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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디 -4

케모너(125.128) 2014.05.07 21:38:07
조회 112 추천 0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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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밥에 들어간 재료들은 꽤 다양했다. 돼지고기에 맛살, 감자, 당근, 양파를 넣고 참기름과 소금을 아울러 볶은 밥은 멀리서 곁눈질로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제대로 밥을 챙겨먹지 못한 디디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군침을 흘리며 작은 꼬리를 흔들었다.

아버지가 명망 있는 마법사이긴 했으나, 고기를 자주 먹을 수 있을 만큼 부유하진 않았다.

비바람을 관장하는 마법사들과는 다르게 딱히 농업에 도와줄 마법이 없다는 것이 치명적이었다.

그나마 여름엔 시원하게 마을을 찬바람으로 덮어주고, 겨울엔 조용히 마법 연구에 매진하는 것이 디디 가족의 일이었다.

마법사임에도 평범하게 살았기 때문에 디디가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시기는 축제 때 뿐이었다.

마을 분수대에서 나눠주는 고기 스튜에 고깃덩이가 세 개 이상 들어있을 때면 디디는 환호성을 지르며 그릇을 비웠고, 두 개도 채 들어있지 않을 때는 아버지가 위로하듯 고기를 담아주곤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의 그릇에는 아무것도 없을 때가 많았는데, 왜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에야 떠오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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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현은 맛깔나게 볶은 밥을 그릇에 담고, 남은 기름으로 계란을 부치고 있었다.

처음 부친 계란은 동그란 모양을 유지한 채로 예쁘게 그릇에 담겼으나, 두 번째 계란은 여기저기 찢어진 채로 엉망이었다.

기현은 밥을 적게 담은 접시에 엉망인 프라이를 올려놓았고, 밥을 많이 담은 접시에는 모양새 잡힌 프라이를 올렸다.

남루한 식탁 위에 화사한 접시 두장이 올려졌다.

희게 잘 익은 밥에서 노란빛, 하얀빛, 주황빛이 색색으로 피어올랐다.

디디는 아무 생각 없이 볶음밥이 적게 담긴 쪽으로 앉았다.

 

 

네 자리는 여기야.”

 

 

디디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기현을 올려다보았다.

기현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식탁 옆에 서있었다.

 

 

, 냉장고 앞에서 먹어야 하나? 그럼 접시만 바꿔줄게.”

 

 

흐뭇하게 솟아오른 볶음밥이 디디 앞으로 놓여졌다.

당연히 적은 것이 자신의 몫일 줄 알았는데, 기현은 기꺼이 자신의 몫도 디디에게 넘겨주었다.

 

 

나는 이렇게 많이 안먹어도 되는데...”

 

 

디디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고기가 잔뜩 들어간 고급 요리를 대접받는 것도 모자라, 남의 몫까지 빼앗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피부색만큼이나 가슴이 따뜻한 기현은 연신 괜찮다고 말하며 계란 위에 케찹을 뿌려주었다.

이렇게까지 준비해줬는데, 디디는 멍하게 접시만 바라보고 있었다.

기현은 혹시 뭔가 맘에 안드나 싶어 초조한 마음에 디디를 재촉했다.

 

 

먹어. 왜 안먹어?”

 

 

먹을거야.”

 

 

디디는 지팡이를 바닥에 얼려놓았다.

숟가락으로 케찹이 버무려진 계란을 조금 찢고, 뭉쳐있는 고기를 떠서 한입가득 입에 넣었다.

한번 입에 맛난 음식이 들어가자 뱃 속에선 계속 들이라 들이라 하는 것 같았다.

조금 자극적으로 짠 맛이 나기는 했지만, 그런 단점을 전부 덮어버릴 정도로 너무 맛있었다.

디디는 중간에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한 접시를 싸그리 비웠다.

워낙 열정적으로 떠먹어서 그런지, 기현은 흐뭇한 표정으로 자신의 몫을 또 절반이나 떼 주었다.

디디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였다. 배가 부를 때 까지 퍼먹고 나서야 비로소 부끄러운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

 

 

"정말 맛있었어."

 

 

디디는 얼음 조각으로 입 주변을 쓱쓱 훔쳤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기현은 티슈를 한장 뜯어서 입가를 직접 닦아주었다.

 

 

 

"그정도는 나도 할 수 있어."

 

 

 

"가만 있어."

 

 

 

디디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기현을 올려다 보았다.

아버지와는 같은 점이 털끝만큼도 없는 수인인데, 자꾸 아버지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어린 나이에도 마을 사람들에게 식재료를 제공받는 것 말고는 아무에게도 정을 튼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강하게 큰 디디였건만, 이방인이 나눠주는 情에 저도모르게 눈물이 비죽비죽 나오려고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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