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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세계로 가서 수인 만나는 이야기 (14)

새벽의 점갤러(125.182) 2024.04.19 01:52:12
조회 79 추천 9 댓글 2

지난화 보기


--


두 명이 지키고 있던 신전 입구와는 달리 신전 내부의 감시 인원은 허술하기에 그지없었다. 오히려 입구를 두 명이나 지키고 있기에 내부 경비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일까. 그 덕분에 대놓고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대략적인 신전의 외부 구조를 설명하자면 동서남북으로 4방향에서 신전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으며 그 주위를 둘러싼 돌벽은 북쪽과 남쪽에만 입구가 있는 형태였다. 아마 지금 내 위치는 신전의 동쪽 입구 근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횃불이라도 들고 왔으면 좋았겠지만 몰래 움직여야 한다는 특성상 챙겨올 수가 없었기에 나는 어둠에 적응한 내 시야만을 의지한 채 신전 건물 안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희미하게 보이는 신전의 동쪽 입구를 찾아 그 안으로 무사히 걸어들어갈 수 있었다.


달빛이 들어오지 않는 길고 좁은 통로...내가 이 세계에 처음 오게 된 날에도 이런 통로를 걸었던 기억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갑작스럽게 들어왔던 입구가 닫혀버린다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쿵 - ! )


...밖으로부터 느껴지던 공기의 흐름이 멈췄다. 또다시 그때처럼 입구가 막혀버린 것이다.


“젠장, 미쳐버리겠네.”


그런 신세 한탄을 하며 천천히 통로를 걷다 보니 역시나 그때와 마찬가지처럼 정사각형의 큰 방에 도착했다. 내가 들어온 곳 이외에도 다른 방향으로 들어와도 이곳으로 올 수 있게 짜인 구조 같았다.


그날과 똑같은 풍경이었지만 딱 하나 다른 점이 느껴졌다.


시선만이 느껴졌던 그때와는 달리, 이번엔 정말로 인기척이 느껴지고 있다. 단 한 명의 인기척이 말이다.


‘창이라도 만들어올걸 그랬나.’


조잡하게 만들었던 그 창마저도 매우 절실하게 느껴지는 상태였다.


그리고 만약 지금 상황이 그때와 똑같이 흘러간다면 아마 지금쯤...


(화르륵- )


“읏...!”


방의 모서리에 달려있던 꺼진 횃불에 갑작스레 불이 붙으며 순식간에 방 안이 환하게 밝혀졌다.


원래 같았으면 지금 이 방 안에는 아무도 없어야했겠지만...


“안녕~”


“...”방의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왕좌에 누군가 이미 앉아있었다.


나를 보고는 반갑다는 듯 웃으며 손까지 흔들면서 말이다. 나는 자세를 낮췄다.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도 반응할 수 있도록.


내가 경계하며 조용히 있자 먼저 말을 꺼내온 것은 저쪽이었다.


“성에 방문했으면 인사부터 해야지. 그게 예의 아닌가?”


“아니면, 짐승과 어울리는 사이에 예의마저도 잊어버린 건가?”


이게 무슨 소리야. 성은 또 뭐고. 짐승이라니 자기도 짐승 아닌가? 누가 누구보고 짐승이라는 거야.


“넌 누구야. 너는 이 신전이랑 무슨 관계지?”


역으로 내가 질문을 하자 차라리 잘됐다는 듯 그 수인은 일어나 말했다.


“아 그래, 차라리 내 쪽에서 먼저 자기소개를 하는 게 낫겠군.”


“내 이름은 메르. 이 고독한 왕성의 외로운 왕이지.”


...저녀석 말투가 왜 저래. 왜 혼자서 비극적인 연극의 주인공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거야?


저 녀석의 말에 동조하는 거 같아 기분 더럽지만, 저 녀석이 먼저 먼저 자기소개를 했다면 이쪽도 맞대응을 해줘야겠지.


“나는 고현우. 이 정도면 됐지?”


“그게 끝인가? 싱겁기는...”


흥이 다 떨어졌다는 듯, 메르라는 녀석은 그대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다만 여전히 나는 저 녀석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경계를 풀 수가 없었다.


그런 나를 녀석이 쳐다보더니 가볍게 손가락을 한번 튕겼다.


“손님을 선 채로 응대하는 것도 뭐하니 일단 앉게.”


“하, 이곳에 그 커다란 의자 말고 또 앉을 데가 어디있다는...”


나조차 믿기 힘들었지만, 방금까지 아무것도 없던 내 뒤쪽에 돌로 만들어진 작은 의자가 나타나있었다.


“...뭐야이거.”


“앉게나. 기다리게 하지 말고.”


묘하게 말투에서 느껴지는 강압적인 태도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나타난 의자에 앉았다. 엉덩이에 느껴지는 딱딱한 돌의 감촉이 이 의자가 환상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내가 의자에 앉자 메르는 곧바로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이 어두컴컴한 밤중에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뭔가?”


“...”


눈앞의 이 녀석에게 내 목적을 알려줘도 괜찮을까. 하지만 본인입으로 방금 자기가 고독하다느니 외롭다느니 하는 걸 보면 이 신전엔 저 녀석밖에 없는듯하고...내가 고민하는걸 어찌 알았는지 메르쪽에서 오히려 나에게 제안을 하나 해왔다.


“차라리 서로에게 질문을 하는 건 어떤가?”


“...좋아. 차라리 그게 낫겠네.”


“질문은 각자 세 개씩. 하나의 질문에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질문에 대한 대답이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그 순간 메르의 눈동자가 초록빛을 내서 반짝였다.


“...내가 알아서 판단하도록 하지.”


...저녀석, 도대체 뭐 하는 녀석이지? 꼭 내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듯이 말하고 있잖아.


“아, 물론 걱정하지 말게. 나도 거짓말은 하지 않을 거야.”


“오랜만에 방문한 손님에게 박하게 대했다간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다시 한번 메르가 손가락을 튕기자 나와 메르의 주변에 초록색의 불꽃 세 개가 나타나 각자의 곁을 맴돌기 시작했다.


“질문과 대답. 시작하도록 하지.”


메르의 눈동자가 녹빛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


삼문답이라는 단어를 쓰려했는데 정식으로 등재된 단어가 아니라 그냥 풀어써서 질문과 대답이라고 바꿨음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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