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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아_27

스타폭스(118.32) 2015.05.14 06:08:51
조회 1063 추천 11 댓글 4

좆같은 목요일 메시아와 함께 힘차게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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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는 로브자락을 움켜쥐고 단박에 도서관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는 눈 깜짝할 새에 신전 정원까지 달려가더니, 작은 나무문 뒤에 몸을 숨겼다.
기대에 가득 찬 어린 용인은 고개를 쭉 빼어 저 멀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레비와 아스토를 먼발치에서 훔쳐보았다.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조숙하다고 칭찬해도 세스 역시 한 명의 아이였다.
스스럼없이 대하는 상대라 할지라도 숨기고픈 것이 차고 찬 나이인 것이다.
그는 바삐 달려오지 않은 척 숨을 고르고, 흐트러진 옷자락을 가다듬었다.
다가서는 발걸음도 여유 있는 척, 어깨를 쭉 펴고 신관답게 걸으려 애썼다.
15년을 살아온 어린 몸에는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기품이 스며들어 있었다.

 

“아, 마침 저기 오시는구나.”

 

“...”

 

인기척을 느낀 레비가 먼저 세스를 알아보았다.
멍하니 서있던 아스토는 고개를 돌려 세스를 바라보았다.
평소엔 쫑긋 솟아있던 귀는 반쯤 접혀 있었으며, 가지런한 눈썹 역시 돌이라도 내려앉은 듯 착 내려앉아 있었다.

세스는 그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더럭 겁에 질렸다.
기죽은 태도와 시무룩한 표정을 보아하니, 그가 시신을 유기한 것을 자백하러 온 것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생각을 굳힌 세스는 입을 앙 다문 채 성큼성큼 아스토에게 다가갔다.
수인 하나 죽일 듯이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레비는 당황한 표정으로 아스토의 앞에 섰다.

 

“세스님?”

 

“...”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지요?”

 

“비켜줘 레비.”

 

"저... 그러니까 왜...?"

 

“내 방 데려갈 거야.”

 

“...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만, 저에게 말씀을...”

 

“아니! 그냥 데려가겠다고!”

 

세스는 가슴 속으로 잔뜩 웅크러든 아스토의 팔목을 사납게 잡아챘다.
당연하게도, 아스토는 사뭇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세스의 손길을 적극적으로 거부하지는 않았다.
마치 양치기에게 잡힌 어린 양처럼 순순히 끌려가는 것이었다.

 

두 아이는 조금 화난 듯한 표정으로 서 있는 레비를 무심히 지나쳤다.
섬세한 신관이 정성껏 가꾼 꽃들이 힘없이 떨어졌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정원에 난 문은 복도와 곧바로 이어져 있었다.
무작정 정원을 벗어난 아이들은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한 복도를 지났다.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새어 들어오는 형형색색의 햇살이 빛 바랜 돌기둥을 비추며 사방으로 그 빛을 반사시켰다.
초여름을 맞은 공기는 따뜻하면서도 포근했고, 계곡물은 사계절 내내 청량했다.
혈기왕성한 아이들끼리 어디 놀러나가기 참 좋은 날이었다.

 

그러나 세스는 오늘만큼은 숲으로 놀러나갈 생각이 없었다.
그는 아스토의 손목을 단단히 붙든 채 기어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아스토가 양심을 이기지 못해 가족을 희생시키는 모습도 보기 싫었지만, 그런 불미스러운 자백으로 자신과 멀어지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그는 항상 세스의 곁에 있어야만 했다.
친구로서, 알 수 없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상대로써, 언제까지나 세스의 곁을 지켜야 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자신의 방에 도착하자마자 세스는 방문을 단단히 걸어 잠갔다.
그는 아스토를 거칠게 침대로 떠민 뒤, 분노, 속상함, 배신감이 한 데 섞인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아스토를 노려보았다.

 

“... 왜 그래...?”

 

아스토가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세스는 두 주먹을 부르르 떨며 쥐어짜듯 대답했다.

 

“비밀이라 했잖아.”

 

“뭐?”

 

“말하지 말자고 했잖아! 왜 말하러 온 거야!”

 

“...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거! 그거 말하러 온 거잖아!”

 

“... 그 애 얘기 하러온 거 아니야.”

 

“... 그 얘기 하러 온 게 아냐?”

 

“응.”

 

“근데 너 아까 이상한 표정 짓고 있었잖아. 거짓말 하는 거 아냐?”

 

“아냐.”

 

세스는 얼빠진 표정으로 움켜쥔 두 주먹을 풀었다.
안도감을 느낄 새도 없이, 상황은 완전히 반전되었다.
아스토는 반쯤 화가 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었고, 세스는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그를 거칠게 끌고온 것에 대해 사과는 해야겠는데, 자존심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미안하다고 말을 하려 해도 입에서는 자꾸 미운 말만 튀어나왔다.

 

“그런 표정 짓고 있으니까 당연히 그 얘기 하러 왔는줄 알았잖아. 누가 그러고 있으래?”

 

“그게 왜 내 잘못이냐? 아무것도 모르면서 괜히 난리친 니 잘못이지.”

 

참으로 오래간만에 아스토가 정곡을 찔렀다.
자기가 말하고도 무안했는지, 그는 부드러운 이불을 움켜쥔 채 풀죽은 강아지처럼 고개를 숙였다.
예상치도 못한 그의 건방진 대답에 잠깐 울컥했지만 세스는 금세 마음을 갈무리했다.
지극히 위험한 양심 선언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면 아스토가 신전에 찾아오는 것은 언제든지 환영할 만한 일이었으니까.


그는 애써 무덤덤한 표정을 지은 채 서서히 아스토의 곁에 다가갔다.
아스토 역시 세스가 다가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저 눈을 흘길 뿐,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다.

 

“그럼 왜 그러고 있었는데?”

 

“...”

 

“배고파?”

 

“아니.”

 

“집에 무슨 일 있어?”

 

“아니.”

 

“답답해 죽겠다. 그러고 있으면 누가 무슨 말이라도 해줘? 제대로 말해봐 좀.”

 

평소의 세스치고는 굉장히 관대한 반응이었다.
만약 유사드나 레비가 이런 미적지근한 행동을 보였다면, 그는 당장에 두 볼을 부풀린 채 잔뜩 성을 냈을 것이다.
질책 어린 목소리를 듣다 못한 아스토는 애처롭게 세스를 마주보았다.
무언가 더 쏟아내려던 세스는 하려던 말을 몽땅 삼켜버린 채 두 눈만 끔벅였다.

 

아스토는 말하고 싶은 것을 몽땅 얼굴에 드러내는 아이였다.
그 조바심 치는 듯한 표정을 보아하니, 분명 무언가 말하고는 싶은데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늦게나마 그것을 눈치 챈 세스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앉았다.
아무리 재촉해봐야 이야기를 꺼낼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남의 말을 곧잘 따르는 듯 하면서도 결정적인 부분에서는 고집스럽게 구는 것이 아스토였으니까.
친하게 지낸지 반년도 되지 않은 아이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있는 것인지, 세스는 아직도 깨닫지 못했다.
 
“지금 말하기 싫으면 나중에 하던가.”

 

세스는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 노력했다.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늘어져라 하품을 하기도 하고, 베개를 등받이 삼아 푹 드러눕기도 했다.
아스토는 그저 그 모습을 바라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처음엔 그저 어색함을 깨기 위해 졸린 척을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5분, 10분, 야금야금 시간이 흐르자, 세스는 정말 잠이 오기 시작했다.
그렇잖아도 어린 몸에 며칠 동안 쌓여온 피로였다.
모르는 새 차곡차곡 누적된 피로는 잔뜩 긴장했던 몸이 풀리기가 무섭게 온몸을 뒤덮어왔다.
연신 하품을 하던 세스는 아스토의 옷자락을 꼬옥 붙들었다.
그가 행여나 자는 사이에 집에 돌아가지는 않을지, 못내 걱정되었던 것이다.

세스는 몇 번인가 졸린 눈을 끔벅였다.
눈을 감고 뜨는 것이 서서히 느려지더니, 나중에는 아예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훤히 드러낸 목에서부터 묘한 온기가 느껴졌다.
이불을 꼭 덮고 있을 때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따뜻한 온기였다.
그러나 가만히 보니, 목에 와 닿는 온기는 이불을 덮었을 때의 온기와는 사뭇 달랐다.
사라지기도 하고, 다시 찾아오기도 하는 것이, 뭔가 이상했다.
세스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두 눈을 번쩍 떴다.

수없이 보아온 익숙한 얼굴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보기 좋게 뻗은 입가와 날렵하게 난 턱선, 반질거리는 검은 털에 이르기까지, 세스를 내려다보고 있는 수인은 의심할 여지도 없이 아스토였다.

 

“... 야.”

 

“...”

 

“뭐해?”

 

“...”

 

아스토는 대답 대신 털이 북슬북슬한 앙증맞은 꼬리를 가만히 살랑였다.
부끄러운 듯 앙 다문 입에서는 연신 뜨거운 입김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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