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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이드_3

ㅋㅁㄴ(118.32) 2015.01.30 02:30:58
조회 833 추천 11 댓글 4

다른 수인들이 드루이드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굳이 생각해보자면 아마 경외감 비슷한 느낌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추측할 뿐이다.
애초에 타인과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성격이 아니었고, 내게 있어 마을이란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에 불과했다. 
이런 탓에 술집 주인 렉스터는 마을 수인들이 내 집을 ‘블렌드 섬’이라 부른다고 귀띔해준 적 있었다.

숲 속에 있지만 누구도 다가가지 않는, 무인도라는 뜻에서 붙인 별명이라는 것이다.

거나하게 취해있던 나는 한껏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마을에는 유흥가라는 별명이 어울린다.'고 대답했다. 
사실이 그러했다. 나는 사냥감을 팔아 번 돈으로 기본적인 물자를 샀고, 그러고도 돈이 남으면 술이나 사치품을 챙기곤 했다.
사냥꾼으로서 딱히 돈을 쟁여둘 필요도 없었거니와, 유산을 남겨 자식을 무능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아서였다.
‘돈이 모이면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소비한다.’ 이것이 나의 암묵적인 철칙이었다.
눈앞에 앉아있는 드루이드가 이런 가치관을 지닌 사냥꾼에게 어떤 감정을 가질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명백했다.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래서, 내가 사냥꾼인 게 기분 나쁜가?”

 

“...”

 

“원한다면 지금 짐을 챙겨서 나가도록 하지.”

 

“그러지 않는 편이 좋을 텐데.”

 

“왜지?”

 

“동상이 심해. 완전히 치료하고 가는 게 좋을 거야.”

 

“그건 동정심인가? 아니면 드루이드의 교리 때문인가?”

 

“둘 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그의 눈동자에서는 한 치의 거짓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를 무작정 경계하지 않고 이렇게 치료에 적극적인 것을 보니, 생각보다는 말이 통하는 인물이지 싶었다.
나는 은근히 힘을 주고 있던 두 주먹을 풀고 한층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부모님께 듣던 것보다는 융통성이 있군. 호의에 감사한다. 알다시피 나는 사냥꾼이고, 이름은 블렌드 맥도웰이다. 그냥 블렌드라 부르는 게 편해.”

 

“사피엔티아. 드루이드 사피엔티아.”

 

“이름값 하는군.”

 

“... 해야 할 일이 남아있으니 나는 이만. 필요한 게 있으면 부르도록.”

 

“그러지.”

 

그는 살짝 고개를 숙인 뒤 등을 돌려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긴장이 풀리자, 나는 자연히 그의 모습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
온몸을 감싼 로브는 상당히 헐렁해 보였지만 몸을 움직일 때마다 여린 몸의 윤곽이 은근히 엿보이는 것이, 묘하게 관능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말투는 3, 40대로 접어든 용인과 다를 바 없었지만, 그의 외모는 말투에 비해 심히 어려 보였다.
마을에 가면 계집깨나 울릴 듯 근사하게 처진 눈매, 군살 하나 없이 매끈한 허리는 남성인 내가 보아도 군침이 돌 정도다.
얼핏 연약해 보이는 허리이지만 일단 침실에 들어가면 물푸레 활처럼 휘며 상대를 절륜하게 받아낸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숲 속에 갇혀만 있기엔 너무 아까운 용인이건만 직업이 직업인 만큼 별 도리가 없어 보였다.
내가 이런 음심을 품은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고개 한번 돌리지 않고 방을 나섰다.
눈치를 볼 사람도 없겠다. 나는 푸근한 담요 속에 편히 몸을 뉘었다.
천장에 떠 있는 구체를 바라보고 있자니, 겨우 참고 있었던 피로가 한순간에 쏟아져 내렸다.
그래, 올 테면 얼마든지 와라. 평소 같았으면 머리를 흔들며 떨쳐냈을 졸음이지만, 이런 졸음만큼은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다.
나는 눈꺼풀을 닫은 채 얇은 담요 한 장을 걸쳤다.
피부는 아직도 후끈거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얼음장같이 차가웠을 때보다는 훨씬 나았다.


------------------

 

드루이드와의 묘한 동거는 2일째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커다란 나무를 파서 만든 듯한 이 집에는 원한다면 언제든 목욕을 할 수 있도록 항상 깨끗한 물이 흘러넘치는 샘도 있었고, 제대로 정돈된 옷가지도 많이 남아있었다.
환자들이 요양하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단 한 가지 맘에 들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식단이었다. 한두 번이야 그러려니 하고 넘기겠지만, 식사시간마다 흰 죽과 빵으로만 배를 채우자니 여간 고역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번은 가방에 있는 육포라도 뜯을 생각으로 가방의 위치를 물은 적이 있었다.
식사시간에 그런 말을 꺼내서 그런지, 그는 귀신같이 나의 의도를 눈치채고 대화 주제를 교묘하게 돌리곤 했다.
다른 드루이드보다 융통성 있다고는 하지만 눈앞에서 육식하는 것을 볼 배짱은 없는 모양이었다.
고기가 안된다면 하다못해 소금이라도 달라고 부탁할 때마다 그는 노골적인 한숨을 내쉬며 작은 소금통을 건네주었다.
그렇게 무안함을 무릅쓰고 얻어낸 소금통은 톡톡 두드려봐야 거의 나오지도 않는 불량품이었기에, 나는 통을 여러 번 흔들어야만 했다.
짤그락거리는 소리가 필연적으로 식탁 가에 울려 퍼졌고, 나는 그럴 때마다 무안함에 고개를 푹 숙이곤 했다. 
삶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음식만 먹으면 되지, 그 이상의 사치가 필요하냐는 태도였다.
아무리 드루이드라고는 해도 그가 규율에 지나치게 매달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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