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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이드_7

ㅋㅁㄴ(118.32) 2015.02.04 04:04:30
조회 920 추천 20 댓글 12

“이제 뭔가 말할 생각이 드나?”

 

블렌드는 한층 목소리를 부드럽게 해서 달래듯 물었다.
뒤에 삽입된 촛대를 알게 모르게 서서히 빼내는 품이, 대답만 제대로 하면 관대히 용서해줄 수 있다는 것만 같았다.
그 모습에 희망을 건 드루이드는 물기 맺힌 눈을 끔벅이며 조용히 대답했다.

 

“...마, 말할게...”
 
비록 고통이 줄어들긴 했어도 따끔거리는 통증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었기에, 당장이라도 촛대를 빼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던 것이다.
다소 만족스러운 대답이 돌아왔건만, 블렌드는 여전히 딱딱한 표정을 유지한 채 물었다.

 

“다시 한 번 묻겠다. 왜 날 죽이려 했지?”

 

“...”

 

“대답해.”

 

반쯤 빠져나온 촛대가 다시금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내벽을 후벼 파는 듯한 고통에, 드루이드는 신음하며 몸을 떨었다.
대답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남는 것은 고통밖에 없다는 것을, 조금 전의 경험으로 확실히 깨달은 터였다.
블렌드의 손이 난폭하게 변하려던 찰나, 드루이드는 끝내 고통에 굴복하고 말았다.

 

“네가 가져온 곰 가죽...”

 

“역시 그걸 훔칠 생각이었나?”

 

“아니야... 네가 죽인 그 곰은... 키워야 할 새끼가 있었어.”

 

“그래서?”

 

“그래서... 용서할 수 없었어...”

 

“넌 숲에 사는 주제에 약육강식의 법칙조차 모르는 건가? 새끼가 있든 봉양해야 할 어미가 있든 그런 건 아무...”

 

“나, 나도 알아. 그건 내 실수였어.”

 

“그런 거지같은 이유로 모닥불도 꺼 놓고, 부싯돌도 훔쳐간 건가?”

 

“맞아. 그러니까.. 이렇게 사과할게. 모두 내 잘못이야.”

 

“...그래?”

 

블렌드는 비꼬듯 내뱉으며 드루이드를 노려보았다.
조금 전에 보여줬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기색이었다.

 

“그럼 왜 끝을 내지 않고 살려둔 거지? 죽이기엔 겁이 났나?”

 

“...교리 때문이야. 사, 살생을 하면 안 되니까...”

 

“교리. 그래, 그놈의 교리 때문이다 이거군.”

 

“맞아.”

 

“이래서 아버지가 드루이드를 엿 같은 족속이라 불렀던 거였어. 대가리 속에 병신 같은 발상이나 담고 다니는 족속.”

 

블렌드는 기이한 미소를 지은 채 서서히 발걸음을 옮겼다.
입은 부드럽게 휘어 있었지만 눈매는 여전히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것이, 묘하게 위압적이었다.
어느덧 단도가 놓인 곳까지 다가간 뒤, 그는 아무런 예고 없이 방금 전에 내려놓았던 단도를 들어올렸다.

 

“주, 죽이진 않겠다고 했...!”

 

드루이드는 울먹이며 외쳤다.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쥐고 있는 것이, 여차하면 곧바로 내리 꽂을 것만 같았다.
결코 이루어져선 안 될 예감이었으나, 그 예감은 결국 적중하고 말았다.
블렌드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단도를 휘둘렀다.
번쩍이는 빛이 호를 그리며 날아든다.
섬뜩한 빛이 몸에 완전히 닿으려던 찰나, 드루이드는 울음 섞인 신음을 흘리며 두 눈을 꼭 감았다.

 

 

 

 

 

 

 

 

 

 

 

서걱

 

 

 

 

 

 

 

 

 

 

 

겨우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연약한 몸이 앞으로 무너져 내렸다.

 

 

 

 

 

 

 

 

 

 

 

 

 

 

 

 

 


흙바닥에 엎어진 드루이드는 난데없이 벌어진 변화에 놀라며 두 눈을 떴다.
조금 전까지 두 손을 단단히 묶고 있었던 밧줄이 순식간에 잘려나간 듯 했다.
그는 자유롭게 풀려난 손에 놀라면서도 블렌드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당장 칼을 휘둘러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어서였다.
그러나 블렌드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보였다.
자신의 가방을 들쳐 메고 문을 나서는 품이, 곧바로 집을 떠나려는 것만 같았다.
다친 벌레처럼 몸을 웅크린 채 그를 올려다보던 드루이드는 바들바들 떨리는 입을 열어 간신히 내뱉었다.

 

“왜, 왜?”

 

“뭘 묻고 싶은 거냐? 그냥 내버려두는 이유라도 묻고 싶은가?”

 

“...”

 

드루이드는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인형처럼 딱딱하게 굳어있던 블렌드의 얼굴에 한심해하는 듯한 기색이 깃들었다.

 

“죽이진 않는다고 했을 텐데, 더 쑤셔 주길 원하나?”

 

“...아니...”

 

“네 구멍에 박힌 건 네가 알아서 빼라.”

 

“곰 가죽은...?”

 

“필요 없다. 누굴 죽이려고까지 하면서 얻은 가죽인데, 기꺼이 드려야지. 안 그런가?”

 

“... 기, 길을 모를텐데...”

 

“...”

 

 

 

 

블렌드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드루이드로부터 등을 돌린 채 서 있었기에,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드루이드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한참동안 돌처럼 가만히 서 있던 블렌드는 고개만 꺾어 드루이드를 바라보았다.
의아함, 분노, 공포, 이 모든 감정들이 한 데 섞인 채 그의 얼굴에 맺혀있었다.

 

“너,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한데.”

 

“...뭐가?”

 

“지나치게 친절해. 이상할 정도로.”

 

“...”
 
그는 위협하듯 상체를 살짝 굽힌 채 드루이드의 앞에 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냥꾼의 투박한 손이 드루이드의 목에 파고들었다.
그의 손톱은 유사시에 무기로 사용할 수 있도록 날카롭게 벼려진 상태였고, 뒤늦게 그것을 확인한 드루이드는 초조한 표정으로 목을 뒤로 뺐다.
그러나 헛수고였다. 블렌드는 손을 더욱 들이밀어, 드루이드의 목을 지그시 눌렀다.
이윽고 섬뜩할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가 드루이드의 귓가에 맴돌았다.

 

“산에 살면서 아버지한테 익힌 기술이 몇 가지 있지.”

 

“...”

 

“산 타고, 나무 베고, 사냥감 목 따는 것 말고도 배운 게 하나 있다면, 너 같이 약아빠진 새끼들이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 구분하는 거다. 겨우 잡은 사냥감을 헐값에 사려는 새끼들이 지천에 깔렸으니까. 물론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사기꾼을 상대라면 모르겠다만, 너 같은 얼간이라면...”

 

“아, 아니야. 속이려는 게 아니라...”

 

“나를 계속 붙잡는 이유가 뭐지?”

 

“...”

 

“응?”

 

“기, 길을 모르니까... 다시 되돌아올 수도...”

 

드루이드는 겁에 질린 채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흔들리는 눈동자, 떨리는 입술, 어느 하나 수상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자백이나 다름없는 몸부림을 가만히 지켜보며, 블렌드는 다시 한 번 물었다.

 

“목에 바람구멍 나고 싶지 않으면 똑바로 대답하는 게 좋을 거다.”

 

“...”

 

사냥꾼의 손톱이 박힌 목에서부터 섬뜩한 고통이 얼핏 느껴졌다.
불로 지지는 듯 후끈한 고통이 뒤이어 찾아왔다.

 

‘대답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본능적으로 떠오른 생각이었다.
목을 뒤로 빼고 싶어도, 벽에 막혀 그럴 수가 없었다.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드루이드는 최후까지 마음 속 깊이 간직하려던 비밀을 털어놓기로 마음먹었다.

 

 

두 눈은 꼭 감고, 얼굴에 희미한 홍조를 띄운 채, 그는 조용히 읊조렸다.

 

 

“...좋아서...”

 

잔잔한 목소리가 좁은 방에 울려 퍼졌다.


거짓 하나 섞이지 않은 순수한 고백이었다.


이런 말은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블렌드는 얼굴에 떠오르는 당혹감을 미처 감추지 못한 채 되물었다.

 

“...좋아서?”

 

“...”

 

블렌드는 자신의 손을 서서히 거두어들였다.
드루이드는 그제야 거친 숨을 몰아쉬며 꼭 감았던 두 눈을 떴다.
공포에 질려 흐려질 대로 흐려진 두 눈에 맑은 눈물이 맺혀 흐르기 시작했다.

 

“...거짓말 하는 게 아냐... 나는... 나 말고 용인이 산다는 건 알지도 못했어... 호기심인줄만 알았지만, 그런 느낌이 아니었던 거야. 처음 당신이 가죽을 갖고 있는 걸 봤을 땐 화가 났어. 그래서 불도 끄고, 부싯돌이랑 가죽도 훔쳤지만...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었어... 당신이 좋았으니까...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밖에 없어. 난, 당신을 좋아하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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