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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세계로 가서 수인 만나는 이야기 (12)

새벽의 점갤러(125.182) 2024.04.17 01:17:20
조회 77 추천 12 댓글 2

지난화 보기


--


다음 날 아침. 제니스보다 내가 먼저 눈이 떠졌다. 선명해져가는 시야 너머로 눈을 감고 곤히 자는 제니스가 보였다. 울다 지쳐 잠들었는지 눈가 주위 털들이 빳빳해져 말라붙어있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눈가 옆 베개커버가 눈물로 축축이 젖어있었다.


(쓱 쓱 - )


조용히 제니스의 눈가를 쓸어 닦아주었다.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의 물기가 묻어나왔다.


곤히 눈을 감은 채 자는 제니스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자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없었다면 얘는 지금까지도 평범하게 살고 있었을까?’


‘얘는 이제 나 없이는 못 사는데, 이제 내가 사라져 버리면 어떡하지?’


‘혼자 남겨진 제니스는 나 없이 잘 살 수 있을까?’


‘하지만 이대로 도망치며 사는 건 나도 제니스도 둘 다 힘들어질 거야.’


“미안해 제니스...”


그런 말을 작게 읊조리며 제니스의 볼 주변을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나 때문에 이제 제니스는 나를 알기 전의 제니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외로움을, 사랑을, 온기를, 다정함을, 소중함을 알아버린 제니스에게 내가 사라진다면 제니스의 마음속에 커다란 구멍이 남게 될 것이다. 쉽사리 채울 수 없는 아주 커다란 구멍이 말이다.


그렇다고 지금 이 자리에서 일어날 수는 없다. 참으로 욕심 많게도 나 또한 제니스와 헤어지기 싫었기 때문이다.


쫓겨 다닐 걱정 없이 제니스와 여기서 행복하게 살아갈 방법은 없는 걸까?


적어도 신전의 사람과 만나 이야기라도 할 수 있다면...우리를 놓아달라고 무릎꿇고 부탁이라도 할 텐데...


나는 언제 제니스가 깰지 무서워 쉽사리 침대 위를 떠나지 못했다. 아무것도 못 하고 침대 위에만 누워있는 지금이었지만 이 시간도 어느새 소중해졌다.


이토록 가까이서 붙어있다는 게 정말로 좋았다.


나는 얼굴을 제니스의 가슴께에 가까이 댔다. 규칙적으로 들리는 제니스의 심장 소리가 내 마음을 안정시켰다.


지금의 나는 제니스가 좋다. 없으면 그리워서 참을 수 없을 만큼 좋다. 처음엔 비록 창까지 들이밀며 경계했던 나였지만, 시간은 우리 사이를 부드럽고 따뜻하게 만들었다.


이 세계에 떨어져 아무것도 없는 나를 다정하게 보살펴준 제니스에게 나도 점차 마음을 열어갔던 것 같다.


그렇게 제니스의 가슴께에 얼굴을 묻은 채로 얼마나 지났을까 조용히 제니스의 팔이 내 등을 감쌌다.


조용히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자, 제니스가 나를 다정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입가에 웃음기를 띤 채로 나를 가볍게 안아주었다.


제니스는 하여간에 안아주는걸 너무 좋아한다. 싫진 않았지만.


“현우야.”


그러던와중 제니스가 보기 드물게 나를 이름으로 불렀다.


“네가 내 앞에 남아있다는 건. 그걸로 이해해도 되는 거지?”


“너도 나를...”


나는 차마 뒷말은 말하지 못하겠는지 말을 얼버무리는 제니스를 양손으로 꼬옥 안아주며 말했다.


“응. 좋아해.”


제니스는 말없이 더 세게 나를 끌어안는 거로 말을 대신하였다.


“일단은 일어나자 제니스. 벌써 해가 중천이야.”


“조금만 더 이러고 있고싶은데...”


“안돼. 일단은 이제 어떻게 할지부터 이야기하는 게 먼저야.”


하지만 여전히 제니스가 일어나길 싫어하길래 나는 제니스의 목덜미에 작게 입맞춤했다. 기습적으로 행해진 내 입맞춤에 깜짝 놀란 제니스였다.


“너와 내가 오랫동안 같이 있으려면, 이 상황을 해결해야해.”


“...그렇겠지. 미안.”


그렇게 나는 잠들 때와 똑같이 제니스에게 안겨있는 상태로 침대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가볍게 늦은 아침 식사를 마친 우리는 집 안에서 서로를 마주 보며 앉았다.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


“...”


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아 고요한 침묵만이 이어지던 와중 나는 고민만 하고 있던 얼토당토않은 해결책을 말했다.


“제니스. 신전에 몰래 들어가자!”


--


주인공 이름 정해놓고 정작 이름으로 불렀던적이 이번이 처음인듯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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