를 쓸 필요가 없단 말일세.”


“그만큼 강한 힘을 세세하게 조절하기란 정말 힘들고 어려운 것이네.”


메르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기에 지울 거면 모두의 기억을 지워야 하네. 그것만이 자네가 죽음의 위협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일세.”


--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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