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세계관 바탕으로 메인 스토리 인트로 소설로 쓰던 거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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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펙터ㅡ인정하기는 싫지만, 이펙터는 우리 연구소의 소장인 '사라 홀스턴'이 만들어낸 혁명적인 물질이다. 지금은 동력이 필요한 곳에 쓰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필수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또, 사라 이 년은 BE(-Before Effect day; 효과일 이전, 기원전과 비슷한 맥락)때의 사람인데, 내가 책임자로 있던 BE시대 복원 프로젝트에 의해 복원을 하던 도중, 조금 실수가 있었던 건지 지금과 같은 더러운 성격을 갖게 되었다. 내가 복원한 사람 아래에서 일하고 있는 것도 불만이지만, 저 더러운 성격 하고는……. 짜증나는 상사 1위를 찍으라면 난 가차 없이 이 년을 찍겠다.
소개가 늦은 데다 시작부터 상사를 욕해대는 태도에 대해선 뒤늦게나마 사과한다. 내 이름은 스텔라 리. 파츠월드에서 민감하거나 중요한 자릴 꿰차고 있는 문제점을 연구하고 해결하는 IAM 프로젝트의 젊고 아름다운 핵심 연구원이자 수석 디자이너이다. 내가 맡고 있는 건 인간을 만들어내는 IAM 프로젝트와 고갈연도가 정해진 이펙터를 대체할 에너지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 전자에 대해선 할 말이 많다. 우선 나를 포함한 책임자는 네 명ㅡ나보다 한 살 연상인 '유철민', 그리고 오랜 친구인 '론'과 '샌드라'. 아직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베이스가 될 유전자를 사용해야하는데, 그 유전자는 책임자에게서 채취해냈다. 즉, 나와 유철민의 유전자는 '미도리 아시카가'를, 론과 샌드라의 유전자는 '알비나 손체프'를 만들 토대로 이용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더 이상 인구부족이나 범죄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후자는 별로 인기 있는 주제는 아니지만 이펙터에 고갈연도가 정해졌다는 점 덕분에 점차 부각되고 있는 추세이다. 제시되는 것으론 예전의 화석연료, 자연 에너지 등이 있지만 여기서 특히 내가 가장 열중하고 있는 대체에너지원은 아래하늘의 입자들이다. 고온 고압에 불안정한 만큼 반응도 많아 굉장한 에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물론 이 말을 하고 있기 몇 시간 전에 모의실험에 성공해냈고, 실험팀ㅡ앞서 말했던 론과 샌드라, 그리고 행동파로 유명한 '윌리엄 크로우'가 확증할 결과를 가지러 갔다.
나는 우선 부푼 마음을 안고 눈 오는 날의 어린이 같은 얼굴을 한 채 모두의 앞에서 발표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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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이펙터 따위 이제 그만 쓸 때도 되지 않았어? 다 떨어져가는 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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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놀란 표정이었다. 사실 난 말썽이 많은 편이어서, 평소엔 밝은 편이지만 실험이 잘 풀리지 않아, 프로젝트 얘기만 나오면 금세 침울해지곤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오늘은 웃는 얼굴과 기분 좋게 올라간 하이 톤의 목소리를 한 내 모습은 평소와 달랐고, 괴리감을 주기엔 충분했다. 그렇지만 관심은 그것에만 쏠려서인지, 내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낸지는 별로 기대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정확히는 조금 귀찮다거나, 시큰둥한 반응. 원래 인기가 별로 없는 편이고, 맡고 있는 분야가 상당히 다르긴 하지만 좀 너무하다 싶은 반응이었다. 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반응을 해 주길 기대했는데.
다르게 생각하면 조금 고리타분한 이 녀석들의 사상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뭐하지만, 어찌 보면 내가 해낸 건 혁신에 가깝다. 주요자원도 연금술로 만들어낼 정도로 부족한 판국에, 거의 무한정에 가까운 에너지를 발견해낼 수 있다는 건 커다란 골칫거리가 하나 줄어들었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아무튼 나도 모두의 편견을 깨고, 할 땐 대박 한 번 제대로 터뜨릴 수 있는 여자란 말이다.
이번의 굉장한 연구를 얘기하면서 나는 이펙터를 고물딱지 취급하고 내 설명에 열변을 토했다. 곧 있으면 이펙터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서야 눈을 빛내는 녀석이 보인다. 역시, 이런 훌륭한 성과를 몰라보는 건 너무한 일이다. 빨리 실험팀이 이 모든 걸 증명해줄 수 있는 결과만 갖고 온다면, 이젠 더 이상 실험에 매달린 체, 바람 빠진 풍선 같은 얼굴을 그만둘 수 있게 된다. 성공만 하면 나오는 인센티브로 간만에 철민이 녀석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대화하는 것 정도를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을 감추기가 힘들다. 물론 이 맥락에서 내가 철민이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난 어디까지나 소꿉친구로 지낸 아이들 중 하나이자, 호흡 좋은 파트너로써의 얘기를 한 거다.
생각해보니 실험팀이 떠난 지 6시간이 넘었는데도 아직 코빼기도 안 보인다. 얼마나 바쁜 건지 언제부턴가 연락도 안 되는 통에 남아있는 사람은 속이 탄다. 기다리는 동안 내가 비운 유리잔도 6컵은 되는 것 같다.
일단, 리포트를 내던지며 대충 설명할 시간을 가져보도록 했다. 프레젠테이션에 모두의 시선이 몰려있을 때, 첫 슬라이드ㅡ‘아래하늘의 불안정한 입자가 방출해내는 에너지의 이용’이란 주제문을 보자 다들 입은 벌어졌고, 표정도 굳어졌다. 리포트를 막 펼쳐보려던 신참 연구원 폴린도 손에서 프린트를 놓치고 만다. 하나같이 날 쳐다보며 ‘실패만 하더니 저게 드디어 돌았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그건 모두들 실험 결과를 보지 못 해서 그렇다. 내 연구의 특성상 연구실은 굉장히 좁고 어두운 편이다. 인원도 나를 포함해서 4~5명 남짓으로 많은 편도 아니다. 아마 적은 인원과 비좁은 환경에서 연구가 성공했다는 걸 부정하고 싶어서 그런 걸 것이다. 만약 실험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면 그 자리에서 축하한다는 의미의 헹가래라도 해 주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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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에너지 연구한다면서 뭘 하나 했더니……. 너 내가 재 때 쉬라고 안 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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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날카로운 목소리. 철민이다. 워낙 실수한 일도 많고, 사고도 많이 냈던 통에 여러모로 신세도 많이 지고, 뒷정리까지 해 주던 녀석이라 걱정거리는 모두 그의 몫이었다. 언제부턴가 흰 머리가 보이기 시작해서, 쉬는 시간에 뽑아주곤 하는데 그게 나 때문일 것이라고 자주 생각하곤 했다.
더군다나 의심도 많은 편이라, 증명할만한 거리가 없다면 쉽게 믿지 않았다. 그래서 있었던 일ㅡ에너지 연구와 병행했던 신소재와 그것으로 만든 소형 셔틀을 설명해야 했다. 물론 출반한지 꽤 되었기에, 여기에 조금의 의문이 가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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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팀 인원은 사형수냐?”
“뭐~? 이런 역사적인 순간에 부정 타게! 당근 우리 행동파들이 가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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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팀으로 참여한 인원은 내 친구일 뿐 아니라 유철민의 친구이기도 하다. 워낙 어릴 때부터 같이 지내온 사이였기에 굉장한 유대감을 갖고 생활하고 있었다. 실험팀 인원으로 다녀와 줄 것을 부탁하자 흔쾌히 승낙하며 출발했기에, 난 굉장히 자신만만했고 좋은 결과만을 기대하고 있었다.
내가 앞서 말했듯 번번히 실패할 때도 있지만 할 땐 제대로 한다고 큰 소릴 떵떵거렸다. 사실 실패는 이제 나와 관계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타이밍 좋게 달려온 부하직원의 말은 나의 그런 기대를 산산조각으로 깨부숴버리고 말았다. 신소재에 사용했던 도료가 점점 가열되더니, 금속을 녹이기 시작했던 것. 혹시나 하는 마음에, 셔틀엔 도료를 떡칠했었는데, 이렇게 된다면 촉매가 늘어난 게 되어버려, 금속은 훨씬 더 빨리 녹아내릴 것이다.
믿을 만 한 녀석들로 팀을 짜 보내면, 어떻게든 살아 돌아올 거라고 기대했지만, 워낙에 자주 틀리던 내 맞추기 실력이니만큼 이번에도 확실하게 과녁을 벗어나버리고 말았다. 애초에 아래하늘처럼 위험한 공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연구 대상이 될 일인데, 그런 구조 불능인 상황이 한 몫 해 나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아까까지만 해도 바쁜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신호가 잡히질 않더라.
망했다고 생각했을 때, 여기 남아있던 행동파 한 분이 내 멱살을 잡아 챘다. 이제 어떡할 거냐며 마구 화를 냈고, 확실치도 않은 실험에 맡겨져 동고동락하던 친구들을 죽게 만들었다는 게 그 이유였다. 물론 나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생각하라고 반박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애초에 인격적으로도 이게 먹힐 만한 사람이 많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나를 원망하는 분위기는 커져만 갔다. 그래도 내가 없으면 진행이 불가능한 부분이 많다 보니, 주변에선 다들 이 미친개를 말리기 시작했다. 물론 미친개가 물고 늘어지는 이유는 틀린 게 아니었고, 놓을 기미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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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왜 이렇게 시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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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납시셨다. 지상 최악의 상사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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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아아~ 우리 스텔라, 또 사고 쳤어요? 잘 한다~ 잘 해~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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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미워 죽겠다. 지금 내가 누군가를 원망할 상황은 아니지만, 너무나 얄밉다. 왜 하필 지금 나타나서! 첫 날부터 유철민이랑 치근덕대는 게 보기도 안 좋았는데, 복원품 주제에 저 망할 년은 왜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모르겠다. 듣기 진절머리가 나는 목소리로 내 지난 일부터 떠들어댄다. 뭘 어떻게 해서 실패했느니, 뭘 어떻게 해서 사고를 쳤다느니 잘 하는 것도 없으면서 연구소에 있는 게 신기하다고 마구 비웃어댔다. 육시를 할 년 같으니. 내가 연구팀장이 된 건 내 손으로 이뤄낸 것이다. 절대로 남에게 받은 도움 따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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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조용히 해. 그리고 스텔라 리. 실수건 아니건 간에 사람이 죽었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겠냐?”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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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책임을 묻는다. 그래도 할 말이 없긴 하다. 사실이니까. 그렇지만 사라 저 년 만큼은 입을 틀어 막아서 바다에 던지고 싶은 심정이다. 아무리 사실이라도 말 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들리니까. 일단 어떻게든 이 상황을 회피할 방법을 생각해봤고, 내 눈에 들어온 건 셔틀의 리모컨이었다.
도료를 더 발랐다고 하면 아무도 의심하지 않겠거니 해서, 배리어나 도료 등으로 어느 정도 구제는 가능할 거라고 더듬더듬 설명하면서 셔틀의 카메라를 연결해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최악의 결정. 버튼을 누르면서 내 실패를 내 손으로 제대로 인정한 꼴이 되어버렸다.
물론 새로 발견한 게 있었다. 아래하늘에도 끝은 있어서, 분해되다 만 것들이 잔뜩 쌓인 심해 같을 거란 가설. 그 가설을 입증해버리고 말았다. 모니터에 나온 영상은 고온의 플라스마에 녹아내린 전선과 장비들, 뒤틀려 엉켜버린 살점들, 가까이 있었다면 역겨운 냄새가 날 것 같은 모습으로 살과 근육이 녹아 뼈에서 흘러내리고 있었고, 카메라의 바로 앞에선 푸른빛의 눈동자가 굴러가고 있었다. 말로 해서 이 정도지,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모습이었다. 그 자리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 놀란 것도 있었고, 정말로 내가 모두를 죽음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는 생각에 견딜 수 없이 울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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